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m 도크'의 기적" HJ중공업, 1만TEU급 대형선 시대 열다

부산 영도구에 자리한 HJ중공업 영도조선소는 대한민국 조선 1번지라는 상징성을 지녔지만, 좁은 부지와 짧은 도크(300m) 탓에 대형선 건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HJ중공업은 기술력으로 이 '물리적 장벽'을 허물고 1만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라는 새 장을 열었다.
HJ중공업은 유럽 지역 선주사와 총 3,532억 원 규모의 1만1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향후 2척을 추가로 발주할 수 있는 '옵션' 물량이 포함돼 있어 앞으로 추가 수주 기대감도 높다.
특히 이번 계약은 최근 HJ중공업에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던 선주사가 건조 품질에 만족해 다시 일감을 맡긴 '재발주'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조선업계에서 재발주는 해당 조선소의 기술력과 납기 준수 능력을 보증하는 가장 확실한 징표로 통한다.
HJ중공업의 역사는 한계를 극복해온 과정이었다. 지난 2004년, 도크 길이(300m)보다 긴 325m짜리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바다 위에 물막이 구조물을 세워 수중 용접을 하는 '댐(DAM) 공법'을 선보이며 업계를 놀라게 했던 저력이 기반이 됐다.
이후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별도의 물막이 공사 없이도 도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최적 선형 설계'를 완성했다. 지난해 9천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데 이어, 이번에 마침내 1만TEU급의 벽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1만TEU급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만 개를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발맞춘 친환경 선박이다. 황산화물을 걸러내는 스크러버(탈황설비)를 설치하고, 연비를 극대화한 고효율 선형 설계를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했다. HJ중공업은 5500TEU급 중형선부터 9천TEU급 메탄올 추진선까지 축적해온 친환경 기술력을 이번 대형선 건조에 집약할 계획이다.
유상철 HJ중공업 대표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해 온 기술력 덕분에 영도조선소에서 1만TEU급 대형선을 건조할 수 있게 됐다"며 "고품질 선박을 완벽히 건조해 선주사의 신뢰에 보답하고 중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명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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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경 기자 hk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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