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힘들다, 北 돌아갈래”… 버스 훔쳐 통일대교 질주한 탈북민
파주=주현우 기자 2024. 10. 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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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탈북민이 한밤 중 마을버스를 탈취해 몰고 통일대교를 건너 북한으로 가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통일대교에서 검문소를 마주했지만 차선을 바꿔 역주행 돌진했고 바리케이트를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섰다.
1일 경기북부경찰청 안보수사대에 따르면 30대 탈북민 남성 A 씨는 이날 오전 1시경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한 주유소 겸 차고지에서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를 건너려다 경찰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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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탈북민이 한밤 중 마을버스를 탈취해 몰고 통일대교를 건너 북한으로 가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통일대교에서 검문소를 마주했지만 차선을 바꿔 역주행 돌진했고 바리케이트를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섰다.
● “다시 북한 갈래” 마을버스 800m 질주
1일 경기북부경찰청 안보수사대에 따르면 30대 탈북민 남성 A 씨는 이날 오전 1시경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한 주유소 겸 차고지에서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를 건너려다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차고지에서 범행 대상 버스를 물색하다 한 버스의 앞문 쪽 수납 공간에 있는 종이컵에 차키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버스를 훔쳤다. 이후 통일대교 남쪽 진입로에 있는 남문 검문소 앞에 도착했다. 검문소는 다리를 향해 들어가는 차선 쪽에만 설치돼있고 반대편(다리에서 나오는 차선) 쪽에는 없었다. A 씨는 검문소 쪽 차선은 경계가 삼엄한 것을 보고 차선을 바꿔 역주행해 다리로 진입했다. 중간에 바리케이트가 있었지만 피해서 운전했다. 이후 A 씨는 통일대교 다리 끝 쪽에 있는 북문 검문소를 향해 약 800m를 더 달렸다. 그는 북문 검문소 앞 바리케이드를 들이받고서야 멈췄고 오전 1시 30분경 현장에서 군인들에게 체포됐다. 길이 900m의 통일대교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에 있기 때문에 사전 허가 없이는 일반인은 통과할 수 없다.
동아일보 기자가 차고지에서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A 씨가 모자를 뒤집어쓰고 차고지에서 마을버스들을 둘러보는 모습이 담겼다. A 씨는 버스 문이 잠겨 있는지도 손으로 확인한 뒤 한 버스에 들어가 시동을 걸어 차고지를 빠져나왔다. 주유소 주인은 “이 일대 마을버스는 오전 5시 첫차 출발 전 기름을 넣으러 온다”며 “오늘 정차돼 있던 버스들은 대부분 문이 잠겨 있었는데 운전석 창문을 통해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버스기사는 “차량 열쇠는 기사들끼리 약속한 버스 안 특정 장소에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 생활고에 미납 벌금도…서울 탈북민 37.7%는 기초수급
A 씨는 “남한 생활이 어려워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10여 년 전 탈북한 뒤 최근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했다고 한다. A 씨는 2011년 탈북한 뒤 한국에서 형편이 좋지 않았고, 미납한 벌금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10월 31일 발간한 ‘서울시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삶의 질 실태조사와 정책방향’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거주하는 탈북민의 37.7%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서울연구원은 해당 실태조사에서 “탈북민은 (남한에) 아무런 인적·물적 토대가 없고 심리적·정서적 취약성도 존재하기에 다양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탈북민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며, 국내 정착한 탈북민이 3만4000여 명에 달하는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탈북민 지원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민 64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탈북민의 평균 임금은 일반 국민보다 평균 62.6만 원 낮았다. 탈북민 출신 김영희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실장(동국대 북한학 박사)은 “북한에 가족을 두고 혈혈단신으로 정착한 탈북민들은 많이 외로워 해 정착에 걸림돌이 된다. 따라서 취업, 창업 지원과 함께 여러 어려움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 소모임을 잘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의 차량 절도 혐의 외에 국가보안법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국가보안법 6조는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파주=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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