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M&A] 지배주주 '경영권 프리미엄' 비판하던 강성부 펀드, 고가 베팅 논란

/사진=KCGI 홈페이지 갈무리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인수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배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 독식을 비판하던 KCGI의 행보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학교법인 학양학원은 KCGI를 한양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한양학원, 백남관광, 에이치비디씨 등이 보유한 29.6%(보통주 376만6973주)다.

KCGI는 매각 대상 지분을 주당 6만5000원에 총 2448억5324만원을 들여 인수할 계획이다. 아직은 가계약 상태로 실사 및 협상을 벌인 뒤 매매대금을 확정할 예정이다. 독점 협상 기간은 5주이며, 합의를 통해 일주일 연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다음 달 중 최종 매매대금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부터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사들인 데 이어 증권사까지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2년 전 한양증권 인수에 나섰던 우리금융지주가 발을 뺀 것도 KCGI의 인수설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인수가격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매매대금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공시는 이달 2일 장 마감 이후 발표됐다. 공시 당일 한양증권의 종가는 주당 1만5580원이었다. KCGI가 제안한 인수가격은 시가의 4배가 넘어 경영권 프리미엄이 317.20%에 달한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던 KCGI는 국내 M&A 시장의 문제점으로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적해왔다. 지배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식하는 것에 대해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 응하기로 결정했을 때 보도자료에서 "지배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점하는 동시에 비지배주주가 회사로부터 강제 축출되는 것을 허용하는 법제도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자본시장 선진국들의 경우 지배주주의 경영권 이전 상황에서 일반주주들이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무공개매수 제도, 비지배주주의 다수결동의 제도(Majority of Minority)를 도입하거나 지배주주의 충실의무와 같은 판례 법리를 적용해 일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한양증권 인수전에서 KCGI가 그동안 주장해온 것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IB 업계 관계자 "KCGI는 줄곧 지배주주의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적했지만, 이번 한양증권 인수전에서는 인수가격을 과도하게 높게 설정했다"며 "그동안 주장하던 내용과 반대되는 행보를 나타내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단기 차익실현을 우선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DB하이텍 사례가 있다. 지난해 3월 KCGI는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등을 앞세워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지난해 6월 공개서한을 보냈고 결과적으로 DB하이텍은 경영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KCGI는 1년도 안 돼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지난해 12월29일 KCGI는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 중 5.63%(250만주)를 6만6000원에 DB아이앤씨에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당시 DB하이텍 주가는 5만8600원으로, KCGI는 약 13%의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했다.

KCGI가 블록딜을 했다는 소식에 DB하이텍 주가는 하향세를 나타냈고, 8개월 넘는 시간 동안 주가 6만원을 회복하지 못했다. 전날(13일) DB하이텍 종가는 4만3150원이다.

DB하이텍 소액주주 대표는 "자본시장에서 수익을 우선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시점에 퇴장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KCGI가 추천한 인사가 감사위원에 포함됐지만 김준기 창업회장의 퇴진도 실패했고, 종합적으로 보면 지배구조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한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