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레이더] 주성엔지니어링, ALD 이어 ALG 선구자로 퀀텀점프

경기 용인 주성R&D센터 / 사진=유호승 기자

주성엔지니어링이 기존 ALD(원자층 증착) 한계를 깨고 원자 표면 제어로 박막을 직접 성장시키는 차세대 ALG(원자층박막성장) 기술로 반도체 공정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 중이다. 1nm(나노미터)급 초미세 공정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독보적인 원천 기술을 앞세워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배 이상 급증하는 ‘퀀텀점프’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1nm 초미세 공정 구원투수 ‘ALG’

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반도체 전(前)공정 장비 업계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저온에서 원자 단위의 박막을 한 층씩 증착할 수 있는 ALD 장비를 중심으로 지난해 말 기준 885억원의 수주 잔고를 쌓았다. 글로벌 ALD 장비 시장에서도 2024년 기준으로 네덜란드 ASM과 일본 TEL, 미국 LAM 등에 이어 점유율 4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다 반도체 선폭이 최근 1nm급으로 진입하며 기존 ALD 공법은 심각한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 박막이 얇아질수록 균일도가 떨어지고, 복잡한 3D 구조에서 물질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 결함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으로 ALG 기술을 꼽는다. ALG는 기판 표면 에너지를 조절해 원자가 스스로 최적의 위치에 결합해 자라나게 하는 성장 방식이다.

공정 정밀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초미세 공정에서 치명적인 수율 하락 문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구원투수로 평가된다. 세계적으로도 ALG 관련 원천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매우 드문데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해당 분야 특허를 선점해 독보적인 기술 장벽을 구축한 상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ALG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장비를 반도체 양산 공정에 투입해 신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며 “불순물 없이 저온에서도 박막 성장이 가능해 고성능 반도체 생산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성엔지니어링 반도체 증착 장비 / 사진 제공=주성엔지니어링

SK하이닉스 이어 북미·대만 빅테크 공략

주성엔지니어링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SK하이닉스 중심 고객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속도를 낸다. 국내를 넘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북미와 파운드리 거점인 대만이 주요 타깃이다.

핵심 기술력인 ALG를 앞세워 북미 주요 반도체 제조사 및 대만 초대형 파운드리 업체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 기업과 장비 공급 및 공정 적용을 위한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1nm급 공정 도입에 앞서 기존 장비의 한계를 체감한 글로벌 빅테크들은 주성엔지니어링의 원자층 성장 방식에 먼저 손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주성엔지니어링은 그간 ALD를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강자로 통했다면 이제는 ALG 기술로 비메모리인 시스템 반도체 영역으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며 “미세 공정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ALD보다 한 단계 진화한 ALG 장비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4년 만에 영업익 1000억대 재진입

ALG를 앞세운 주성엔지니어링의 기술 우위는 올해 들어 실적으로 나타나며 시장 기대를 현실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올해 주성엔지니어링 영업이익이 4년 만에 1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하나증권은 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예상 매출로 4500억원, 영업이익 121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SK증권은 매출 4850억원, 영업이익 1160억원을 제시했다. 커지는 시장 규모에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은 3107억원, 영업이익은 313억원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ALG 비중 확대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어 매출은 25% 늘어나는 반면 영업이익은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다. 저가 수주를 통한 양적 팽창이 아닌 글로벌 기술 표준을 선점한 ALG 장비를 바탕으로 10%대에 머물던 영업이익률도 20%대 중후반까지 치솟는 고수익 구조로 체질 개선도 이뤄질 전망이다.

실적 회복을 넘어 이익률 개선을 통한 체질 개선은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추격자(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음을 상징한다. ASML이나 AMAT 등 해외 거대 장비사가 주도해온 반도체 증착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독자적인 기술 표준을 제시하며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연구개발 지속 투자 및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공급망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며 “전 세계 AI 수요 급증에 맞춰 비메모리 분야 진출에 박차를 가해 다양한 범용 장비로 제품군을 다변화해 시장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 방침”이라고 전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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