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외모도 울음소리도 황소를 닮아 이름 붙여진 황소개구리다. 막강한 생존력, 개구리 주제에 뱀도 먹어치우는 놀라운 식성으로 토종 생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90년대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종으로 매체에 자주 소개됐다.

그런데 이 녀석이 요즘 들어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황소개구리 요즘 많이 없어졌다던데 생태계 교란종들 근황을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생태계 교란종은 기존의 토종 생태계를 교란할 만큼의 강한 적응력과 번식력을 가진 동물과 식물. 1998년 환경부가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큰입배스, 파랑볼우럭(블루길)을 처음으로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했고,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추가하며 현재는 동물 20종과 식물 17종 등 총 37종이 있다. 동물 중에는 곤충류와 파충류가 가장 많은데 곤충은 등검은말벌 붉은불개미 꽃매미 등 8종이고 파충류는 대부분 거북이들인데 리버쿠터 늑대거북 악어거북 등 6종이 있다.

이 중에서도 황소개구리는 1세대 생태계 교란종의 대표 격. 작고 귀여운 청개구리와 대비되며, 욕심 많고 우락부락한 모습으로 생태계를 마구 파괴하는 빌런처럼 묘사됐다. 그런데 이 많던 황소개구리 다 어디로 간 걸까?

공주대학교 생명과학과 유영한 교수
“처음에는 우리나라에 있는 토종 생물들이 얘가 처음에 들어왔으니까 얘를 먹이로 인식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려요. 이제 시간이 지나서 그것을 먹는 족제비 이런 애들이 있는데요. 아주 좋아하죠. 새들도 왜가리나 이런 것들도 이제 얘를 먹이로 인식하고 가물치나 메기 정도가 성채를 먹거든요”

그러니까, 처음 황소개구리가 들어왔을 당시에는 포식자들이 먹이로 인식하지 못해서 건드리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족제비, 왜가리, 가물치 등의 토종 생물 포식자가 하나둘 황소개구리 맛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영양 간식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실제로 2018년 국립생태원의 조사를 살펴 보니, 청주 무심천에는 2012년 이후 황소개구리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전남 신안 하의도에서는 개체 수가 50분의 1로, 경기도 평택 저수지에서는 7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다른 1세대 교란 생물인 뉴트리아의 상황도 마찬가지인데, 물가에 서식하는 고양이과 맹수인 삵(살쾡이)이 먹잇감으로 애용하며 이제는 좋은 단백질원이 됐고, 개체 수가 조절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낙동강 하류 쪽에서만 발견이 된다고. 뉴트리아가 줄어든 또 다른 이유로는 담즙에서 흑곰 못지않은 웅담 성분이 발견됐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몸에 좋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인데... 역시 몸에 좋다면 뭐든 멸종된다는 말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양서류인 황소개구리나 포유류인 뉴트리아에 비해 물고기들은 상황이 다르다. 역시 1세대 생태계 교란 생물 중 어류 대표 주자 배스와 블루길은 아직도 기승을 부리며 생태계를 교란해 토종 물고기 씨를 말리고 있다고 한다.

공주대학교 생명과학과 유영한 교수
“가장 어려운 게 블루길 배스입니다. 나라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지금 뭐 만든다고 돈은 많이 써요. 근데 블루길 배스는 길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엊그저께도 어디 갔다 왔는데 우리 토종 물고기 하나도 없어요. 그냥 완전히 배스 블루길뿐이에요. 저도 블루길 배스 얘기만 나오면 어디 할 말이 없습니다”

이건 왜 그럴까. 황소개구리나 뉴트리아는 포획이 쉬운 반면, 낚시로 잡아야하는 어류 특성 상 포획이 쉽지 않고, 그물 등을 설치하면 토종 물고기도 잡히니 마땅히 개체수를 조절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또 포식자인 왜가리 등의 조류들과 생활권이 겹치지 않아 포식자 없는 생태계에서 마음대로 활개치고 다닌다.

몸에 비해 입이 엄청 큰 큰입배스는 큰 토종 물고기를 다 잡아먹고, 블루길은 치어와 토종 수생 곤충을 잡아먹어 하천 생태계에서 토종 물고기를 찾아보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한다. 유영한 교수는 배스, 블루길이 담수 생태계의 블루오션을 찾은 수준이라고 까지 설명했다.

이렇게 골칫거리인 생태계 교란 생물은 대체 어디서 온걸까? 황소개구리와 배스, 블루길은 먹을 것이 없던 과거에 단백질원을 늘리기 위해 수입했다가 생태계 교란 생물이 된 것이고, 뉴트리아는 모피와 식용으로 쓰려다가, 거북류나 가재는 애완, 관상용으로 들여왔다가, 생태계 교란 생물이 되었다.

거북이는 관상용으로 들여왔다가 키우기 귀찮다고 버리고, 물고기는 양식할려고 수입해 키우다가 흐지부지되고 이런 식으로 주로 인간이 인위적으로 들여왔다가 방사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다보니 오히려 생태계 교란 생물의 최강자는 인간이라는 얘기가 틀린 말도 아닌것 같다.

우리나라의 생태계 교란 생물에 대해 취재하다가, 혹시 우리나라 동물이 해외로 진출해서 생태계를 교란한 사례도 있을까 궁금해져서 알아보니,

공주대학교 생명과학과 유영한 교수
“우리 한국에서는 그런 얘기 않는데요.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난리죠. 지금 한국에서 들여오는 것 중에 가물치 이런 것들이 있어요. 아주 미국 가면 거기 강마다 표시가 돼 있어요. 가물치 잡으면 절대 넣지 말라고 꼭 꺼내라고 일본 같은 경우는 족제비 일본은 일본에 있는 토종 족제비는 거의 본토에 일본의 메인 섬에는 없어요. 식물도 우리 칡 있잖아요. 칡뿌리.많은 외국 학자들이 저한테 혹시 칡을 좀 연구할 학생을 보내달라고 할 정도예요”

우리나라가 배스 블루길로 고생하듯 다른 나라도 고생하고 있다니 반드시 해외 나가거나 들어올 때는 생태계 교란종인지 확인하고 되도록 반·출입하지 않아야 한다. 또 생태계 교란 생물을 잡으면 방사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하니, 신고하거나 지자체에 가져다주어야 한다니 그것도 조심하자. 여하튼 가장 중요한 건 자꾸 뭐 하려고 하지 말고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게 상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