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싱크탱크 세미나에서 나온 발언이 헌법상 영토 규정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엔군사령부는 대한민국 주권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 영토의 시작점을 비무장지대(DMZ) 남쪽 경계선으로 규정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발언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골드국제전략연구소 세미나에서 나왔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군사령관을 겸임하고 있다. 미국 언론까지 이 발언을 보도하면서 DMZ 관할권과 영토주권 문제가 외교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한민국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가"
브런슨 사령관은 세미나에서 유엔군사령부의 DMZ 관할 책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유엔군사령부의 관점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정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그 구역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바로 그곳에서부터 대한민국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8일(현지시간) 미 UPI통신도 해당 발언을 보도하며 논란을 전했다. 정부는 이 발언에 대해 미국 측에 강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측은 브런슨 사령관에게 주의를 줬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전협정이 준 권한은 출입허가와 민사행정뿐"
논란의 핵심은 유엔군사령부의 DMZ 관리 권한과 대한민국 영토주권을 구분하는 문제다. 유엔군사령부는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DMZ 출입과 군사적 활동 등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리 권한이 DMZ에 대한 한국의 영토주권을 부정하거나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어 DMZ 역시 헌법상 영토에 포함된다. 대통령 국방정책특보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정전협정이 유엔사에 부여한 권한은 DMZ 출입허가와 민사행정에 국한된다고 지적했다.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16일 미국 측에 브런슨 사령관의 인식과 발언이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방부는 18일 해당 발언에 대해 유엔군사령관 개인의 견해라고 선을 그었다. 유엔군사령부도 논란이 커지자 대한민국의 주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전협정에 따른 DMZ 관리 책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명이다.

이번 논란은 한국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는 시점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유엔군사령부의 정전협정 관리 권한은 전작권과 별개 사안이지만, 한미 군사 지휘체계와 권한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한미군 최고 지휘관의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사진 출처=연합뉴스·데일리안·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