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두'는 고문 도구가 아니다 [달곰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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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인두는 다림질 도구다.
아주 오래지 않은 옛날, 숯불을 담아 놓은 화로에 꽂아 인두 머리를 달궈 두었다가 옷의 주름을 잡거나 구김살을 펼 때 꺼내서 사용했다.
그러고 보면 예전의 인두는 쇠붙이를 달구는 방식이나 용도에서 다리미와 차이를 보이는 가재도구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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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인두는 다림질 도구다. 대체로 세모꼴의 판판한 머리를 가진 쇠꼬챙이 모양으로, 한쪽 끝에 손잡이가 달렸다. 아주 오래지 않은 옛날, 숯불을 담아 놓은 화로에 꽂아 인두 머리를 달궈 두었다가 옷의 주름을 잡거나 구김살을 펼 때 꺼내서 사용했다. 그리 크지는 않아 주로 옷깃이나 소매를 다리는 용도로 썼으며 바지나 저고리 등의 넓은 면은 다리미를 이용해 다렸다.
전통적인 다리미는 나무 손잡이를 끼워 넣은 프라이팬 모양의 숯불 다리미가 대세였다. 뚜껑 없는 다리미 위에다가 불붙은 숯을 얹어 놓아 바닥면을 뜨겁게 달군 후 다림질을 했다. 그러고 보면 예전의 인두는 쇠붙이를 달구는 방식이나 용도에서 다리미와 차이를 보이는 가재도구였던 셈이다. 오늘날, 전기다리미가 일반화하면서 인두나 전통 다리미는 추억의 가게 또는 박물관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민속품이 되었다.
언어적으로 인두는 독특한 조어 방식으로 만들어진 형태가 특정 지역에 출현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의 전통적인 방언 조사 결과(한국 방언 자료집)에 따르면 인두의 방언형은 크게 윤디(경상도, 제주도)와 인두(그 외 지역)로 나뉘는데, 두 어형이 지리적으로 마주치는 여러 곳에서 '윤두'가 함께 보고된다.

해당 자료집에서 윤두는 충북·전북도와 경상도의 경계가 되는 소백산맥(태백산맥에서 갈라져 소백산을 지나 지리산에 이르는 산줄기)을 따라 단양·제천·옥천·영동(충북), 무주·진안·임실(전북) 등지에서 줄줄이 띠를 이루며 나타난다. 마치 윤디 지역에 표준어 인두가 들어오자 어느 것을 쓸까 고민하다가 윤디의 앞쪽 요소와 인두의 뒤쪽 요소를 합성해 윤두라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 형상이다. 두 어형의 앞뒤 한쪽씩을 떼어 새 단어를 만드는 매우 흥미로운 조어 방식이 이들 접촉 지역에서 확인되었다는 말이다.
세월이 흘러 요즘, 윤두를 쓰는 사람들 수는 현저히 줄었다. 적어도 청년층은 대부분 윤두를 모른다. 윤두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용되지 않으니 인두라는 말도 잘 알지 못한다. 아는 이들도 사극에서 본 게 대부분이다. 사실상 인두가, 사어가 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말이란, 쓰지 않으면 아쉬워도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표준어든 사투리든 실제 쓰이지 않으면 사라진다.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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