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퇴·결석 예사, 수업시간엔 ‘쿨쿨’…너무 일찍 뿌려진 자퇴의 씨앗
돌봄 격차, 팬데믹 이후 학업 양극화
고학년 올라갈수록 누적된 무기력 폭발

“모르는 게 나와도 그냥 가만히 있어요. 책에 낙서해요.”
충북 옥천에 있는 초등학교 2학년생 하은(가명)이에게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라기보다 버티는 공간에 가깝다. 하은이는 “글씨가 너무 많으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선생님이 소리 내서 읽어보라고 하면 제일 싫다”며 “수업 시간에 모르는 게 나오면 손을 들지 않는다. 뭘 모르는지도 잘 모르겠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하은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지만 교실 안과 밖에서 학습과 멀어지고 있었다. 방과 후 돌봄교실에도 참여하지만 엎드려 있는 날이 많다. 학교 태블릿PC로 문제를 푸는 시간엔 “막 찍고 빨리 끝낸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9살 아이는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했다.
같은 지역, 같은 학년 지윤(가명)이의 학교생활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지윤이는 수업 시간에 모르는 것이 나오면 즉시 손을 들어 질문한다. “집과 학원에서 연습하고 오니까 괜찮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지윤이는 유치원 시절, 코로나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할 때부터 부모, 보조교사와 함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한글을 뗐다. 읍면 단위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필요한 정보를 찾아 아이를 교육시켰다. 지윤이는 “중학교에 빨리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두 아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현장 교사들은 팬데믹 이후 중·하위권의 격차가 커진 원인으로 돌봄 공백을 꼽았다.
남양주에서 기초전담반 선생님을 담당하는 9년 차 교사 A씨는 “팬데믹 이후 가정에서의 돌봄 차이가 학교에서도 더 눈에 띄게 드러난다”며 “학교의 부재로 결핍 상황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유독 커졌고 아이들의 학습 역량 자체가 무너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헤럴드경제가 만난 교사들은 ①질문을 포기하는 아이들 ②수업 시간에 앉아 있지만 학습에서 이미 떨어져 나간 아이들 ③결석·조퇴하는 아이들의 증가 등을 공통으로 언급했다.
대구의 초등교사 박모 씨는 “수학 같은 과목은 한 번 놓치면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인데 팬데믹 이후 중위권 아이들이 쉽게 포기하게 됐다”라며 “학교는 꼭 가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도 옅어졌다”고 말했다. 경기 신도시의 초등교사 정모 씨도 “온라인 수업 시기에 맞벌이 가정 아이들은 식습관부터 생활 방식까지 무너져 있었고 그 영향이 등교 정상화 뒤에도 이어졌다”며 “오전 수업 시간에 무기력하게 엎드려 있는 아이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 7년 차 초등교사 김모 씨는 “등교를 못 하다 보니 가정환경의 영향이 아주 컸다”며 “집에서 잘 봐주거나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잘했지만, 집에서도 안 봐주고 학원도 안 다니는 아이들은 따라오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남양주의 초등교사 지모 씨 역시 “아이들이 수동적이다. 시키는 것만 하는 데 익숙해졌고 독서 자체에 관심이 없다”며 “조금만 아파도 학교에 안 가고 결석·조퇴를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강해졌다”고 했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생긴 균열은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더 선명해진다. 학교를 이탈하게 되는 ‘씨앗’이 되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교육 과정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한 첫 학기가 취약하다. 초등학교 6년을 시험도 없고 돌봄도 부족한 상태에서 지내다가 자유학기제를 마치고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시험을 맞닥뜨리면 누적된 무기력이 폭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년 차 고등학교 교사 김모 씨는 “팬데믹 당시 학교는 자주 가지 않고 수업도 거의 안 하는 낯선 곳이었지만 학원은 매일 가는 곳이었다”며 “그때부터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퍼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특히 중·하위권에서 병결·지각·조퇴가 별거 아니게 됐고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적응하지 못해 자퇴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서울 노원구의 고등교사 천모 씨 역시 “최근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학교를 유지하기보다 자퇴 후 수능 준비로 전환하는 선택이 늘었다”며 “친구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탈을 택하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김용재·전새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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