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울지 못해서 더 마음을 적시는 배우” 박보영의 액터스 하우스 방문기

이미지: 부산국제영화제

2021년에 처음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는 약 1시간 동안 배우의 연기 인생과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올해 역시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 등 한국의 대표 배우 4명이 나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중 에디터는 올해 개막식 사회자로 부산에 온 박보영의 액터스 하우스를 방문했다. 박보영 팬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시간, 그날의 이야기를 박보영의 출연작과 묶어 정리해본다.

박보영에게 '부산이란?'

이미지: CJ ENM

박보영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인연은 꽤 길다. 박보영의 대표작 <늑대소년>이 2012년 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상영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영화의전당 야외상영관에서. 박보영은 아직도 그때 객석을 가득 채운 5000명 가까운 관객들과 함께 한 시간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의 인생 첫 MC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치렀으니 부산에 대한 애정은 더욱 남다를 것이다.

중학교 영상 동아리에서부터 박보영의 전설은 시작된다

박보영은 중학교 때 영상 동아리에서 활동을 계기로 배우의 꿈을 꿨다고 한다. 자신이 나온 영상을 보고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친구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신기했고, 그 원동력으로 오디션을 봤다고.

박보영은 운이 정말 좋은 배우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좋은 기회가 많았다며, 만약 다시 자기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처럼 되기 힘들었을 거라고 한다. 그렇기에 배우를 준비하는 분에게 당장 원하는 대로 잘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분명 당신을 위한 때와 시간이 올 거라면서, 그때까지 열심히 준비한다면 분명 좋은 배우로 성장할 것이라는 응원의 멘트로 잊지 않았다.

<늑대소년> "왜 나는 예쁘게 울지 못할까요?"

이미지: CJ ENM

간단한 오프닝을 마치고 박보영의 출연작을 통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박보영과 부산을 이어 준 <늑대소년>이었다.영화 후반부 늑대소년 철수(송중기)가 다칠까 봐 일부러 차갑게 그를 내쫓는 박보영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철수를 다그치면서도 본심이 아닌 듯 미안해하며 통곡하는 모습에 에디터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장면을 본 박보영은 감정 몰입하는 것이 연기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매번 슬픈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눈물이 잘 나길 기도할 정도라고. 다행히 <늑대소년> 촬영할 때 감독,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파트너인 송중기 배우가 (슬픔 혹은 우는) 감정에 익숙해지면 안 되기에 자신이 먼저 다양한 앵글 촬영을 해서 박보영이 계속 감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줬다고 한다.

박보영은 해당 장면을 보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자신은 눈물 연기를 할 때마다 너무 통곡해서 운다고, 예쁘게 울지 못한다고. 하지만 사회를 맡은 백은하 배우연구소장이 영화팬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그렇게 진심 어린 눈물 연기를 하기에 보는 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적시게 한다"고 말이다.

<과속스캔들>의 성공, 그럼에도 박보영은 언제나 배우는 중!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박보영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한 작품을 꼽자면 단연 <과속스캔들>이다. <과속스캔들>에서 박보영의 연기를 보면 어디서 이런 배우가 숨어 있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하지만 박보영의 성공이 운 좋게 흥행 영화에 괜찮은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보영 역시 수많은 작품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우로서 하나씩 배워가고 있었다.

박보영은 신인 시절 촬영장에 갈 때마다 신기했고 모든 것이 배우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단순히 나 혼자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카메라 앵글에 적절한 퍼포먼스를 연구하고, 여러 시도도 많이 했다고 한다. 실수도 많이 했고. 가령 손을 들어야 할 때 그냥 쭉 뻗어야 할까, 아니면 머리 위치 정도로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별거 아니지만 이런 디테일들이 연습을 거듭하는 가운데 하나둘씩 쌓이면서 비로소 배우 박보영의 노련한 연기가 완성되었다.

4년간의 활동공백… 힘들지만 고마운 시간

<과속스캔들> 성공 후 앞길이 창창했던 박보영의 연기 인생에 뜻하지 않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소속사와 분쟁으로 4년 정도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보영은 그런 시간을 힘들지만 고마운 순간이라고 밝혔다. 모든 작품이 내게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간절함, 그렇기에 후회하지 않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원동력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팬들의 응원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박보영은 김해숙 배우를 보고 연기의 꿈을 꿨다고 한다. 김해숙 배우는 여러 송사로 힘들어하는 박보영에게 “이런 많은 경험들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해줬고, 박보영 자신 역시 실제로 많은 일을 겪고 난 뒤 지금과는 다른 감정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피끓는 청춘>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박보영은 그저 밝고 귀엽다? 아니오! 저 다 잘할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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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이미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강한 이미지는 한정된 캐릭터에 갇히게 한다. 박보영하면 밝고 귀여운 캐릭터만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박보영은 그런 한계를 자신의 연기력으로 넘어섰다. <피끓는 청춘>의 영숙을 통해 거칠고 터프한 모습을 보여줬고,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도라희는 사회 초년생의 현실적인 고민을 공감가게 그려냈다. 최근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정다은까지, 박보영은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작품마다 경신하고 있다.

박보영은 이 같은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실제로 “보영씨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구나”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짜릿한 쾌감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힘쎈여자 도봉순>을 촬영할 땐 캐릭터에 이입된 나머지 밤길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생이 “누나 진짜 힘 쎄요?”라고 물었을 때 괜히 뿌듯했다고.

<콘크리트 유토피아> 병헌 선배에게 질 수 없지!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에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명장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후반부 황궁아파트의 입주민 대표 영탁(이병헌)에 맞서 진실을 폭로하는 명화 (박보영)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박보영은 많은 군중이 주목하는 앞에서 연기를 했기에 마치 신인이 된 느낌이었다고 한다. 베테랑 이병헌 선배에 맞서야 하기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주눅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질 수 없지”라는 최면을 걸고 이 장면에 임했다고 한다.

그런 긴장감을 이병헌 배우가 눈치챘을까? 촬영에 들어가자 이병헌은 박보영에게 “눈을 피하지 마라”며 연기의 텐션을 끝까지 유지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 결과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가장 격정적이고 의미 있는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 관객들의 감탄과 별개로, 박보영은 저런 장면을 찍고 나면 에너지를 다 써서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박보영의 연기에도 이제 연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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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은 어느 날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웃는 모습이 달라진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성숙해지듯이 그의 연기 역시 자신도 모르게 연륜이 단단하게 쌓여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시점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다은 역을 맡은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연기 생활하면서 겪었던 여러 희로애락을 다은이처럼 많은 고민에 빠진 캐릭터에 다 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확실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박보영의 연기는 이전과 다르다. 언제나처럼 착하고 친절한 캐릭터이지만, 인생의 고민과 무거움도 함께 가진 인물이었다. 박보영은 캐릭터의 복합적인 이면을 자신의 연기경험으로 훌륭하게 만들어내며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호소력 있게 전했다. 동안 이미지가 강한 박보영이었지만, 연기 경력 18년 차의 내공은 언제나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직 내 패를 다 꺼내지 않았어요!

이미지: 부산국제영화제

그렇게 1시간가량 동안 많은 이야기가 오고간 박보영의 액터스 하우스가 마무리되었다. 박보영은 자신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조급증에 빠졌을 때, 김해숙 배우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보영아, 왜 너의 패를 다 보여주려고 해? 니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고난 뒤 천천히 하나씩 꺼내면 된다”라고.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박보영이 더 잘할 수 있는 연기의 패를 만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그의 다음이 더 궁금해지고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할 일지도.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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