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즐거운 독서]<8>『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김상진 기자 2026. 3. 3. 20: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물 속에 인간이 보인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지음/ 효형출판/ 318쪽/ 2001년)

이 책의 저자 최재천 교수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학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울대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에서 석사,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남미 열대를 누비며 동물 생태를 탐구한 뒤 귀국해 서울대 교수와 국립생태원 원장을 등을 지냈고,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에 이 책을 냈다. 이 책의 서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제게는 소박한 신념이 하나 있습니다./ '알면 사랑한다'는 믿음입니다./ 알면 사랑한다./ 동물 속에 인간이 보인다./ 생명,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2001년에 처음 발간된 이 책에는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을 비롯해 60여 편의 글이 실려 있고, 해가 갈수록 판을 거듭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라는 글이 있다. 이 글에서 꿀벌은 춤으로 말한다고 한다. 꿀벌이 추는 춤에는 꿀이 있는 꽃까지의 거리와 방향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꿀을 따온 곳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우, 즉 집에서 반경 30~50m인 경우 정찰벌은 이른바 '원형춤'을 춘다고 한다. 그러나 먹이가 집에서 50m 이상 떨어져 있을 경우, 정찰벌이 추는 춤은 단순한 원형춤에서 숫자 8을 옆으로 뉘어 놓은 것과 같은 모습의 '꼬리춤'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러한 꿀벌의 춤 언어를 처음 해독한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폰 프리슈 박사라고 하며, 그는 이 공로로 1974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제 우리 인간들은 꿀벌의 춤 언어를 알아듣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꿀벌에게 그들의 언어로 말을 걸 줄도 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숙한 군락의 경우에는 아침마다 줄잡아 20여 마리의 정찰벌들이 꿀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하나둘씩 돌아와 제가끔 춤을 추기 시작하면, 벌집은 우리네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한다고 한다.
전진문

매우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과정이지만, 벌들은 점차 가장 훌륭한 꿀을 발견한 정찰벌 주변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전 군락의 일벌들이 그 정찰벌이 발견한 꿀이 있는 곳으로 함께 일을 나간다는 것이다. 여왕벌이 군림하는 사회지만 이 모든 과정에 여왕의 입김은 전혀 미치지 않고, 오로지 민중의 뜻만 있을 따름이라고 한다. 완벽한 의미의 다수에 의한 정치, 즉 민주정치가 벌들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최재천 교수는 이와 같은 벌들의 행태 속에서 우리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민주정치를 하기 위해 우리를 대표할 국회의원을 뽑는다. 가장 신빙성 있는 정보로 가장 많은 동료를 불러 모은 정찰벌이 모두를 꿀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듯, 유권자를 설득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국회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정찰벌들은 거짓 공약을 남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랬다가는 금방 들통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 세상의 정치인은 당선된 뒤에야 공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인지 확인되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작성하는 성적표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민단체 모두 그들이 진정 시민을 위한 모임임을 명심하고, 결코 군림하지 아니하고, 늘 봉사하는 자세를 잃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동물 속에 인간이 보인다'는 이 책 서두에 실린 저자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이러한 '사실을 알면 동물을 사랑하게 되고,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된다.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전진문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