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보고서] LG디스플레이, R&D 넘어선 대출 이자…유동성 '보릿고개' [넘

디스플레이 학술대회 IMID 2024에서 관람객들이 올해의 디스플레이 대상을 수상한 메타 테크놀로지 2.0 적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과 게이밍 OLED 패널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10조원이 넘는 빚을 본격적으로 갚아야 하는 구간으로 들어서면서 유동성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차입금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는 가운데 대출 이자로 나가는 돈이 연구개발(R&D) 투자보다 많아진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1년 동안 부채를 2조원 넘게 감축하며 체질 개선에 몰두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몇 년간의 힘든 시기만 잘 넘긴다면 실적 반등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LG디스플레이의 유동비율은 63.8%에 머물렀다. 이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곳의 비금융 상장사들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부채 상환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항목이다. 기업이 1년 안에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유동자산을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이 수치가 낮은 기업일수록 갑작스러운 금융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200% 이상을 유지할 때 이상적이라고 판단하고, 100% 이하이면 부실 우려가 있다고 본다. 다만 업종별 특성에 따른 차이 등은 고려해야 한다.

LG디스플레이의 유동성이 나빠진 배경에는 부채 상환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빚 자체도 많이 쌓여 있지만, 만기까지 몰리면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는 흐름이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만 15조859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4.2% 더 늘었다.

이렇게 대거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의 핵심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금이다. 회사채로 끌어 쓴 자금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간단히 말해 은행 빚이 문제란 얘기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의 유동부채를 항목별로 보면 가장 덩치가 큰 건 금융부채로 6조5275억원에 이른다. 1년 새 24.0%나 확대되며 유동부채 증가세를 이끌었다. 은행 등 금융사에서 빌린 장·단기 차입금이 5조8770억원으로 대부분이다. 이어 회사채가 6119억원 정도였다.

유동부채 내에서 그다음으로 규모가 큰 건 매입채무로 4조1451억원이었다. 이는 상품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외상매입금과 지급어음으로, 영업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부채다. 은행 대출처럼 운영자금이 모자라 빌려 온 돈으로 보기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액수 자체도 0.5% 줄었다.

빚이 많다 보니 이자만 해도 출혈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쓴 돈만 연간 1조원에 육박한 실정이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이자비용은 9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25.7%나 늘었다.

이를 포함한 금융비용이 R&D 지출을 넘어선 현실은 LG디스플레이의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LG디스플레이가 R&D에 쓴 돈은 1조3924억원으로 같은 해 금융비용인 9664억원을 웃돌았다. 그런데 2023년부터는 금융비용이 1조6345억원으로 R&D 지출(1조3797억원)보다 더 많아졌다. 지난해에도 금융비용이 1조8219억원으로 R&D 비용(1조4477억원으로)을 상회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만기 전체를 통틀어 놓고 보면 빚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해결해야 할 채무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를 잘 갚으면서 부채를 감축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말 총 부채는 24조7868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8.2%(2조2020억원) 줄었다. 만기가 1년 넘게 남은 비유동부채가 8조91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9.3% 감소했다.

부채 다이어트는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가 떠안고 있는 대규모 차입금은 사업 구조를 OLED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이제는 관련 시설 증설이 일단락됐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을 매듭지으면서 2조원의 대금을 부채 상환에 쓸 수 있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에 진행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사업 체질과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며 신규 투자는 신중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부광우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