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는 대표적인 국민 해산물로, 삶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만 해도 훌륭한 밥반찬이나 술안주가 된다. 그런데 막상 집에서 오징어를 삶아보면, 횟집에서 먹던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은 온데간데 없고 질기고 퍽퍽한 결과물이 나올 때가 많다.
이럴 때 대부분은 신선도 문제나 삶는 시간만을 의심하지만, 사실 삶는 ‘순서’만 바꿔도 식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핵심은 끓는 물에 바로 넣는 게 아니라 ‘찬물’부터 넣고 가열하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하나씩 알아보자.

끓는 물에 바로 넣으면 오징어가 질겨지는 이유
대부분 오징어를 삶을 때는 물이 팔팔 끓고 난 뒤에 오징어를 넣는 방식을 쓴다. 이때 끓는 물에 오징어가 갑작스럽게 들어가면서 표면 단백질이 빠르게 수축해버린다. 이 수축 작용은 안쪽 살까지 열이 도달하기 전에 겉을 먼저 딱딱하게 만들어 전체적인 식감을 질기고 고무처럼 만들게 된다.
특히 두꺼운 몸통 부위는 안은 덜 익고 겉은 지나치게 익는 경우가 많아 조리 실패의 대표적 원인이 된다.

찬물에서 천천히 끓이면 부드러워지는 이유
오징어를 찬물에 넣고 천천히 가열하면 단백질이 부드럽게 익어가며 수축도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이로 인해 표면은 물론 속살까지도 고르게 익게 되고, 결과적으로 훨씬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이는 스테이크를 약불에 천천히 구워 속까지 익히는 원리와도 유사하다. 또한 중간에 온도가 급격히 오르지 않아 살이 뻣뻣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지는 효과도 크다.

삶을 때 필요한 물 조절과 시간도 중요하다
찬물에서 삶는 방식이라도 물의 양과 삶는 시간은 중요하다. 오징어가 충분히 잠길 정도의 물을 사용해야 하고, 중불에서 서서히 끓이기 시작해 물이 끓기 시작하면 2~3분 내외로만 익히는 것이 포인트다.
너무 오래 끓이면 부드러운 질감은 다시 질겨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조리 도중 뚜껑은 열어두고, 중간에 젓가락으로 살짝 눌러보며 익힘 정도를 체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식초나 청주를 약간 넣으면 더 부드러워진다
찬물에 오징어를 넣을 때, 여기에 식초를 몇 방울 또는 청주를 한 숟갈 정도 더하면 잡내를 제거하면서 살결을 더 부드럽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식초는 단백질을 살짝 풀어주는 작용이 있어 삶았을 때 뻣뻣함을 줄여주고, 청주는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준다. 둘 중 하나만 넣어도 충분하지만, 기호에 따라 향을 살짝 추가하고 싶다면 마늘이나 통후추를 같이 넣는 것도 좋다.

삶은 후에는 재빠르게 식히는 것도 중요하다
오징어는 삶은 뒤의 처리법도 식감을 좌우한다. 삶자마자 뜨거운 상태로 두면 내부의 열이 계속 남아 단백질이 과하게 익게 되어 다시 질겨질 수 있다. 따라서 익힌 직후에는 찬물에 재빨리 헹궈서 식히는 것이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때도 너무 오래 헹구면 맛이 빠지니 겉에 남은 열기만 식힐 정도로 가볍게 헹궈주는 것이 좋다. 이후 썰어서 초고추장에 곁들이면, 횟집 못지않은 식감과 맛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