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서울의 한 호텔과 헬스장 입구에 부착된 ‘노타투존’ 안내문. 과도한 문신을 한 사람의 입장을 제한하는 내용인데, 비공식 문신 인구 1300만 명 시대.

문신족과 비문신족 간 갈등도 커지는 것 같다. 커뮤니티로 왱구님들께 문신 관련 궁금증을 받았는데,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 요 질문.

문신은 불법인데 왜 단속을 안 하나?그럼 연예인들도 문신하고 TV까지 나오는데 사실 다들 범법자인 걸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취재했다.

문신이 불법이 된 건 사실상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부터다. 당시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고 사실상 의료법 위반으로 천명했다. 시술 도중 침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현재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문신을 시술할 경우 불법이 된다. 불법 시술을 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법에 명시는 돼 있다.

2023년 정부 조사를 보니까 병원에서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은 겨우 1.4% 정도. 그러니까, 문신 시술자 대다수는 의료인이 아닌 누군가에게 불법 시술을 받은 거다.

근데 요 의료법은 문신 시술자에게만 적용된다. 문신을 몸에 새긴 이용자에 대한 처벌 근거는 의료법에 없다. 그러니 길 가다가 보이는 문신족을 붙잡고 불법을 추궁하긴 어려운 셈.

사실 인스타만 둘러봐도 문신샵 광고가 넘쳐나는데, 정부는 왜 대놓고 이뤄지는 문신 시술을 단속하지 않는 느낌이 들까?

취재를 시작하며 떠올린 단속 주체는 크게 3곳이다. 의료법 위반 행위를 단속하는 거니까 왠지 의료 관련 기관 소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보건소 쪽과 접촉했다.

우선 보건복지부에 문의했다. 단속 건수를 물어봤더니, 서면으로 ‘점검 및 처분 주체가 지자체이며, 지자체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고 답변이 왔다.

복지부 소관이 아니라는 얘기. 복지부는 전국 문신사나 문신 인구 숫자 통계도 없다고 한다. ‘단속이 잘 안됐다면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엔 답을 아예 안 했다.

그래서 이번엔 서울시에 물어봤다. 최근 5년간 불법 문신 시술 신고나 단속 건수를 요청했는데, 복지부와 마찬가지로 ‘서울시에 접수된 문신 신고는 없고, 단속 건수도 없다’는 서면 답변이 왔다.

복지부와 지자체 모두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불법이라고 인정하면서 단속을 안 한다니 좀 혼란스러운데, 서울시에선 시 자체보다 각 자치구 보건소에서 단속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왠지 계속 뻉뺑이를 돌리는 느낌.

마지막으로 보건소에 전화했는데, 다행히 제대로 찾았다. 현재 보건소에서 문신 단속을 하고 있다. 무면허 의료행위 단속 명목인데,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경찰에 고발하는 정도다.

[서울 A 보건소 관계자]
(적발이 되면) 고발이죠.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을 나가봐야죠. 현장 나가서 실제로 (불법 문신 시술을) 하고 있는지 조사를 한 다음에 (경찰에) 고발조치를 하는 거죠. (단속을) 나가게 되면 2인 1조로 해서 나가고요

근데 불시 점검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불법 시술이 이뤄지는 현장을 덮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제대로 된 단속이 쉽지 않은 거다.

[서울 B 보건소 관계자]
저희가 나갔을 때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나갔는지 밝히고 업소를 점검할 수 있기 때문에 불시에 나가서 현장점검한다는 건 사실상 어렵습니다. 저희가 손님으로 가장하지 않는 이상은 확인하기가

아예 신고 자체가 별로 없기도 하다.

[서울 A 보건소 관계자]
(신고가) 많이는 들어오지는 않고 있고요 그렇게 많이 신고가 들어오거나 그러지는 않고 있고요

신고가 들어와야 단속을 나가는데, 신고가 별로 없으니 자연스럽게 단속도 흐지부지되고 있는 셈. 어디서든 타투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으니까, 문신이 불법인 줄 모르는 사람들도 꽤 많을 거 같긴 하다.

정리하면,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문신은 30년 넘게 불법이었지만 의료법 관련 기관인 복지부와 지자체, 보건소 중에서 유일하게 보건소가 단속을 해 왔다.

근데 신고가 들어와야 단속이 가능하고, 사실상 불시 검문이 쉽지 않아 제대로 단속이 되고 있지 않은 게 팩트였다.

근데 이런 불법 행위 단속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지난 11일 본회의 논의 예정이었는데, 좀 미뤄졌다. 이제 단속 자체가 필요 없어질 가능성이 커지는데, 정부에선 감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문신 시술 가이드라인 같은 걸 미리미리 좀 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