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창업자가 만든 믹스커피 전문점, 뉴믹스커피
요즘 누가 믹스 커피 마셔?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수동에서 지금 가장 핫한 카페 하나를 꼽으면 바로 여기, 믹스커피 전문점 ‘뉴믹스 커피’입니다. 궁금하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컨셉의 브랜드를 만들었을까. 그래서 다녀왔습니다.
뉴믹스 커피는 신생 브랜드 ‘그란데클립’에서 만든 카페 브랜드입니다. 그란데클립은 탄생과 동시에 꽤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창업자가 전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이기 때문이죠. 그란데클립이 런칭한 뉴믹스 커피 역시 스타 CEO의 후광 효과로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물론 후광효과가 없었다고 해도 뉴믹스 커피는 관심을 받긴 했을 겁니다. 믹스 커피 전문점이라니, 재미있잖아요.
오픈하고 5일 뒤에 방문을 했는데, 여전히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니 대기줄이 금세 길어졌습니다. 매장 내부에는 음용 공간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테이크아웃을 해야 하는데도 개의치 않아보였습니다. 공간을 안내해준 뉴믹스 커피 프로젝트 총괄 디렉터 김규림의 설명에 따르면 가까운 곳에 큰 공원이 있어서 그곳에서 많이 마신다고 합니다.
보이는 공간이 전부입니다. 주문하는 손님과 대기하는 손님을 포함해 여섯 명 정도면 비좁을 정도로 좁은 편입니다. 커피 제조실은 카운터 뒤쪽 벽 너머에 숨겨져 있습니다. 공간 디자인은 많이 고민한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거대하고 비싸보이는 라마르조코 커피머신을 쓰는 것도, 바리스타가 드립커피를 내려주는 것도 아니다보니 커피 봉지를 뜯고 휘휘 저어야 하는데, 그 퍼포먼스가 ‘K’스러울 수 있으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저게 2500원이라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가격과 메뉴는 이렇습니다. 메뉴 하나하나가 다 재밌습니다. 믹스커피는 살면서 많이 마셔봤잖아요. 그런데 녹차맛이라니, 볶은쌀맛이라니, 이런 건 또 처음이니까 하나씩 다 마셔보고 싶더라고요. 저는 365일을 식단 조절을 하며 살기 때문에 믹스커피를 마실 일은 많지 않은데, 믹스커피의 달달한 맛이 꽤 강력하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메뉴는 한국적인 메뉴들로 계속 추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국적이라고 하면 누룽지맛 같은 고전적인 맛을 생각할 수 있지만, K-커피를 믹스커피로 해석하는 그란데클립답게 바나나킥맛 같은 걸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파격적으로 새우깡 맛 제안해봅니다.
건빵 한 컵, 오리지널 슬러시, 오리지널(HOT), 볶은쌀맛(ICED), 이렇게 네 가지 음료를 주문했습니다.
전혀 ‘믹스커피’처럼 보이지 않는 비주얼이라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볶은쌀맛(ICED) 같은 경우에는 크림이 올라가면서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났어요. 믹스커피를 굳이 카페에서 마실 필요가 있을까 묻는다면 이것 때문에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집에서 타 먹는 것과 다를 테니까요. 다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리지널 슬러시가 가장 좋았습니다. 합정역 부근에 있던 추억의 은하수 다방에서 마신 ‘다방 커피’라는 커피가 떠오르는 맛이었습니다. 확실히 믹스커피의 맛은 어떤 스페셜티 커피도 대체할 수 없는 맛이긴 합니다. 복합미나 깊이는 없지만 직관적이고 솔직한 맛이랄까요. 그게 믹스커피의 매력이니까요.
커피를 세 잔 마시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K스러운 방식이어도 좋지 않을까?’ 봉지 스틱을 셀프로 저어서 먹을 수 있는 ‘커피는 셀프로 존’이 있다거나, 종이컵 디자인이 좀 작고 촌스럽다거나, 고급커피와 일반커피가 있다거나. 어쩌면 30대 중반이 된 제가 타겟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너무 멋있어진 초등학교 동창을 보는 느낌이긴 했거든요. 사소한 희망사항을 적었지만, 결론은 추천입니다. 최근에 방문했던 카페 중 제일 재미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