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발길 끊기자"...유령도시 된 일본 관광지, 엔저인데도 이렇게까지 안간다고..?

엔저 효과의 종말, 일본 관광업계 직격탄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 관광업계는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엔저 현상이 한국인 관광객을 대거 끌어모았기 때문입니다. 100엔당 850~910원대를 유지하며 '가성비 여행지'로 각광받던 일본은 2024년 한 해 동안 무려 882만 명의 한국인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전체 방일 외국인 관광객 3,687만 명 중 24%에 달하는 압도적인 비중이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하고 기준금리를 0.5%로 인상하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2025년 4월 100엔당 1,000원을 돌파한 환율은 여행업계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교원투어에 따르면 5월 황금연휴 일본여행 예약량은 전년 대비 45% 급감했으며, 지난해 3위였던 일본은 5위로 추락했습니다.

오사카, 한국인 없는 거리의 충격

오사카는 한국인 관광객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세미 한국'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어 간판과 한국인 관광객이 넘쳐나던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 오사카를 여행지로 선택한 한국인 비중은 2023년 34%에서 2025년 31%로 하락했습니다.

현지 상인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도톤보리의 한 타코야키 가게 주인은 "2024년에는 하루 종일 한국어만 들렸는데 요즘은 한산하다"며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난바와 우메다의 숙박업소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주로 받아온 중저가 호텔들의 공실률이 급증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후쿠오카, '또쿠오카'의 영광은 어디로

부산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후쿠오카는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일본 여행지 중 하나였습니다. '또 가고 싶은 후쿠오카'라는 의미의 신조어 **'또쿠오카'**가 생길 정도였죠. 2023년 후쿠오카만 기준 한국인 숙박객 비중은 무려 47%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엔화 강세와 함께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스카이스캐너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인기 여행지 순위에서 후쿠오카는 13.8%로 2위를 기록했지만, 제주도(15.2%)에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같은 비용이면 제주도나 동남아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카타 라멘과 모츠나베로 유명한 나카스 지역도 한국인 관광객 감소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포장마차 운영자들은 "2024년 여름에는 예약이 꽉 찼는데 올해는 30~40% 정도만 찬다"며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후쿠오카 공항의 면세점 매출도 타격을 입어 한국어 안내 인력을 축소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도쿄도 예외 없는 한파, 관광업 구조조정 시작

수도권인 도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 분석에 따르면 도쿄를 여행 목적지로 선택한 비중은 2023년 26%에서 2025년 24%로 감소했습니다. 시부야와 하라주쿠의 쇼핑 거리는 여전히 활기차지만, 한국인 관광객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특히 중저가 숙박업소들의 타격이 큽니다. 신주쿠와 이케부쿠로 일대 비즈니스호텔들은 한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로 가동률이 급감했습니다. 일부 호텔은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 유치에 나섰지만, 한국인만큼 소비력이 높지 않아 매출 회복은 더디기만 합니다.

도쿄도내 면세점과 드럭스토어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대량 구매하던 한국인이 줄면서 재고가 쌓이는 매장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한 드럭스토어 체인은 "2024년 대비 한국인 매출이 20% 이상 감소했다"며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물가와 환율, 이중고에 빠진 관광산업

일본 관광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환율만이 아닙니다. 현지 물가 상승도 한국인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2024년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인 147만 원보다 53만 원이나 많은 수준입니다.

라멘 한 그릇 가격이 1,000엔(약 10,000원)을 넘어서고, 중급 호텔 1박 요금이 15,000엔20,000엔(약 150,000원,200,000원)에 달하면서 여행 경비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여기에 항공권 가격마저 1.6배 상승하면서 일본 여행의 가성비가 급락한 것입니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여행물가·비용 때문에 일본을 선택한다'는 응답 비중이 2023~2024년 24%에서 2025년 17%로 하락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합니다. 일본 여행이 더 이상 저렴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셈입니다.

대체 여행지 부상, 베트남·태국·중국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 대신 선택하는 여행지는 명확합니다. 교원투어의 2025년 황금연휴 예약 통계를 보면 베트남이 18.7%로 1위, 유럽이 17.2%로 2위, 태국이 14.4%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일본은 9.3%로 5위에 그쳤으며, 중국(11.7%)에도 밀렸습니다.

특히 중국의 무비자 정책이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2024년 말부터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청두 등 주요 도시로 한국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태국은 저렴한 물가와 다양한 먹거리로 젊은 층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국내 여행 회귀 현상도 두드러집니다. 스카이스캐너 조사에서 제주도가 15.2%로 개별 여행지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고환율 시대에 해외여행보다 국내 관광지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제주도와 부산의 숙박업소 예약률이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일본의 선택, 다변화인가 회귀 유도인가

일본 관광업계는 생존 전략 수립에 나섰습니다. 한국 관광객 감소분을 중국, 동남아, 구미권 관광객으로 메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오사카와 후쿠오카 지방정부는 중국어와 영어 안내 인프라를 확충하고, 비자 완화 정책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인은 소비력과 재방문율이 높은 우수 고객층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정부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인 방일 횟수는 연평균 1.8회로 중국인(1.2회)이나 대만인(1.4회)보다 높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엔화 안정화와 물가 하락을 통해 한국 관광객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금리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엔저로 복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100엔당 1,000원 수준이 2025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일 관광 역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서

흥미로운 점은 한일 관광 패턴의 역전 현상입니다. 엔화가 비싸지면서 일본인의 한국 여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369만 명에 그쳤지만, 2025년 들어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일본 내 여행사들은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국 여행 상품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흐름을 활용해 일본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를 순회하며 한국 관광지 30선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설악산, 하회마을, 순천만 등 지방 관광지 홍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환율이 관광 수지를 좌우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한일 양국 관광업계의 명암은 계속 엇갈릴 전망입니다. 중요한 것은 환율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일본은 오랜 기간 쌓아온 관광 자원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으며, 한국은 K컬처와 미식을 결합한 새로운 관광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