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굿즈·예수님 생카…교회 안다니는 MZ들, 힙한 종교에 빠졌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달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는 나흘 동안 약 25만명이 찾았어요. 지난해보다 관람객이 크게 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죠.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사무국 측에 따르면 전체 관람객 중 70% 이상이 2030세대였고, 종교가 없는 방문객도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박람회에서 상담을 진행한 재천 스님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 마음을 다스릴 방법을 찾으려 한다”면서 불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서울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이번 박람회는 오는 6월 11일 대구, 8월 6일 부산에서 이어질 예정이에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험 중심 소비’의 확산이에요. 요즘 청소년과 청년 세대는 특정 종교에 평생 소속돼 활동하기보다 명상이나 템플스테이 같은 단기적인 체험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거나 색다른 재미를 찾는 방식을 선호해요.
실제로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템플스테이 참가자 중 불교 신자는 약 33%에 불과했지만, 종교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50%를 훌쩍 넘었어요.
기독교에서도 이와 유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요. 아이돌 팬덤 문화를 차용한 ‘예수님 생일카페(생카)’ 행사가 대표적인 사례죠. 이곳에서는 예수님 모습이 담긴 ‘예수님 포토카드(포카)’를 증정하거나 티셔츠, 부채 등 다양한 디자인의 굿즈를 판매해요.
그 덕분에 기독교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거부감 없이 카페를 방문해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곤 하죠. 종교는 이제 신념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넘어 외부의 다양한 수요를 포용하는 문화적 통로로 자리 잡고 있어요.
나아가 종교의 ‘콘텐츠 산업화’로 확장되며 굿즈 시장에서 그 양상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요. 불교 굿즈 브랜드 ‘해탈컴퍼니’는 최근 몇 년간 분기별 매출이 2~3배씩 급성장했으며 올해는 불교 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폭발하면서 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해요. 지난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는 세련된 데님 승복 바지와 ‘그냥 존재하는 님들아…’라는 재치 있는 문구가 적힌 머그컵이 순식간에 매진되며 MZ세대 관람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즉, 종교의 깊이 있는 철학이 가볍고 친숙한 콘텐츠와 결합하면서 구매 이후에도 오랫동안 만족감을 주는 구조를 만든 거예요.
종교 콘텐츠가 널리 퍼지게 된 배경에는 거대한 ‘힐링 산업’과의 결합이 자리 잡고 있어요.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불교 재즈 플레이리스트’ 영상이 올라온 지 3주 만에 조회 수 30만회를 돌파할 만큼 인기를 끌었어요. 불교 특유의 ‘평온함’과 ‘치유’의 이미지가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인 소비 대상이 된 것이죠.
하지만 종교의 콘텐츠화가 가속화하면서 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종교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질돼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걱정이죠. 특히 ‘무소유’를 핵심 가치로 삼는 불교가 다양한 굿즈와 소비 문화에 집중하는 모습이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아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이상엽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았어요. 이 교수는 “불교가 역사 속에서 늘 물질적인 것을 멀리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며 “과거 불교는 오히려 화려하고 풍부한 물질 문화와 예술 유산을 꽃피워왔다”고 설명했어요.
결국 ‘힙불’ 현상은 종교가 더 이상 신앙이라는 좁은 틀에만 갇혀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예요. 경험 중심의 소비, 치유를 추구하는 힐링 산업 등이 맞물리면서 종교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 콘텐츠’로 다시 정의되고 있어요. 김덕식 기자·윤성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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