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추천 여행지

길을 달리던 차가 저절로 속도를 늦춘다. 브레이크를 밟은 것도, 앞차가 막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갑작스럽게 시야를 가득 채우는 풍경이 있다. 높이 자란 나무들이 좌우로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고, 가지는 하늘로 뻗은 채 하늘을 반쯤 가리고 있다.
6월의 초록이 짙게 내려앉은 그 길 위에 햇살이 떨어지며 그림자를 만든다. 바람은 잎 사이를 통과하고 사람들은 창문을 내린 채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다.
도심의 질주와는 완전히 다른 속도, 다른 분위기다. 자동차는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닌, 풍경을 천천히 누리는 도구가 된다. 주행 중인 운전자들조차 눈길을 떼지 못하고 차를 세우고 길을 걷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도로는 길이 아니라 하나의 장면이 되고, 여정은 도착이 아닌 그 자체로 기억이 된다.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69-3에 위치한 부귀 메타세쿼이아길은 지금 이 계절에 가장 느리게 달리고 싶은 길이다.

고요한 녹음이 흐르는 6월, 자동차 창밖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길로 떠나보자.
부귀 메타세쿼이아길
“1.6km 끝에 여운 남기는 진안의 풍경”

‘부귀 메타세쿼이아길’은 전북 진안군 부귀면 장승 인근에 위치한 1.6km 남짓한 짧은 도로지만, 그 길 위에 펼쳐지는 풍경은 단순한 수치로 표현하기 어렵다.
전주에서 26호선 국도를 따라 모래재를 지나 도착하게 되는 이 길은 산을 넘어온 피로를 단숨에 씻어내는 듯한 압도적인 초록빛으로 운전자들을 맞이한다.
직선으로 뻗은 도로 양옆에 빼곡히 들어선 메타세쿼이아는 여름이면 짙은 녹음으로 터널을 이루고, 나무 사이로 드는 햇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차창 너머를 스치는 풍경 하나하나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오다 이 정돈된 길을 마주하면, 저절로 감탄이 나오고 핸들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길은 단지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수많은 대중문화 속에 기록되어 온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아우디코리아의 광고가 촬영되었으며, 영화 <국가대표>에서 하정우와 성동일이 자전거를 타고 내달리던 장면 역시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드라마 <내 딸 서영이>와 <보고 싶다>에서도 주인공들이 이 길을 걸으며 감정의 절정을 표현한 바 있다.
그만큼 이 길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감정과 분위기를 담아내는 그릇 같은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길을 걷거나 달리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꺼내 들고 걷는 속도마저 느려진다.
나무가 만들어낸 리듬 속에서 걸음은 저절로 정돈되고, 주변의 고요함은 마음마저 가라앉힌다.

부귀 메타세쿼이아길은 특별한 시설이나 안내 표지 없이도 오직 자연의 풍경만으로 사람들을 머물게 만든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긴다. 길이가 1.6km에 불과하지만 한 번 지나고 나면 그 길이 훨씬 길게 느껴진다.
드라이브를 위한 목적지로서도 손색이 없지만, 잠시 차를 세우고 걸어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 된다.
어떤 길은 지나쳐야만 기억에 남고, 어떤 길은 머무를수록 더 오래 기억된다. 부귀 메타세쿼이아길은 그 둘을 모두 만족시키는 길이다.
초록이 가장 짙은 6월, 자동차 창 너머로 계절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길은 가장 좋은 해답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 되는 드라이브 명소, 부귀 메타세쿼이아길로 떠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