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자동차 시장에 충격적인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가성비의 대명사로 BMW와 벤츠를 위협해온 제네시스 G80이 25% 관세 폭탄을 맞으면서 오히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비싸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위기에 처했다.

가격 역전의 충격적 현실
현재 미국에서 제네시스 G80 2.5T는 5만7100달러(약 800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BMW 530i(5만9900달러)와 벤츠 E350(6만3900달러)보다 각각 4.9%, 11.9%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하지만 25% 관세를 모두 반영하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다. G80의 가격은 7만1375달러로 뛰어오르며, BMW 530i(6만8885달러)보다 오히려 2490달러나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그동안 제네시스의 최대 무기였던 ‘가성비’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한국만 25% 관세의 불공정 경쟁
문제의 핵심은 관세 차별이다. 미국이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나 홀로 25% 관세’를 떠안게 된 한국차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한국차는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동급 유럽차보다 5% 정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선전해왔다. 올 4월 전까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까지 누렸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유럽보다 10%포인트를 더 내야 하는 불리한 상황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현대차그룹의 절망적 수치
현대차·기아가 받는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차값 인상 없이 버티고 있지만, 관세 부담만으로도 분기당 2조원이 넘는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에만 영업이익이 1조6000억원 넘게 줄어들었고, 재고가 소진된 3분기부터는 관세 비용이 분기당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업계가 추산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7월까지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한 182억달러로 집계되며,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대중형 세단 시장에서도 위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는 현재 2만2125달러로 폭스바겐 제타(2만2295달러)보다 3.9% 저렴하지만, 관세를 모두 반영하면 아반떼(2만7656달러)가 제타(2만5639달러)보다 7.7% 비싸지는 가격 역전이 발생한다.
39년간 공들여 쌓아온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관세 한 방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제네시스가 그동안 BMW와 벤츠를 상대로 벌여온 ‘가성비 전쟁’이 이제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이제 근본적인 전략 변화가 불가피한 기로에 서 있다. 단순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