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나발니 죽음에 침묵… 어처구니 없어"

김태훈 2024. 2. 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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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숨진 데 대해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한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이 회비를 내지 않으면 러시아에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라'고 권유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트럼프"라며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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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상대로 한 선거 유세에서 맹비난
'트럼프 국가관·대적관 문제 삼은 것' 풀이
"나토 동맹국들 겁박… 그게 할 소리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숨진 데 대해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한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오는 11월 미 대선에 야당인 공화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그의 국가관과 대적(對敵)관을 문제삼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캘리포니아주(州) 베벌리힐스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선거 유세를 했다. 그는 “지난주 나발니가 사망하고 전 세계가 푸틴에게 책임을 물었을 때 트럼프는 푸틴을 비난하지 않았다”며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꼽힌 나발니는 16일 수감돼 있던 시베리아의 교도소 안에서 갑자기 숨졌다. 러시아 교정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듯하더니 곧 의식을 잃었다”고만 발표했다. 1976년생으로 47세에 불과한 나발니가 돌연사했다는 것이다.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나발니의 죽음을 의문사로 규정하며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섰다. “나발니 사망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다”며 사실상 푸틴 책임론을 꺼내들고 러시아를 상대로 한 경제제재까지 예고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이미 2년 동안 서방의 고강도 제재를 받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계 유력 인사들 사이에서도 나발니의 사망을 애도하며 “푸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와 푸틴의 끈끈한 관계를 거론하는 이가 많다. 둘 다 완강히 부인했으나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가짜뉴스 유포와 온라인 기사에 달린 댓글 공작 등을 통해 트럼프한테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2023년 7월 보수 성향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푸틴을 “천재”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영리한 일”이라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애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폄훼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도 파상 공세를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이 회비를 내지 않으면 러시아에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라’고 권유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트럼프”라며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가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에 못 미치는 나토 회원국들을 미국 등 뒤에 숨은 ‘안보 무임승차자’로 규정하며 “러시아의 침략을 받더라도 미국이 돕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떠들어대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나이를 40세라고 소개해 지지자들 사이에 폭소가 터졌다. 그는 “난 이제 겨우 마흔 살”이라고 말한 뒤 청중이 웃음을 터뜨리자 “실은 그 두 배”라고 살짝 덧붙였다. 이어 “예전만큼 빨리 뛰지 못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오래 산 만큼 지혜가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1942년 11월 태어난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81세다. 일각에선 그의 고령을 문제삼아 ‘대통령 연임 도전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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