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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재배하며 기도하는 캘리포니아의 수녀들

조회수 2022. 10. 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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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들은 칸나비디올 오일과 같은 대마초 기반 의약품 및 연고를 자체 생산해 판매한다.
케이트 수녀(왼쪽)는 지역 보안관들이 의료용 대마초 재배를 용인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센트럴 밸리 중앙에 있는 메르세드 카운티는 가끔씩 보이는 농가나 민가를 제외하면 눈길이 닿는 곳마다 농작물이 줄지어 늘어선 곳이다.

이곳의 어느 주택을 찾았다. 겉보기에는 별다를 것 없는 소박한 모습이었다.

단지 눈부시게 하얀 의복을 입은 여성들이 함께 향을 피우고 찬송가를 부르며 자신들이 키우는 대마초를 축복하고 있다는 점만 빼면 특이한 것도 없었다.

'밸리의 수녀들'은 사실 '대마초 수녀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공식적인 가톨릭 교단에 소속돼 있지는 않지만, 케이트 수녀가 이끄는 이 여성 단체는 자신들을 치유자이자 페미니스트, 더 나아가 사업가라고 소개한다.

케이트 수녀는 "나는 혼란스러운 분야를 택했다"면서 "(이 분야는) 계속 혼란스러울 것이고 나 또한 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트 수녀가 말하는 '분야'이란 캘리포니아주 내 대마초 산업을 둘러싼 복잡하고도 혼란스러운 법률 상황을 뜻한다.

캘리포니아주는 대마초 생산 즉 '그린 러시'의 본거지인 곳으로 지난 1996년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미국 내 첫 주였으며, 2016년부터는 기호용 대마초의 사용도 합법화됐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의 법엔 허점이 가득하다. 같은 주 안에서도 카운티 및 지역별로 마리화나 재배의 적법성이 다른 게 현실이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주가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했음에도 관내 3분의 2가량 지역이 대마초 사업체를 금지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관련 사업 허가를 받기란 극도로 어렵다.

그렇기에 메르세드 카운티에서 60종을 기르는 '밸리의 수녀들'은 사실 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케이트 수녀는 "지역 보안관들도 (우리가 대마초를 재배한다는 걸) 알고 있고, 하게 내버려 둔다"면서도 "사실 허락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이 카운티에서 대마초를 재배하는 건 불법이기에 지금도 그냥 와서 이곳을 폐쇄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카운티 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맞서 싸워 바꿀 것이라는 걸 그들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안관들은 자신들이 말려들기 싫은 싸움이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겠죠."

한편 이들이 '수도원'이라고 부르는 2번째 건물이 바로 모든 약 제조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카밀라 수녀는 초강력 칸나비디올(Cannabidiol, CBD) 오일을 유리병에 조심스레 붓고 있었다.

이렇듯 이들 수녀는 칸나비디올 오일과 같은 대마초 기반 의약품 및 연고를 자체 생산해 판매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120만달러(약 17억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수입은 이전 대비 절반 수준이다.

물론 재배한 작물을 다른 대마초 판매소에 내다 판다면 다시 수입을 회복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규제도 더 까다로워지고 내야 할 세금도 더 많아질 것이다.

대마초를 판매하는 조엘 로드리게스는 높은 세율과 간접비 때문에 합법적인 대마초 판매업자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곳으로부터 30여km 떨어진 메르세드 카운티 시내에서 합법적인 대마초 판매소를 운영하는 조엘 로드리게즈를 만났다.

로드리게즈는 캘리포니아 당국이 대마초 공급망에 너무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사람들이 폐업하거나 법의 테두리 밖에서 장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 캘리포니아 내 다른 여러 대마초 사업체 또한 높은 세금과 운영비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암시장의 업자들은 생각할 필요 없는 간접비(임대료, 보험, 직원 급여, 인터넷 비용 등)뿐만 아니라 세금까지 내야 하다 보니 (저와 같은 합법적인 상인들은) 상황이 어렵고,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대마초 소매업의 면허를 얻기 위해선 최초 신청료만으로 1000달러를 내야 하는데, 이후에도 주에서 부과하는 각종 행정 및 규제 수수료를 꾸준히 내야 한다. 이 비용이 소규모 사업체의 경우 연간 수만달러, 대규모일 경우 거의 10만달러에 육박한다.

이렇듯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판매하는 게 불법 판매보다 더 비용이 많이 들기에 불법 거래로 눈을 돌리게 된다.

실제로 마리화나의 불법 거래는 약 8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이는 작년 기준 캘리포니아 내 합법 거래의 약 2배나 된다.

한편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았던 한 불법 대마초 판매업자는 불법적으로 판매하기에 더 나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익도 더 많다고 말했다.

"판매 면허를 취득하는 데만 약 100만달러가 들 것"이라는 이 업자는 "(그런데 불법으로 판매하면) 신용카드가 없거나 클럽에 갈 차가 없는 이들까지 모두에게 대마초를 판매할 수 있기에 100만달러를 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루벤 차베스 서장은 합법적인 마리화나 사업체로부터 거둔 세수를 불법 거래 단속에 쓸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한때 대마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체포했던 경찰관들도 이제 합법적인 대마초 판매업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센트럴 밸리 내 구스틴 경찰청의 루벤 차베스 서장은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판매하는 이들의 상황을 개선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이 더 쉽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며 너무 많은 행정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게 말이다"고 덧붙였다.

올해 현재까지 캘리포니아가 대마초 산업으로 벌어들인 세수는 5억8000만달러에 이른다.

차베스 서장은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세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를 통해 불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베스 서장은 "(불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찰서에 대한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며 "비단 주 정부뿐만 아니라 연방정부로부터 자금과 지원을 더 받을 수 있다면. (그래서) 불법 재배업자, 불법 판매업자를 좀 더 막을 수 있다면,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이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이트 수녀 또한 규제 완화야말로 '대마초 수녀'와 같은 재배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저는 카운티 당국이 우리를 허가해주길 바랍니다. 우리가 쟁취한 것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우리도 (합법적으로 일하고) 세금을 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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