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더웠던 추석 …"이럴거면 10월로 고정하자"
더위 속 차례준비·성묘 고역
18일 새벽 서울기온 26.5도
기상 관측 117년만에 최고
연휴 내내 전국적 열대야에
제주도엔 늦여름 피서 몰려
추석 대신 '하석' 신조어 등장
"생전 추석에 이렇게 더운 건 처음이야. 모처럼 손주들이 놀러 왔는데 덥게 있을까 봐 신경 쓰여 혼났어."
충북 괴산에서 농사를 짓는 백춘옥 씨(79)는 올해 추석만큼 더운 추석이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올해는 유독 날씨가 더워 복숭아 농사도 힘들었는데 이 더위가 추석까지 가시지 않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백씨는 "이번 명절에는 뜨거운 기름 앞에 앉아 전 부치기가 힘들어 반찬가게에서 전을 사다가 차례상에 올렸다"고 말했다.
올해 추석에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추석 당일인 17일 대부분 지역에서 한낮 기온이 30도가 넘었고, 전남 곡성과 경남 진주는 최고 38도까지 치솟았다. 기상청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를 발효했다. 때아닌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 17일 부산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관중 43명이 온열질환을 호소해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주부 안미자 씨(54)는 "고향이 부산이라 기차를 타고 내려갔는데도 날씨가 더워 매우 지쳤다"며 "시댁에서 차례를 마치고 너무 더워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도 간신히 힘을 내서 친정까지 다녀왔다"고 전했다.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도 추석 연휴 내내 계속됐다. 16일 밤~17일 새벽 서울 최저기온은 25.8도로 열대야가 발생했다. 특히 17일 밤~18일 새벽 서울의 최저기온은 26.5도로, 서울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117년 중 역대 가장 높은 9월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추석날 밤에 열대야가 나타난 건 처음이다. 지난 17일에서 18일로 넘어오는 밤 전국 곳곳에서도 열대야가 관측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상층에는 따뜻한 고기압이 자리하고 있고 하층에는 동쪽에 고기압, 남쪽에 저기압이 위치해 남동풍이 불고 있다"며 "남동풍으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다 보니 더위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부천시 주민 정 모씨(40)는 "올해는 너무 더워 성묘할 때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못했다"며 "추석 명절에 부모님 댁에 방문할 때도 평소 같았으면 아침저녁으로 쌀쌀해 긴 옷을 챙겼겠지만 올해는 반팔옷을 입고도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고 말했다.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5일간의 추석 연휴를 활용해 늦여름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제주도는 지난달 31일 도내 해수욕장을 공식 폐쇄했지만 추석 명절 기간 제주도 해수욕장 12곳에는 계속해서 늦여름 피서객이 몰렸다. 박세은 씨(26)는 "추석 연휴가 길기도 하고 날씨도 여름 날씨라 급히 항공표를 예매해 제주시 월정리로 놀러왔다"며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추석이 아니라 여름 휴가철인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에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을 10월 이후 양력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추석은 절기상 낮과 밤의 시간이 같아지는 추분에 위치해 있어 '가을의 시작'으로 여겨졌지만,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추석이 더 이상 가을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 아니냐는 말까지 등장했다. 직장인 이 모씨(34)는 "올해 추석은 날씨가 더워 성묘나 차례상 준비에도 어려움이 있던 만큼 바뀐 기후에 맞춰 가을에 추석을 맞을 수 있도록 날짜를 10월 중으로 고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석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이듬해의 풍농을 기린다는 의미가 있지만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 추석이 왔음에도 여름 농사일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점차 추석의 의미도 쇠퇴하고 있어 추석을 10월의 특정일로 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전통'을 중시하자는 의견도 여전히 많다.
한편 가을 폭염과 열대야는 19일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열대야가 나타나고 최고 체감온도는 33도에서 35도까지 올라 매우 무더울 것으로 보인다.
[지혜진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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