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년 된 폐터널이 이런 공간으로?" 연 100만 명 찾는 이색 와인 동굴

와인터널 전시 판매장 / 사진=한국관광공사 송재근

봄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드라이브 코스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특히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단순한 풍경을 넘어 이야기가 있는 공간에 더 끌리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경북의 한 오래된 터널은 지금도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한때는 철도 위를 달리던 열차가 지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와인이 익어가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구조와 함께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무료로 개방되는 공간 속에서 체험과 볼거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소다. 연간 약 100만 명이 찾는 이곳은 이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122년 시간을 품은 터널의 시작

청도 와인터널 / 사진=한국관광공사 송재근
청도 와인 와이너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청도 와인터널의 시작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6년에 착공되어 1904년 완공된 이 터널은 당시 철도 교통의 핵심 축이었던 경부선의 일부였다. 이후 1905년부터 열차가 다니기 시작하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1937년 이후 운행이 중단되면서 터널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졌다. 한동안 방치되던 공간은 오랜 세월을 견디며 그대로 남아 있었다.

구조 역시 눈길을 끈다. 화강암과 적벽돌을 활용한 3겹 아치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길이 1,015m에 폭 4.5m, 높이 5.3m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한다. 단순한 통로가 아닌, 당시 기술력이 집약된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와인이 익어가는 완벽한 환경

청도 와인터널 와인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이 터널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청도감와인(주)가 이 공간을 감와인 숙성 장소로 활용하며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닌, 공간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재탄생이었다.

터널 내부는 연중 13~15℃의 온도를 유지한다. 여기에 습도는 60~70%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며, 와인 숙성에 최적화된 환경을 자연적으로 제공한다. 인위적인 설비 없이도 이러한 조건이 유지된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강점이다.

또한 내부에서는 음이온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쾌적한 느낌을 더한다. 현재 터널 안에는 수만 병의 감와인과 오크통이 보관되어 있으며, 시간이 흐르며 깊은 풍미를 만들어간다.

이국적인 분위기 속 체험 공간

청도 와인터널 볼거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이곳이 단순한 저장 공간을 넘어 관광지로 자리 잡은 이유는 다양한 체험 요소 덕분이다. 입장 자체는 무료로 가능하지만, 감와인 시음은 5,000원에 즐길 수 있어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다.

터널 내부를 따라 이어지는 와인병 진열은 마치 해외 와이너리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아치형 구조가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패턴은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여기에 소원을 적는 체험 공간과 대형 와인잔 포토존까지 더해지며 방문객의 참여도를 높인다. 단순히 걷는 공간이 아닌,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드라이브 여행지로 떠오른 이유

청도 와인터널 오크통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청도군 내 화양읍에 위치한 이 터널은 접근성 또한 뛰어난 편이다. 특히 봄철에는 따뜻한 날씨와 함께 드라이브 코스로 찾는 이들이 많아진다.

터널을 천천히 걸으면 편도 약 7~10분 정도가 소요되며, 전체 관람 시간은 약 40분 정도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짧지 않은 길이지만 내부 환경이 쾌적해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

다만 방문 시 유의할 점도 있다. 반려동물 입장이 제한되며, 외부 음식 반입 역시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은 공간의 청결과 와인 숙성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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