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기획 취업, 규모별 직무 성격도 다른 이유


경영관리 직무로 6개월 근무하다가 퇴사 후, 다시 취업 준비 중인 취준생입니다.


©Pawel Chu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경영관리 직무는 주로 ‘월 실행 계획 수립’,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 ‘실적 마감’, ‘회의 준비’ 그리고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면 그때마다 자료를 분석해서 입점 확대 여부라든지, 투자안 검토를 위한 ‘시장분석’ 등을 수행했습니다.


아무래도 작은 회사다 보니, 다른 회사에서 전략/기획 혹은 경영관리 직무로 나뉘는 걸 합쳐서 관리하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6개월 정도만 근무했다 보니. 시키는 업무만 제대로 하기에도 바빴기에 직무 이해도가 높지 않습니다.


전략기획, 경영관리 직무로 계속 지원하고 있는데 최종 면접에서 5번 떨어졌는데 모두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업기획 직무에서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여쭤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직 성장 가능성이 추정되지 않은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나요?


바쁘실 텐데 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미 알고 계시는 것과 같이 회사의 규모에 따라서 직무의 정의가 달라지는 것은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어렵겠지만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이것을 염두에 두고, 사업기획 직무의 역할을 회사의 규모에 맞게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Trent Erwin


사업기획, 회사의 규모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이뤄집니다

먼저 대다수의 대기업 레벨에서의 사업기획 직무는 전에 없던 신사업을 기획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에 진행 중인 사업, 혹은 밸류체인 안에서 여러 지표들을 바탕으로 사업의 확장, 축소 및 유지에 대한 기획을 담당하는 직무입니다. 즉, 성장 가능성이 추정되지 않은 시장이 아니라, 이미 수요 또는 공급 규모가 정해진 상황에서 어느 정도 투자금액이 필요하고 수익성을 기대해 볼 수 있는지 feasibility study를 진행하는 행위입니다. 이때 Boundary Condition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가능성을 검토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바운더리를 세팅하는 일이겠죠. 또한, 매출 규모나 수익채널은 정해져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급/생산자 관점에서 비용/원가 구조를 검토하는 것의 비중이 높습니다.


반면, 중소/중견 기업에서 사업기획 직무는 말씀하신 것처럼 신사업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기존 사업으로부터 신규 사업으로 전환/확장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을 검토하는 역할이 포함됩니다. 이때, 기업의 사업 역량에 따라 대기업처럼 수요/공급 규모가 세팅된 채로 검토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중소/중견 기업에서는 이러한 밸류체인 세팅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사업을 검토할 때 중요한 것은 시장 안에서 어떻게 신사업을 진행할 것인가, 매출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확보하고, 그 규모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검토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경우, 비용/원가 구조도 중요하지만 매출 창출과 관련된 기획의 중요성이 조금 더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의 사업기획 직무는 조금 더 광범위한 정의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저 또한 스타트업의 사업기획 직무를 거쳐 스타트업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사업기획 직무는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 내린 정의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 밖으로 손을 뻗는 역할이다"라고 생각이 듭니다. 손을 뻗는 대상은, 고객이 될 수도 있고, 정부나 투자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즉, 고객을 위한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될 수도, 정부에 지원 사업을 신청하는 역할을 할 수도, 투자사를 상대로 피칭을 위한 IR덱을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될 수도 있습니다.


©Nastuh Abootalebi


사업기획, 경영기획 이런 차이가 있어요

끝으로 사업기획과 경영기획 직무의 차이를 말씀드리자면, 사업기획 직무는 통상 외부를 바라보고 기획을 하는 반면, 경영기획은 내부를 바라보고 기획을 합니다. 즉, 사업기획의 주요 인풋은 시장과 고객, 제품과 서비스이고, 아웃풋은 사업의 변화, 제품이나 서비스의 변화라면, 경영기획의 인풋은 경영진의 보이스와 임직원/조직의 지표나 현안이며 아웃풋은 내부 운영의 변화입니다.


각 기업별 조직 구조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 그룹 단위의 사업기획 조직이 있고, 그 조직 하위에 있는 본부나 계열사 단위로 경영기획 조직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사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 내부 경영 전략을 얼마든지 수정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취직을 희망하는 회사의 조직구조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에 따른 헤게모니나 역할이 어떻게 다른지 고민해 보시면서 지원하시는 직무의 업무 정의가 더 명확하게 내려질 것 같습니다.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