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 한우보다 비싸다니 이럴 수가"…2년 만에 재현된 대란
1등급 한우 등심 9640원 vs 배추 한포기 9963원
기록적 폭염에 작황 타격…가을 배추 작황도 우려
정부 "중국서 배추 긴급 수입"…내달 안정화 예상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배추 가격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젠 한 포기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하면서 한우 고기보다 비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중국산 배추 수입 등 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에서는 김치 품절 대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배추 상품 한 포기당 소매가격은 9963원으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6193원) 대비 61%, 평년(7217원) 대비 38%가 각각 상승한 가격이다. 같은 날 국내산 한우 등심 1등급(100g)의 가격은 9640원으로 집계됐다. 배추가 한우 가격을 역전한 셈이다. 한우는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 배추는 폭염·집중호우로 공급이 줄어 가격이 치솟고 있는 탓이다.
본래 호냉성 채소인 배추는 김장철을 앞두고 9~10월 가격이 오른다. 이후 가을배추가 본격화하면 서서히 가격이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는 상승세가 유독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추석까지 폭염이 이어지면서 기온이 낮은 산지의 고랭지 배추마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배추 가격이 곧 1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전히 이상 기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가을배추 재배 면적 역시 전년보다 감소해서다. 실제로 지난 21일 전남 해남에는 하루 3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재배 면적의 약 15%가 피해를 봤다. 해남은 전국 가을배추 생산량의 17%, 겨울 배추의 65%를 차지하는 곳이다.
가을배추 재배 면적 감소도 악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 재배 의향 면적은 지난해보다 2.1%, 평년보다 4.3% 감소한 1만 2870㏊로 예상됐다. 지난해 가을배추 출하 가격이 떨어져 다른 작물로 전환하려는 농가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시장서는 포장김치 대란…발등 불 떨어진 정부
시장에서는 지난 2022년 ‘금배추 대란’이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년 9월에도 여름철 폭염, 폭우에 태풍 ‘힌남노’까지 한반도에 상륙해 배추 소매가격이 1만원을 넘어섰다. 앞으로 배추 가격이 1만원을 돌파하면 2년 만에 다시 최고가를 기록하는 셈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배추와 김치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대상(001680)과 CJ제일제당(097950) 등 주요 김치 제조사들은 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포장김치 생산을 줄이고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있다. 현재 대상의 자사몰인 ‘정원e샵’에서는 대부분의 포기김치가 품절 상태다. CJ제일제당의 자사몰도 마찬가지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배추 판매를 1인 3통으로 제한한다는 안내문도 붙었다.
대상 관계자는 “이번 여름 배추 가격 폭등으로 포장 김치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며 “현재 배추 수급 불안으로 포장 김치를 평소의 절반 정도만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하는 즉시 납품을 진행하고 있는데 주문이 많아 곧바로 품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긴급히 중국산 배추를 들여오는 등 수급 안정에 나섰다. 지난주 초도물량 16t을 수입했고 앞으로 국내 작황을 고려해 수입 물량을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민간 수입을 촉진하고자 배추에 할당관세(0%)를 적용 중이다. 이 밖에 산지에 출하 장려금을 지급해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 가격 안정을 위해 대형마트의 할인 행사 지원에도 나서는 중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산 배추를 앞으로 매주 200t씩, 다음 달까지 1100t에 달하는 물량을 수입해 가격 안정화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주가 배추수급난의 피크타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달 가을배추 물량이 공급되기 시작하면 배추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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