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만든 노란봉투법이 아닌데[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61)

2026. 5. 1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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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4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교섭 진전을 촉구하며 무기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24년 가을 미국 시애틀의 보잉 공장에서 3만3000명의 기계공이 53일간 일손을 놓았습니다. 결정적 도화선은 ‘연평균 3~4% 수준’으로 지급해오던 AMPP(Aerospace Machinists Performance Plan) 성과급을 사측이 폐지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측은 AMPP를 부활시키고 ‘최저 연 4% 지급 보장’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했습니다. ‘회사 재량’이던 성과급이 ‘단협상 권리’로 격상된 성공 사례였습니다.

#2001년 한국에 있는 T사 노조는 기본급 13% 인상, 성과급 200% 인상 지급 등의 임금요구안을 제출했으나 교섭이 결렬됐습니다. 노조는 조정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급작스러운 공장 가동 중단, 공장 출입 봉쇄 등 위법한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법원은 “노조가 회사의 생산시설과 공정에 피해를 줄 것이 명백하고도 직접적인 행위들인 급작스러운 공장 가동 중단, 공장 출입 봉쇄 등을 기획·지시했거나 방임하는 등 위법한 방법을 동원했으므로, 이 사건 파업은 정당성을 결여한 불법 파업에 해당한다”고 보고 손해배상을 인정했습니다(부산고등법원 2006나17942).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당시 노조는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했습니다. 무급휴직 468명, 희망퇴직 2020명, 정리해고 158명 등 총 2646명이 일자리를 잃고 노조원·가족 30여명이 사망하는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회사가 청구한 100억원대, 국가의 30억원대 손해배상청구에 시민들은 노란 봉투에 담아 보낸 4만7000원으로 연대했고, 2026년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제도화됐습니다.

위 사례들은 회사 경영과 관련된 교섭과 파업이 성공한 사례, 실패한 사례입니다. 이번 화는 2026년 5월 21일부터 18일간 예정된 삼성전자 총파업 요구사항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화’와 ‘OPI 상한 폐지 제도화’ 관련 이야기입니다.

우주의 기운이 삼성전자 노조에

노측 관점부터 보겠습니다. 출발점은 OPI(Overall Profit Incentive·초과이익성과급)가 무엇인지입니다. 노측의 주장은 연봉의 최대 50%를 차지하고 매년 정례적으로 지급돼 근로자 생활 설계의 핵심축이 된 금품의 산정 기준을 단체교섭으로 다투는 것은 곧 근로조건의 향상을 요구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쟁사 SK하이닉스는 2025년 9월 노사 잠정 합의로 ‘향후 10년간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삼고 기본급 1000% 상한을 폐지’하는 안에 합의했고, 2025 회계연도 직원 1인당 약 1억40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습니다. 같은 의제가 한 회사에서는 단체협약으로 풀렸는데 다른 회사에서는 경영 판단의 본질로 분류돼 쟁의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결론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판례 흐름도 노측을 받칩니다. 대법원 2011년 3월 17일 선고 전원합의체 판결(2007도482)은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 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전 예고된 이번 파업은 ‘전격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2026년 3월 10일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제2조 제5호의 ‘노동쟁의’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쟁의행위 원인으로 명시적으로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영업이익을 어떤 비율로 성과급 재원에 배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 자체가 영업이익 처분이라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 영역에 속하지만 그 결정이 임금, 복지 등 근로조건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개정 조문이 새로 포섭한 영역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종전 사측이 견고하게 의지해왔던 ‘경영 판단 영역=쟁의 대상 배제’ 도식이 입법적으로 흔들리는 자리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경영 성과이고, 경영 판단

사측의 논거는 ‘임금이 아니다’입니다. 대법원 2026년 1월 29일 선고 판결(2021다248299)은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OPI를 평균임금에 포함하라며 낸 소송에서 “성과급(OPI)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임금이 아니라 ‘경영 성과의 배분’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경영의 본질적 사항은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전통적인 논거입니다. 대법원 판결은 정리해고, 구조조정, 사업조직 재편 등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정에 속하는 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2002도7225·2010도11030 등).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셈식으로 못 박는 것은 재투자·배당·유보의 갈림길에서 회사가 결정해야 할 영역과 정면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사측 제안도 인색하지는 않습니다. ①영업이익의 10% 이상 성과급 재원 ②DS 부문 국내 1위 달성 시 OPI 초과분에 대해 영업이익 12%(부문 7%·사업부 3%) 특별보상 ③총 6.2% 임금 인상+최대 5억원 주거 안정 지원+자녀 출산 경조금 상향이 그것입니다. 이 제안대로면 메모리사업부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약 5억4000만원에 이릅니다.

산업의 특수성도 절박합니다. 반도체 팹은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하고 한번 멈추면 수만장의 웨이퍼를 폐기해야 하며, 글로벌 HBM 공급망의 핵심 노드를 18일간 멈추면 JP모건 추산 최대 43조원 손실이 예상됩니다.

2026년 4월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성과급 쟁의 사건에서 인천지방법원은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에 대해 ‘안전보호시설’ 법리로 농축,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등 정제 마무리 공정 3개의 쟁의 금지를 인용했습니다. 삼성전자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역시 조만간 결론이 예정돼 있습니다.

노조의 승리, 로봇의 대체

OPI의 임금성을 부정한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의 임금성과 쟁의 대상성은 별개의 사안입니다. SK하이닉스 단체협상 선례와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제2조 제5호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을 명시·포섭한 흐름을 보면 노측이 단기전의 법적 다툼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은 적지 않습니다. 판례·법률은 여론이나 주주, 경영진의 뜻보다는 결국 노측의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큽니다.

그럼에도 노란봉투법의 사용자 확장이 원·하청 격차 완화를 기대한 입법이었음을 떠올리면, 최상위 정규직의 ‘15% 분배율’ 요구가 격차를 더 벌리는 결과는 그 입법이 본래 기대했던 모습과 다른 방향이 될 것입니다. 협력사 1754개사·사내하청 3만5000명, 협력사 기술 인력 평균 연봉(5000만원)과 메모리 성과급(5억4000만원) 사이에는 10배의 격차가 벌어져 있습니다. 원청에서 성과급이 4억원이니, 6억원이니 싸우는 것은 하청 근로자에게 너무나 큰 사치입니다.

불과 5년 뒤에도 그 승리가 유지될지도 의문입니다. 삼성전자의 2030년 ‘AI 자율공장’ 전환과 휴머노이드 도입이 가속화될수록 ‘집단적 노무 제공의 거부’라는 고전적 파업의 무기는 위력을 잃어갈 것입니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얼마나 나눌 것인가. 노동법의 영역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렵게 만든 노란봉투법이 ‘일부 대기업 노조만을 위한 보호장구’로도, ‘회사가 노조를 누르는 방패’로도 쓰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용현 한계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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