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중요한 수련 중 하나였던 '국궁'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시원한 실내 전시관도 좋지만, 몸을 직접 움직이며 옛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안에 있는 황학정 국궁전시관은 그런 장소 중 하나다. 8월 2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국궁 특강이 열린다. 활을 쏘는 체험부터 예술, 역사 강의까지 준비됐다.
한국 운동 국궁, 무슨 뜻일까

국궁은 ‘나라의 활’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병사뿐 아니라 선비나 백성도 활쏘기를 중시했다. 활을 잘 쏘는 능력은 단순한 전투 기술이 아니라 인격 수양의 수단이었다. 활을 당기기 전 마음을 가다듬고, 화살을 날릴 때 집중하는 과정 자체가 훈련이 됐다. ‘활쏘기는 곧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 말할 만큼 중요한 수련 중 하나였다.
국궁은 목재, 소뿔, 물소 힘줄, 대나무, 아교 등 열 가지가 넘는 재료를 정교하게 섞어 만든다. 여러 재료를 붙여 만든 ‘합궁’ 방식으로 제작되며, 제작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크기는 작지만, 위력은 강하다. 서양의 커다란 활보다 화살이 훨씬 멀리 날아간다. 작아서 휴대가 쉬운 점도 전장에서 유리했다. 빠르게 움직이며 활을 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궁과 어떻게 다를까
양궁과 국궁은 사용하는 활부터 다르다. 양궁은 주로 리커브 보우(현대식 곡궁)를 쓰고, 국궁은 전통 방식으로 만든 각궁을 쓴다. 국궁은 손으로 직접 화살을 장전하고 활시위를 당긴다. 시위를 고정하는 도구 없이 손가락 힘만으로 버틴다.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신체 감각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양궁은 표적까지 거리 70m에서 쏘지만, 국궁은 보통 145m 떨어진 과녁을 겨냥한다. 국궁은 거리도 멀고, 화살을 날리는 데 힘과 집중이 더 많이 든다. 또한 양궁은 정해진 틀에서 쏘는 경기지만, 국궁은 자세와 호흡, 타이밍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익혀야 한다.
기록 방식도 다르다. 양궁은 점수를 누적해 승부를 가르지만, 국궁은 일정 수 이상의 명중만 인정한다. 기술보다 인내와 꾸준함을 중시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활쏘기의 기본자세

국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세다. 활을 쏘는 과정은 여섯 단계로 나뉜다. 서기, 들기, 당기기, 겨누기, 놓기, 마무리다. 먼저 바르게 선 뒤 왼팔을 들어 활을 수평으로 맞춘다. 다음은 시위를 천천히 당긴다. 이때, 화살 끝이 왼손의 활 중심과 일직선이 되도록 조정한다. 눈과 과녁, 화살 끝이 일직선이 되도록 집중해야 한다.
당긴 상태에서 숨을 멈추고, 천천히 손가락을 풀면 화살이 날아간다. 이때 흔들림 없이 마무리 자세를 유지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화살을 날리고 나서도 움직이지 않고,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국궁의 기본이다.
숙련자일수록 무리한 힘을 쓰지 않는다.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고, 움직임은 작지만 정교하다.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꾸준히 연습하고, 자신만의 호흡과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 자세는 단순해 보여도, 막상 해보면 온몸이 후들거릴 만큼 힘든 운동이다.
활은 무기이자 예술
황학정 국궁전시관에서 열리는 여름방학 특강은 국궁을 중심으로, 예술과 역사도 함께 배울 수 있다. 고대와 중세 유럽 미술 속 활의 모습과 동양 화폭 속 활의 표현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시간도 있다.
국궁의 곡선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전통 등을 만드는 체험도 진행된다. 활의 형태를 조형물로 표현하며, 손으로 직접 작업하는 활동이다. 예술가가 진행하는 수업이라 높은 완성도가 기대된다.
국궁에 담긴 역사 이야기도 함께 다뤄진다. 유튜브 채널 ‘장군멍군’을 운영하는 고성균 전 육군사관학교장이 직접 강의한다. 한반도의 지형과 활의 관계, 무기로서의 가치, 이순신 장군과 활의 일화까지 소개할 예정이다.
국궁을 체험할 수 있는 곳

황학정은 조선 고종이 직접 지은 활터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전시관 안에는 활 제작 과정, 전통 활 장비, 옛 활쏘기 기록 등이 전시돼 있다.
이번 여름방학 특강은 8월 2일, 9일, 16일,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참가비는 유료이며, 종로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거나 전화,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국궁은 손으로 활을 당기고, 눈으로 과녁을 보고, 온몸으로 집중하는 한국 운동이다.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예술과 역사까지 함께 배우는 경험은 흔치 않다. 여름의 무더위를 이겨내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국궁을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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