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과 아내에 살해 당한 남편… 고인 남긴 노트엔 “가족 보며 다시 힘 얻는다” [그해 오늘]
2022년 10월 8일, 한 가장이 친아들과 아내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고인은 아들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어가면서도 “아들이 감옥에 가면 안 된다”고 감쌌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생전 작성한 노트에는 ‘고통스러워도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고 적힌 글귀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 수차례 살해 시도…경찰엔 “남편이 욕설하며 폭행했다” 거짓 진술
한 집안의 가장을 모자가 공모해 잔혹하게 살해한 이 사건은 애초 아들 B군의 단독 범행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당시 B군은 ‘평소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심했고 사건 당일에도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고, 당시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한 A 씨도 ‘남편이 자주 술을 마시고 욕설하며 폭행했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경찰은 B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이후 재조사 끝에 A씨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 모자는 모두 구속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피해자 시신을 부검한 결과, 폐가 손상되고 두개골이 함몰된 것으로 밝혀졌다. 몸에서는 수면제와 소량의 독극물도 검출됐다. 이후 B군은 ‘정강이를 몇 번 맞은 적이 있었다. 아빠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부풀렸다’며 허위 진술이었음을 시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10월 7일 B 군에게 살인 제안을 했고, 이튿날인 8일 밤 모자는 C씨가 잠들자 부동액을 넣은 주사기로 심장 부근을 찔렀다. 잠에서 깬 C씨와 몸싸움이 벌어졌고, B군은 흉기로 C씨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 생전 고인 노트에 적힌 글귀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
숨진 남편 C 씨가 사망 사흘 전 작성한 노트에는 ‘눈을 다친 뒤 아직도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고통스럽다’면서도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고 적힌 글귀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생전 안과 진료 후에도 그는 의사에게 ‘나뭇가지에 찔린 상처’라고 주장했고, 여동생에게도 사고로 눈을 다쳤다고 둘러대며 아내를 감쌌던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 살해당하는 순간에는 ‘아들이 감옥에 가면 안 된다. 날 병원에 데려가라’며 이들을 감싼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씨는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고 자신의 언어 장애를 비하한다는 이유로, B군은 가정불화에 대한 스트레스와 자신의 외모와 성적을 나무랐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1심에서 “A 씨는 남편에게 제초제와 최면진정제, 정신신경용제를 투여하고 가슴을 부동액으로 찌른 데 이어 둔기를 휘둘러 남편을 살해했다. 아들과 함께 잔인한 살인 방법을 계획한 뒤 실행하고도 고인이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인 것처럼 주장해 명예를 훼손하기까지 했다”며 A 씨에게는 무기징역, B군에게는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A 씨와 B 군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구형한 검찰과 B 군은 항소를 포기했으나 A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이를 기각한 2심 재판부는 “이전에도 음식에 제초제를 넣는 등의 방식으로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음에도 단념하지 않고 기어코 범행을 저질렀고, 만 15세에 불과한 아들에게 범행을 권유했다”며 “범행 경위와 수단, 잔혹한 수법을 고려할 때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참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A 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상고 내용에 항소심을 뒤집을 만한 사항이 없다고 보고 변론 없이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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