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주 가진 주주자격으로 디지틀조선 주주총회 다녀왔습니다

윤수현 기자 2023. 3. 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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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주총인가, 사측 설명책임은 어디에
이어지는 보고 생략 요구…주주들, 주총 후 디지틀조선 사옥으로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주주총회(이하 주총). 주주들이 모여 조직과 경영에 관한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실질적인 결정은 이사회에서 내려지지만, 주총을 거쳐야 확정되는 구조다.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주총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온라인에서 올라온 상장사 주총 참석 후기를 보면 '난장판'이 따로 없다. 온라인에서 주총은 회의 진행을 방해해 경제적 이득을 얻는 '주총꾼'과 회의 진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주요 보고를 생략하자는 직원들의 대립으로 그려진다. 주주로서 회사의 주요 사항에 관심 갖는 주주들이 낄 자리가 아니다.

언론사 주총은 어떨까. 미디어오늘은 언론사 주총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디지틀조선 주총에 참석했다. 지난해 11월17일 디지틀조선 주식 10주(주당 2340원)를 구매했고, 23일 '주주' 자격으로 주총에 참석할 수 있었다. 디지틀조선 주식 가격은 3월23일 기준 2120원, 9.4% 손실을 기록했다.

요약하자면, 주주를 위한 주총이 아니었다. '주총꾼'은 없었지만 다수 주주들이 거듭 보고 생략을 요구했고, 주총은 20여 분만에 막을 내렸다.

▲디지틀조선 주주총회 관련 자료와 주주확인표. 별도 기념품은 없었다.

영업·재무제표 보고 생략하자는 주주들

디지틀조선 주총은 2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C-Square 빌딩 1층 소강당에서 열렸다. 디지틀조선 사옥 옆에 위치해 있으며, TV조선이 이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신분증 확인 후 입장할 수 있었다. 소강당에는 의자 30여 개가 놓여 있었으며, 주총 시작 전부터 주주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었다.

10시가 되자 주총이 시작됐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아들인 방정오 디지틀조선 이사를 제외한 이사 전원이 참석했다. 방 이사는 '일신상의 사유'로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출석한 주주는 34명, 이들이 소유한 주식은 전체의 38.95%였다. 김영수 디지틀조선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연결기준 영업수익 347억, 당기순이익 27억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회사는 올해 주당 20원을 배당하여 주주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다”고 했다. 디지틀조선의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12월 기준 0.93%다.

이어 영업보고 순서가 왔다. 회사의 1년 영업 실적을 주주들에게 밝히고 설명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돌연 “의장!”이라는 외침이 들렸다. 발언권을 얻은 A주주는 “영업보고를 하겠다고 말했는데, 인사말 부분에서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사전에 배부한 영업보고서에도 충분한 내용이 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영업보고는 마치고 다음 진행을 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자 주총장에는 “동의합니다” “제청합니다” 라는 외침이 이어졌다. 이의제기를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질의응답을 통해 재무제표에 없는 상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도 있었지만, B주주는 보고를 생략하자고 했다. 경영진에 대한 칭찬도 나왔다.

“주주 권OO이다. 어려웠지만 작년 한 해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대표이사 이하 임직원께 주주의 한 사람으로 감사드린다. 힘든 시기임에도 회사는 흑자를 기록했고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배당금도 20원씩 지급됐다.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콘텐츠나 교육, 광고에 더욱더 큰 성장을 기대하면서 의안을 원안대로 상정할 것을 정식으로 동의하는 바다.”

주총장에 “동의합니다”라는 외침이 나오자 김영수 대표이사는 “좋은 말씀 잘 들었다. 앞으로도 저희 임직원 일동은…”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주식 농부' 박영옥 관계자, 주주배당 확대 요구

그러나 한 주주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디지틀조선 지분 4.46%를 보유하고 있는 박영옥 씨의 대리인이었다. '주식 농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박 씨는 주주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투자자다. 그는 한국경제TV, 스카이라이프 등에도 배당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박영옥 씨 대리인은 “배당 20원에 찬성은 했지만, 사실 시장 평균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다. 올해 배당이 어떤 논리로 결정됐는가. 앞으로 배당 계획이나 주주 환원 정책은 어떤 것을 마련했는가”라 물었다. 이에 김영수 대표이사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당기순익이 더 늘어난다면 배당을 더 늘릴 수가 있는데 작년하고 같은 수준, 오히려 조금 낮은 수준에 있었기 때문에 20원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이사는 “(순이익이) 30억, 40억으로 늘어난다면 배당을 30원, 40원으로 올리려는 것이 대표이사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박영옥 씨 대리인은 “신사업 발굴을 한참 못 하고 있는데, 내부 유보만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배당 성향을 더 늘릴 계획이 있나”라고 물었다. 김영수 대표이사는 “금융이익이 늘어나면 배당 성향이나 배당금을 인상할 생각도 있다. 그런데 연말에 얼마나 이익을 얻는지, 그리고 이익의 일부분은 임직원들한테 돌려줘야 하므로 이후 배당 성향을 다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배당 성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디지틀조선 CI

바쁘니 설명 생략하자는 주주… 경영진 찬사도

이후 주총 진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B주주는 질의응답이 이어지자 “충분한 설명이 된 거 같은데, 내가 좀 바쁘다. 빨리 의원을 원안대로 하길 제청한다”고 했고, 다른 주주들도 동의하고 나섰다.

정관 변경 안건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디지틀조선은 사업목적에 '전기통신공사업'을 추가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의안으로 올렸다. 목적은 “사업다각화”였다. 안건이 올라가자 마자 C주주는 “유인물 검토 결과 회사의 수익 창출 노력 일환으로 보인다.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빠른 진행을 요구했고 “제청합니다”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박영옥 씨 대리인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전기통신공사업이 사업다각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냐는 것. 이에 디지틀조선 사업본부장은 “지금도 진행하는 일인데, 자격증을 요구하는 회사가 있다. 자격증을 갖춰놓고 사업을 따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신사업이라고 할 순 없고, 그동안 해왔던 사업”이라고 했다. 정관 변경 목적이 당초 밝힌 '사업다각화'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박 씨 대리인이 질의하지 않았다면 일반 주주들이 확인하지 못했을 내용이었다.

또 사내·외 이사 재선임 안건이 올라갔다. 디지틀조선은 교체 없이 현 이사진 임기를 연장하려 했다. 이번에도 주주들의 빠른 진행 요구가 이어졌다. D주주는 “기존에 하셨던 분들이고, 회사를 이끌어가는 데 큰 능력을 가지신 걸로 보인다. 앞으로 더 잘해주실 거라 생각해서, 이의가 없으면 연임하는 것을 박수로 환영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자 주총장에 박수가 쏟아졌다.

빠른 주총 진행을 요구하고 “동의합니다” “제청합니다”를 외쳤던 주주들은 누구일까. B주주를 포함한 여러 주주들은 주총이 끝나자마자 디지틀조선 사옥으로 들어갔다. 디지틀조선에는 B주주와 동일한 이름의 직원이 있다. 10시에 시작된 주총은 20여 분 뒤 끝났다.

조선비즈, 2012년 “직원총회” 비판… 설명책임 다하는 주총은

조선비즈는 2012년 3월 <주주총회인가 직원총회인가> 칼럼에서 이 같은 주총 운영을 '직원총회'라 부르며 비판했다. 당시 신한금융지주 주총에 참석한 조선비즈 기자는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고 주주 의견을 묻자 한 주주가 '의장'이라고 외치더니 '각 후보의 경력과 전문적 지식이 신한지주를 이끌기에 충분하고 특히 서진원 후보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신한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주주의 발언이 끝나자 주변에서 큰 박수가 나왔고 한 회장은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고 전했다. 조선비즈 기자는 다른 은행 주총에서도 배당금 이야기가 나오지 주주들이 회사를 옹호했고, “옳소” “제청합니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칼럼에 나온 금융사 주총과 디지틀조선 주총은 다르지 않았다. 조선비즈 기사가 나온 지 11년이 지났지만 주총 운영 방식은 그대로였다. 조선비즈 기자는 칼럼 마지막 문단에서 “일부 주주와 시민단체 때문에 기업이 피곤함을 겪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내년 금융사 주총에서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형식적인 말을 듣기보다 소액 주주도 주인으로 대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금융사”를 “디지틀조선”으로 바꿔도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다. 주총을 몇시간 씩 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주주들에게 꼭 필요한 안건 설명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소액주주를 위해, 설명책임을 다하는 주총이 필요한 때다. 참고로 디지틀조선 주총 의장이었던 김영수 대표이사는 <주주총회인가 직원총회인가> 칼럼을 작성한 조선비즈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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