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11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새로운 CI를 선보였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 앞서 기업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다.
조원태 회장은 이날 본 행사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1시간 30분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2기에서의 경영 환경, 새로운 CI 공개 이유, 통합 항공사 출범 준비 및 통합 LCC 운영 방안 등 다양한 주제에 직접 답했다.
통합 첫 과제 '공동 가치 설정'…양보다 질적 개선
첫 질문은 기업 CI 변경과 관련됐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통합 이후가 아닌 지금 현 시점에서 CI와 기업가치 체계를 변경한 이유를 물었다.
조 회장은 "명칭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가치체계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 통합을 받아들이는 직원들의 마음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들떠있거나 자신감이 넘치거나 그렇지 않은 직원들을 한 데 묶기 위해 추구하는 방향을 미리 공유했다는 설명이다.
향후 통합 항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개선에 집중해달라는 의견도 냈다.
그는 "통합 후 글로벌 규모는 11위 정도로 알고있다"며 "다만 규모보다는 질을 더 따지고 싶다. 가장 안전하고 가장 고객들이나 직원들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고 언제나 고객이 믿어주는 항공사가 되는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재 단순화·정비 인프라 확충 필수…"독점 우려는 안해"
기재 단순화와 통합 정비능력 확충은 동시 진행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운용 항공기를 특정 기종으로 통일할 계획이다. 조 회장에 따르면 향후 주력이 될 장거리 항공기는 △에어버스 2개 모델(A350-900, A350-1000) △보잉 B777 등이다. 중거리는 보잉 B787 위주로 운영한다.
안전 인프라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현제 엔진 및 대한항공 주력 기체는 대한항공이 자체 정비하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도입한 항공기의 경우 대한항공이 외주 형식으로 정비를 맏기는 구조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자체 정비 능력은 상대적으로 낮다.
조 회장은 "통합 후에는 정비 수요가 갑자기 커지기 때문에 당분간 많은 투자가 필요해진다"며 "양사의 시스템이 다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합 항공사 출범이 시장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렇게 될 일 없다"고 일축했다. 인천공항 취항사만 50여개에 이르고 대한항공이 취항한 도시에서는 상대 국가도 동일 노선을 운용할 수 있는 '상호주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 회장은 "고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통합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아직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 조만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CC는 단거리만…에어부산, 부산서 더 큰 역할
진에어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통합 LCC에 대해서는 보다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앞으로는 관광수요가 많은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다른 항공사들보다 경쟁력 있는 기종, 수익성 높은 취항지에 집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부산시에서 요구하고 있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제2도시다. 앞으로 신공항이 개항하면 더 중요한 지역이 되기 때문에 통합LCC가 부산에 대한 비중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에어부산이 지금까지 부산에서 해 온 역할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리스크, 코로나19와 비교하면 쉬운 문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보이지 않았다.
조 회장은 "경제상황은 내일을 어떻게 볼지 모르기 때문에 환율이나 정책에 따른 영향 정도를 살펴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코로나19 초기와 비교하면 너무 쉽다. 더한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했다. 임직원 한마음으로 가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