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화두 '글로벌'…여신금융硏 "수익원 비전 없으면 진출 말라" [현장+]

박태준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이 25일 서울 중구 한외빌딩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홍준 기자

"수익원 확보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지 않다면 해외 진출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박태준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25일 서울 중구 한외빌딩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정밀한 해외 진출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는 예금 없이 할부금융, 신용카드, 리스 등 특정 여신 업무에 특화된 금융회사를 뜻한다.

현재 여전사들은 국내 영업 환경 변화 속에서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기술(핀테크)·대형 정보통신(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입 확대로 경쟁이 심화되면서다. 디지털 소비 형태의 확산 속에서 여전사들의 대면 영업방식은 효용성이 하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성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여전사는 신흥국들의 금융 시장 성장을 기대하며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여전사의 해외점포는 2023년 9월 기준 74곳으로 2009년과 비교해 311.1% 상승했다. 전체 여전사 점포 가운데 해외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15.0%로 은행(41.0%), 보험사(15.4)%에 이어 3위다.

다만 여전사의 해외 진출 지역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집중되는 것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전사 전체 해외 점포 가운데 동남아시아 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다.

대부분의 카드·캐피탈 회사들이 소액 대출 위주로 영업하는 등 해외 사업 구조가 유사한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여전사들이 같은 도시에 진출해 비슷한 사업을 하게 되면 국내 기업 간 경쟁만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해외에 나가면 모두가 소액 대출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많이 나온다"며 "이러다 보면 카드와 캐피탈을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독립 여전사, 은행계열 여전사보다 제조사계열 여전사들이 높은 수익성을 보이는 것을 놓고 여전사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 때문으로 평가했다.

2023년 9월 기준으로 독립 여전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2.2%로 가장 낮았다. 은행계열 여전사는 2.5%, 제조사계열 여전사는 6.3%였다. 박 실장은 "제조사계열 여전사들은 리스, 할부금융 등 실물 거래와 직결된 금융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경향이 있다"며 "여전사만의 강점을 활용해 해외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여전사의 해외 진출 유형을 살펴보면 현지법인이 81%를 차지했다. 이는 다른 금융권(48%)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현지법인 형태의 해외 진출은 사무소나 지점을 설치하는 방식보다 지역별 규제에 민감하다. 진출 지역 금융당국의 인허가 지연, 잦은 자료 요청, 배타적인 태도 등도 해결해야만 한다. 아울러 현지 문화 적응, 우수 인력 확보, 독립성 부여 등도 필요하다.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로는 신한카드가 꼽혔다. 인도네시아에서 신용카드, 할부금융 사업을 영위하는 신한카드는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현지 대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거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신한카드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신한인도파이낸스의 순이익은 2017년 –301억원에서 203년 5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박 실장은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맞춤형 상품을 잘 마련하고 현지 규제에 잘 적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실패한 기업들은 현지에서 '자기들만의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여전사가 진출하기 좋은 지역으로는 인도네시아, 라오스, 우즈베키스탄 등이 꼽혔다. 세미나 연사로 나온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의 자동차금융 시장이고 라오스는 시장 규모는 작지만 연평균 성장률이 두 자리로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도 "우즈베키스탄은 전문 할부금융사 제도가 부재해 시장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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