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충청도에 붙어있는 현수막인데, 과속하지 말라는 말을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라며 돌려 말하고 있다. 충청도의 돌려 말하기 화법은 이미 인터넷에도 많이 퍼져있는데, 택시 문을 쾅 닫으니 기사님이 “그걸로 문 부서지것슈?” 했다는 썰이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너무 뜨거운 물로 감겨주니 고객이 “닭 튀겨?”하고 물어봤다는 썰 등등. 마침 유튜브 댓글로 “충청도에서는 왜 돌려 말하기 화법을 많이 쓰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실제로 충청도에선 돌려말하기 화법이 많이 쓰일까? 충청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개그맨 김두영님께 물어봤다. 코빅 녹화 도중에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그맨 김두영
"그렇다고 봐야죠. 제가 자랐던 환경에서 주변분들이나 가깝게는 저희 아버지도 그러셨고 친척분들 삼촌들 다 그쪽 지방 출신이셔서 그런 거를 자라면서 계속 보고 기억을 했다가 어떤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사용하는 편이죠. 근데 의도를 하고 하는 것도 있지만 정말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그럼 왜 이렇게 충청도에는 돌려 말하는 화법을 많이 쓰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청도 사람들의 대화 습관과 기질 자체가 다른 지역보다 직접적인 언어를 피하기 때문이다. <사투리로 읽어보는 충청문화>, <속터지는 충청말> 등 충청도 방언에 관한 여러 서적을 낸 이명재 작가에게 물어봤다.

이명재 작가
"충청도 사람은 상대방을 직접 칭찬하는 것 상대방을 앞에다 대놓고 그 자리에서 지적하는 거를 어법에서 가장 피해요. 상대방이 이렇게 해줘 그러면은 ‘해달라고’가 긍정이니까 ‘싫어’라는 말을 아무도 쓰질 않아요. 그러면 이제 제일 흔하게 ‘내일 우리 이런 일이 있는데...’ 이렇게 대답하지 ‘싫다’라는 표현은 안 해요"

충청도식 화법을 간접 언어 혹은 고맥락 언어라고 하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뜻보다 말을 둘러싼 맥락과 관계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언어다. 쉽게 말하면 눈치껏 잘 알아들어야 한다는 말. 예를 들면,

이명재 작가
"이렇게 친구랑 가는데 친구를 만났어요. 그러면은 친구가 되게 반가워요. 그러면 ‘날 좋~다’ 그러죠. 싫은 사람이 왔을 때 ‘날 좋다’라고 하는 거는 너에게는 관심이 없다. 난 날씨에(만) 관심이 있다. 이런 뜻이고요. 말만 가지고는 충청도 사람의 말은 드러나지 않고 주변의 상황이 70% 표현이 30%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같은 ‘날 좋다’라는 말도 상황에 따라 180도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건 충청도 사람 특유의 배려에서 나온다고 설명하는데, 상대방에게 거절할 때 상처 주지 않으며 의미하는 바는 넌지시 전달하는 식으로 언어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렇게 간접적으로 말하는 게 더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답답해하기도 한다고

이명재 작가
“상처를 주지 않는 기질이 있다고 보면 되고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반대적 해석도 가능하죠. 이렇게 비유적 언어로 쓰면 두리뭉실해져요. 일이 속도가 느리다는 거죠. 말이 그런 형태가 되면 행동이 따라서 느려질 수밖에 없어요. 반대로 답답하다라는 해석도 가능하죠”

또 다른 이유로는 충청도의 역사적, 지리적 특성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김덕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전 한국어문화원장
"통상 지역적인 특성이 좀 있잖아요. 경상도에는 산이 많습니다. 산지가 많다는 것은 우리가 주식인 쌀이 풍부하지 않다는 뜻이죠. 그런 부분에서 생활이 각박한 부분이라든가 이런 것 때문에 말투가 빨라지고 좀 거칠어지고 하는 반면에 충청도도 그런 면에서 보면 물산이 풍부하고 문화적으로 여유로움 때문에 말이 조금 느긋한 느낌이 난다. 이렇게 볼 수도 있죠"

서울대학교 사회문화연구소에서 조사한 충청도 지역 정체성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충청도의 전형적 기질을 ‘느긋하다’, ‘소박하다’, ‘온순하다’ 순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과거부터 “양반의 고장”, “익살의 고장”으로 불리며 특유의 여유로움과 그 여유로움에서 오는 유머러스함이 충청도의 돌려만들기 화법을 만들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