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불능’ 이스라엘에 중동 긴장 최고조…그래도 미국은 “정의의 조치”

정다슬 2024. 9. 2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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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축' 맏형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사살
이란 "이스라엘의 함정"이라면서도 대응 불가피한 상황
美, 이스라엘 작전 공유받지 못해…"휴전 촉구"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델라웨어 도버 공군기지에 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사살하면서 중동 정세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격랑에 휩싸였다. ‘저항의 축’의 맏형 격인 헤즈볼라의 궤멸에 가까운 타격에 이란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의 나스랄라 사살에 대해 “정의의 조치”(measure of justice)라고 부르며 옹호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 다수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나스랄라 사살 작전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이란 겨냥 “우리 공격하면 공격할 것”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베냐민 나타냐후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방위군(IDF) 본부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란이나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며 “우리를 공격하는 자들은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스랄라가 제거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나온 네타냐후 총리의 첫 공개 발언으로, 이란을 비롯해 친이란 세력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이 ‘나스랄라의 복수’를 거론한 데 대해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스랄라가 제거된 것에 대해 “역사적 전환점”, “위대한 날”이라고 표현하면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날까지 헤즈볼라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직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향해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33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알자지라는 “이는 금요일 밤(27일)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베이루트 공습을 고려하지 않은 숫자”라고 부연했다. 나세르 야신 레바논 장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0만명의 레바논 국민이 피난을 떠났으며, 이 중 수십만명은 금요일 공습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함정’ 경계하던 이란, 헤즈볼라 타격에 딜레마

이스라엘이 수주일 만에 헤즈볼라 지도부 상당수를 와해시키면서 이란은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의 싱크탱크 퀀시 연구소의 트리파 파르시 부소장은 미국 CNN 방송에서 “나스랄라 사망 이후 헤즈볼라가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이란의 불개입 원칙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이란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대리 세력들의 이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2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사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빗속에서도 시위자들이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이란은 온건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연이은 이스라엘의 도발에도 보복을 자제하며 서방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하고 있었다. 지난 24일 자바드 자리프 이란 부통령은 “이란이 이스라엘-헤즈볼라 갈등에 개입할 생각이냐”라는 질문에 “이스라엘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당사자들을 끌어들여 적대행위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란은 이스라엘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 역시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를 원하고, 누구와도 전쟁이나 다툼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탈퇴로 폐기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스랄라의 사망이 확인되자 이란은 나스랄라에 대한 5일간의 애도기간을 발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미네이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앞으로 파괴적인 타격에 직면할 것”이라며 “모든 무슬림은 레바논과 헤즈볼라 국민과 함께 자랑스럽게 서서 잔인하며 사악하고 강탈적인 정권에 맞서는 데 도움을 줄 의무가 있다”고 공동전선을 촉구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하메네이가 ‘보복’, ‘복수’를 맹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미르 사이드 이라바니 이란 유엔 특사는 이날 유엔 안보리 이사회에 “이스라엘의 비겁한 침략행위를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한다며 긴급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美, 이스라엘 작전 알지 못해…“정의의 조치지만 휴전 촉구”

이란이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 전쟁에 직접 뛰어들 경우, 미국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측면 지원에 머물러있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란은 추축국 중 유일한 “실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헤즈볼라 전문가이자 웨일즈 카드 대학교 정치국제관계 강사인 아말사드는 이를 지적하며 “이란은 이번 전쟁으로 잃을 게 가장 많은 ‘가장 약한 고리’”라고 말했다.

미국은 일단 이스라엘에 옹호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그를 죽인 것은 수천 명의 미국인, 이스라엘인, 레바논 시민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들에 대한 정의의 조치”이라며 “미국은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에 맞서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완전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는 협상을 마무리할 때”라며 가자지구 전쟁 및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의 휴전을 촉구했다.

NYT나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이 나스랄라를 사살하기 위해 공습을 감행할 것이란 정보를 알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달 초 헤즈볼라 요원들을 겨냥한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사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이후,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에 21일간 즉각 휴전을 하는 합의안에 동의할 것을 촉구했지만, 이스라엘은 일거에 거부했다. 이에 대해 미국 관리들은 ‘21일 휴전안’에 대해 이스라엘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고 미 다수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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