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2군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 기아 이의리, 이범호 감독은 죽어도 안 내린다

5월 들어 평균자책점 18.69. 숫자만 보면 선발 로테이션에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투수인데, 광주 마운드에는 여전히 이의리가 서 있다.

이범호 감독은 두 번의 연속 조기강판에도 2군 카드를 꺼내지 않았고, 오히려 다음 주 대구 삼성전 선발로 낙점하며 한 번 더 믿어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팬들 사이에선 "선수가 자진해서 내려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 그러나 이 감독의 입장은 확고했다. "내리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믿음인가, 고집인가

문제는 이 감독의 믿음을 뒷받침할 근거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한화전에서 1⅔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데 이어, 10일 롯데전에서도 2⅔이닝 4실점에 그쳤다. 73개의 공을 던져 고작 아웃 카운트 8개.

올 시즌 8번 등판 중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경기만 다섯 번이다. 시즌 전체 평균자책점은 9.00으로, 한때 두 자릿수 승을 거뒀던 2022·2023년의 이의리와는 전혀 다른 선수처럼 보인다.

이동걸 투수코치는 "KIA 타이거즈 멱살을 잡고 끌고 가야 할 선수"라고 했다. 본인도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24년 6월 팔꿈치 인대 재건술 이후 지난 시즌 복귀했지만 평균자책점 7.94로 기대에 못 미쳤고, 올해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동걸 코치는 "어려운 상황이 오면 스스로를 더 작게 만드는 선택들을 한다"고 짚었는데, 결국 타자와 싸워야 할 마운드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다 무너지는 모양새가 매번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을 택한 이유

그럼에도 이 감독이 삼성전 카드를 고른 데는 나름의 계산이 있다. 이의리의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7푼3리인데, 우타자를 상대할 때(3할8리)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삼성 라이온즈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좌타자 비중이 높은 팀이고, 대구 구장 규모 특성상 우투수가 좌타자를 많이 상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 감독 입장에서는 이의리가 그나마 유리한 환경에서 던질 수 있는 마지막 무대를 고른 셈이다.

문제는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현실이다. 대체 선발 0순위로 거론됐던 김태형도 롯데전에서 1⅔이닝 3실점으로 기대 이하였다.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이의리도 김태형도 로테이션을 맡길 만한 확신을 주지 못하는 상황. 그러다 보니 이 감독으로서는 눈 질끈 감고 한 번 더 써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팬들 반응은 엇갈렸다

커뮤니티 반응은 둘로 쪼개졌다. 한쪽에선 불펜과 야수들이 갈려나가는 동안 선발이 버텨야 할 최소한의 이닝도 못 채운다며 자진 강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과거 최원준이 부진 당시 스스로 2군행을 자처했던 사례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었다.

반면 선수 기용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영역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실력이 부족한 건 비판받아야 하지만, 2군을 가고 안 가고는 코칭스태프가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남은 건 결과뿐

이 감독은 "좋은 투수를 어떻게든 살려서 가는 게 팀에 좋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삼성전도 같은 결과로 끝난다면, 그때는 감독의 인내심이 아니라 결단력이 필요해진다.

KIA가 5강 경쟁에 계속 발을 걸치려면 국내 선발진 한 자리가 안정적으로 채워져야 하는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의리에게 남은 기회는 이제 정말 한 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