오가노이드 생산 플랫폼 개발, 동물 실험 대체 가능성 열려

- 대량 생산의 한계였던 ‘낮은 재현성’ 문제 해결
- 동물실험보다 정확성 높고, 윤리적·경제적 문제 해결

생명윤리적 문제와 높은 비용 문제가 동반됐던 동물실험을 축소 혹은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포스텍(포항공대) 김동성 교수 연구팀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태은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오가노이드 대량 생산 플랫폼’을 개발했다. 오가노이드(Organoid)란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 또는 재조합해 만든 것으로, ‘장기 유사체’ 혹은 ‘미니 장기’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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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성 낮아 대량 생산 한계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기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3차원 구조체다. 인간 장기의 발달, 장기에 발생하는 질병의 모델링, 약물 개발 및 독성 검사, 재생 의학 연구, 개인 맞춤형 치료법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술이다. 그만큼 산업적으로 많은 수요가 존재한다.

하지만 오가노이드를 생산하는 기존 기술로는 이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비균질성과 낮은 재현성이다. 오가노이드는 기본적으로 세포를 배양해 3차원 구조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즉, 세포를 어디서 확보했는지, 그리고 배양 조건이 어떤지가 매우 중요하다.

각 세포마다 최적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배양 매체와 환경이 미세한 수준에서 조절돼야 하는 ‘맞춤형 배양’이 기본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쉽지 않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도 배양 결과물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같은 장기를 모사한 오가노이드라 해도 그 특성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실험 분야에서의 일관성, 즉 ‘재현성’이 낮아진다.

필요한 물질만 선택적 투과

공동 연구팀은 성숙한 오가노이드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플랫폼 ‘유니맷(UniMat)’을 개발했다. 이는 머리카락의 200분의 1 굵기에 해당하는 나노섬유를 활용, 3차원 멤브레인(얇은 막)을 구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오가노이드가 균일하게 형성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을 제공한다.

이 얇은 막은 물질 투과성을 가져 오가노이드의 분화에 필요한 인자와 성숙에 필요한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오가노이드 분화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요건을 통제하고, 필요한 물질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는 점에서 ‘혈뇌장벽’과 유사한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줄기세포가 각각의 장기로 분화하는 데 최적화된 조건을 멤브레인 형태로 구현하고, 그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통제하는 구조적 환경이 유니맷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오가노이드의 균일한 형성 및 성숙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인간 신장 대량 생산 성공

공동 연구팀은 유니맷을 통해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로부터 인간의 신장(Kidney)과 유사한 네프론 구조 및 혈관이 형성된 신장 오가노이드를 일관된 품질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생산 효율 또한 크게 개선됐다. 한편, 유니맷을 활용해 다낭성 신장 질환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질병 모델링 및 약물 평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는 향후 일관된 품질의 오가노이드를 기존에 비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임상 및 연구 현장, 제약 산업 등에서의 실질적 활용을 위한 발판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동물실험 후 임상시험 단계를 거치던 기존의 절차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오가노이드가 동물 모델에 비해 인간의 생리적 반응을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으며, 동물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므로 윤리적인 문제도 해결된다. 동물 모델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높은 비용과 시간 소요 문제에도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 개발사업, 중견연구, 우수신진연구’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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