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view] 어린이날 잠실 더비

푸르른 5월의 다섯 번째 날이자 모든 어린이가 행복하게 자라길 바라는 ‘어린이날’. 이날만큼은 야구장을 찾은 어린이 팬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10개 구단 선수 모두가 한층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단연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는 팀들이 있으니, 바로 5월 5일만 되면 운명처럼 마주하는 ‘한 지붕 두 가족’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다. 그야말로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 어린이날 잠실 더비. 양 팀 어린이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최고의 맞대결이지만, 얄궂게도 지난 2년 동안은 장난과도 같았던 비 때문에 경기가 미처 열리지조차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3년 만에 다시 어린이날에 만난 잠실 라이벌. 그 뜨겁고 벅찼던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5월 12일 작성)

에디터 김민규 사진 두산 베어스

#이벤트 정보

어린이날 잠실 더비
주최 KBO
날짜 2025년 5월 5일
장소 잠실야구장

두 팀이 처음으로 어린이날에 격돌한 건 1996년이었다. 그해 5월 4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탓에 역사상 첫 어린이날 잠실 더비는 더블헤더로 치러졌으며, 당시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가 이튿날 펼쳐진 두 경기(1차전 7 대 3, 2차전 6 대 4)를 모두 쓸어 담으며 역사적인 첫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특히 OB는 1차전 3 대 2로 뒤진 9회 초에만 5득점을 뽑으며 역전한 데 이어, 2차전에도 4 대 4로 맞선 9회에 2점을 내는 저력을 선보이며 어린이 팬들에게 달콤한 ‘승리의 맛’을 선사했다.

그 이후로도 1997년과 2002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어린이날에 잠실 더비가 열렸고, 초반 4년(1998년~2001년) 동안은 두 팀이 2승씩을 나눠 가지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그리고 2003년부터 KBO가 5월 5일이 포함된 시리즈에는 고정적으로 LG와 두산의 맞대결을 편성하기로 하며, 어린이날은 공식적으로 ‘잠실 더비 데이’가 됐다. ‘두린이’와 ‘엘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시리즈. 그것도 상대가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되는’ 팀이라는 점은 시리즈의 무게감을 한층 배가시켰다.

원래도 그렇지만, 유독 5월 5일에 LG와 두산은 치열하게 맞섰다. 특히 고정 맞대결이 시작된 2003년은 두 팀의 전성기와 암흑기가 극명하게 갈린 기점이었음에도, 첫 10년 동안의 전적은 5승 5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해당 기간 두산은 준우승 3회를 포함해 포스트 시즌에 7차례나 진출한 강팀이었고, LG는 한 번도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걸 고려하면 다소 의외라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이날 전적이 두산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건 LG가 암흑기를 청산한 2013년부터였다. 두산이 3년 연속(2013년~2015년)으로 어린이날 승리를 포함해 위닝 시리즈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린 것. 그나마 LG가 2016년과 2017년 어린이날에 승리하며 체면치레를 하나 했으나, 뒤이은 2018년과 2019년에는 두산이 아예 2년 연속으로 시리즈를 싹쓸이하며 엘린이들에게 인생의 쓴맛을 선사했다. 2020년대엔 LG가 조금씩 강팀의 반열에 올라서며 어린이날에도 힘을 써 보려는 모양새지만, 올 시즌 전 마지막 경기였던 2022년에도 두산이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무너뜨리며 승리를 거뒀다. 그 이후로 2년 동안은 봄비의 영향으로 잠실 더비가 열리지 못했고, 한동안 어린이 팬들에게는 아쉬운 날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3년이 지나 마침내 성사된 두 팀의 맞대결. 오랜만에 어린이날에 맞붙은 두 팀은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으나, 경기는 예년과 유사하게 처음부터 두산에 유리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1회부터 선취점을 뽑으며 기선을 제압한 두산은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키며 5 대 2 승리를 거뒀고, 어린이날 전적을 16승 11패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두린이에게는 축제, 엘린이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역사가 반복된 셈.

#Editor’s Picks

① 올해도 ‘두린이날’

이번 어린이날은 엘린이들이 오랫동안 고대하는 날이었을 테다. 시대를 막론하고 어린이날은 엘린이가 우는 날일 때가 많았지만, 올해만큼은 시즌 초반 LG가 압도적인 페이스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던 까닭이다. 비록 어린이날 직전에 상승세가 꺾이기는 했어도, 두산은 8위로 내려간 상황이었기에 올해야말로 복수를 위한 적기라고 여겼을 듯하다. 게다가 2022년에 쓰라린 패배를 당한 뒤 매년 설욕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니 더욱 그랬을 터.

그러나 2025년 어린이날의 주인공 역시 두린이였다. 두산 타선은 LG 선발 송승기를 상대로 5회까지 4점을 뽑으며 기세를 올렸고, 마운드에서는 6이닝 1실점을 기록한 콜 어빈과 경기 후반 추격을 뿌리친 최지강, 김택연이 위력투를 펼치며 시종일관 LG를 압도했다. 이날 두산이 리드를 잡지 못한 순간은 1회 초가 전부였을 뿐, 경기를 지켜보는 두린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승리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올해로 10번째 어린이날 잠실 더비를 치른 정수빈. 그는 3회 말 1점 홈런을 포함해 3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 2볼넷으로 맹활약했고, 다섯 타석 중 네 타석이 두산의 득점과 연결됐을 정도로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특히 첫 타석 안타, 두 번째 타석 홈런, 세 번째 타석 2루타를 때려내며 ‘어린이날 히트 포 더 사이클’을 향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으나, 나머지 두 타석은 아쉽게(?) 볼넷으로 끝나며 대기록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여담으로, 올해가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어린이날 두산 홈 경기’였다. 2026시즌을 끝으로 지금의 잠실야구장이 운영을 종료하며, 내년엔 어린이날 시리즈가 LG 트윈스의 홈 경기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2027년에 돌아올 두산의 어린이날 홈 시리즈는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을 개조한 임시 구장에서 펼쳐질 예정. 언젠가 ‘구 잠실야구장’에서의 마지막 어린이날 홈 경기를 추억할 두린이에게는 2025년 5월 5일이 사뭇 아련하고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② 동심의, 동심에 의한, 동심을 위한

경기만큼이나 이번 시리즈는 모바일 슈팅 게임 ‘브롤스타즈’와 협업해, 어린이 팬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며 눈길을 끌었다. 종합운동장역 5, 6번 출구 앞 중앙 매표소 바로 옆에는 브롤스타즈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대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으며, 1루 외야 출입구 앞 캐치볼장에서는 협업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가 운영됐다. 여기에 두산 선수들에게 직접 응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 존’까지.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각종 이벤트를 즐기려는 두린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 전에는 두산 선수와 팬들이 함께 즐기는 ‘그라운드 미니 운동회’가 진행됐다. 초등학생 이하 팬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이벤트는 고리 던지기, 릴레이 달리기 등의 종목으로 채워졌고, 정수빈, 오명진, 박치국, 잭 로그 등의 선수들과 두린이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시간을 보냈다. 이때 두린이만큼이나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집착(?)이 강했기에, 그 분위기는 흡사 올스타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어쩌면 어린이날을 완벽하게 장식한 이들의 승리는, 경기 전 어린이 팬들의 순수한 동심과 열정이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은 아니었을지.

한편, 원정팀이었던 LG 역시 엘린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비록 어린이날 시리즈는 아니었지만, 직전 주말(5월 2일~5월 4일)에 펼쳐진 SSG 랜더스와의 홈 3연전을 ‘엘린이데이’로 지정한 것이다. 두산이 브롤스타즈와 협업했듯, LG는 장난감 브랜드 레고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야구장 곳곳을 레고 관련 이벤트존으로 꾸몄다. 여기에 입장객 모두에게 레고 조립 패키지를 증정했고, 5월 4일 경기 전에는 레고 닌자고 캐릭터 ‘카이’가 시구를 진행해 엘린이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경기 도중 전광판에는 선수들의 어렸을 적 사진이 띄워져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Editor Speaks

하필 이번 5월 5일이 본래 야구가 없는 월요일이었던 탓에, KBO는 이례적으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이어지는 3연전을 어린이날 시리즈로 편성했다. 그리고 이는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무려 9연전이라는 강행군이 펼쳐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구단마다 한두 경기가 우천 취소되며 의도치 않은 휴식일을 갖는 경우도 생겼지만, 선수들의 피로도는 평소보다 자연스레 몇 배는 누적됐을 터였다. 게다가 어린이날 시리즈가 9연전의 대미를 장식하는 일정이었던 만큼, 선수들은 상당히 진한 피로감을 안고 경기에 나섰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늘의 장난 없이 3년 만에 5개 구장에서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된 올해,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그들이 던지고, 치는 공 하나 하나에 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열광했으며, 그 속에 어린이들은 순수하게 웃고 울었다. 그렇게 이들의 어린이날은 올해도 야구로 진하게 물들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어린이가 승리의 기쁨을 안고 잠자리에 들 순 없었을 테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게 세상의 섭리일 테니 말이다. 그래도 어린 마음에 조금 속상하고 슬픈 순간을 마주한들 어떤가. 앞으로도 야구와 함께 자랄 이 새싹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은 올해 어린이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니. 에디터 역시 이번 직관을 계기로 어렸을 적 추억을 되새긴 만큼, 2025년 5월 5일이 수많은 어린이 팬에게 소중한 장면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0호 (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DUGOUTMAGAZINE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ugout_mz
유튜브 www.youtube.com/@DUGOUTMZ
네이버TV tv.naver.com/dugoutmz


<더그아웃 매거진>은 대단한미디어가
제작,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포스트 내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대단한미디어와 표기된 각 출처에 있습니다.
잡지 기사 전문을 무단 전재, 복사, 배포하는 행위를 금하며,
적발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