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대11 완승! ‘김동현 제자’ 고석현, 옥타곤을 지배하다…UFC 2연승 질주”

라스베이거스의 공기가 묘하게 달아올랐다. UFC 에이펙스의 조명 아래, 한국의 파이터 고석현이 다시 한 번 전 세계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스턴건’ 김동현의 제자이자 ‘KO 고석현’으로 불리는 그는 미국 네바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가르시아 vs 오나마’ 웰터급 경기에서 미국의 베테랑 파이터 필 로를 완벽히 제압했다. 결과는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30-26, 30-27, 30-27). 누구도 이견이 없는 압승이었다. 옥타곤을 가득 메운 박수 소리와 함께, 한국 파이터의 새 시대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벨이 울리자 고석현은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상대는 190cm 장신의 스트라이커 필 로. 긴 리치와 타격을 앞세운 선수였지만, 고석현은 낮은 스탠스로 중심을 잡고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초반부터 그는 날카로운 잽과 카운터로 리듬을 흔들었고, 곧이어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은 명확했다. 상위 포지션을 점령한 뒤 엘보와 파운딩이 쏟아졌고, 로는 자세를 바꾸며 버텨보려 했지만 고석현의 컨트롤은 한 치의 틈도 없었다. 1라운드 종료 버저가 울릴 때, 이미 경기의 흐름은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2라운드가 시작되자 필 로는 간헐적으로 킥과 원투를 던지며 반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고석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차분하게 각을 잡은 그는 다시 한 번 태클 타이밍을 잡아 로를 그라운드로 끌고 들어갔다. 상위 포지션을 잡은 뒤엔 엘보가 연속으로 들어갔다. 공포감이 느껴질 만큼의 압박이었다. 로는 하위 포지션에서 빠져나오려 애썼지만, 고석현은 그 움직임을 완벽히 읽고 있었다. 상대의 왼팔을 묶고 엘보를 꽂으며 점수를 쌓아갔다. 2라운드 중반 이후 경기는 사실상 ‘일방적 지배’로 흘렀다.

3라운드 들어 필 로는 마지막 힘을 짜냈다. 큰 펀치와 하이킥으로 한 방 반전을 노렸지만, 고석현의 레벨 체인지에 또다시 걸렸다. 그대로 태클, 그리고 다시 상위 포지션. 고석현은 엘보로 얼굴을 공략했고, 로는 숨을 몰아쉬며 버텼다. UFC 공식 기록에 따르면 고석현은 경기 내내 네 차례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고, 전체 타격 124회 대 11회, 유효타 36회 대 4회로 압도했다. 컨트롤 타임은 13분 10초. 15분 경기 중 거의 전부를 지배했다는 의미였다. 한 명의 부심이 30-26을 줄 정도로, 이 경기는 완벽했다.

라운드 종료 후 두 선수의 표정은 극명히 달랐다. 필 로의 얼굴은 부어올랐지만, 고석현은 마치 몸을 풀고 나온 선수처럼 여유로웠다. 두 팔을 높이 치켜올리며 환하게 웃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Korea!”를 외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국 웰터급의 새 얼굴, 그리고 차세대 강자의 탄생이었다.

고석현은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DWCS)를 통해 UFC에 입성했다. UFC 회장이 직접 경기를 지켜보고 마음에 드는 선수와 계약을 맺는 오디션 무대에서, 그는 9전 전승의 브라질 강자 이고르 카발칸티를 1라운드에 제압하며 단숨에 계약을 따냈다. 당시부터 데이나 화이트는 “그는 스턴건 김동현을 떠올리게 하는 파이터”라고 말했다. 데뷔 후 첫 경기였던 지난 6월 웨일스의 기대주 오반 엘리엇을 상대로도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불과 넉 달 만에 또 한 번 완승으로 UFC 2연승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에서 눈에 띈 것은 ‘계산된 운영’이었다. 고석현은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필 로의 긴 리치와 타격을 철저히 분석한 그는, 간격이 좁혀지는 순간마다 태클을 시도했고, 상위 포지션에서 시간을 벌며 점수를 쌓았다. 팬들 사이에서 “KO가 없었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미국 격투 전문 매체 ‘케이지사이드’는 “고석현은 마지막 순간까지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완벽한 운영으로 승리를 가져간 교과서적인 경기였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해외 매체 ‘엘 발라드’는 “무리한 피니시보다 흐름 장악에 집중한 전략적 승리였다. 다음은 랭커와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석현의 파이팅 스타일은 단단한 레슬링 기반 위에 ‘리듬 파악’이 뛰어나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승 김동현은 그를 두고 “기술보다 중요한 건 흐름을 읽는 능력인데, 석현이는 그게 탁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경기는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그에 맞춰 변화한다. 공격 타이밍을 억제하다가 상대가 일어나는 순간 딱 맞춰 레벨 체인지, 그라운드로 끌고 들어가며 흐름을 완전히 잠그는 운영은 웰터급에서도 흔치 않다.

이번 승리로 고석현은 UFC 2전 전승, MMA 통산 13승 2패를 기록하게 됐다. 단기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며 “차세대 강자”라는 평가를 확실히 얻었다. 경기 후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두 번째 에피소드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돌아가서 더 성장하겠다. 응원해준 모든 분들과 큰형님 김동현 형님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남겼다. 언더독으로 시작했던 파이터가 강자로 불리기까지, 그 과정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지만 치밀했다.

고석현은 이제 랭커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두 번의 경기로 증명한 것은 단순한 실력이 아니라 ‘승리의 공식’이었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상대의 흐름을 완벽히 읽는다. 124대 11, 이 압도적인 수치는 우연이 아니다. UFC 무대에서 한국 파이터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강함, 그것이 고석현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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