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를 고용하지 않아, 더 고집스런 디자인을 완성하다 - 뱅앤올룹슨
뱅앤올룹슨은 디자인 명가예요. 유려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죠. 그런데 뱅앤올룹슨 제품은 디자인적으로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기능적으로 남달라요. 제품을 선보이기 전, ‘고문실’이라는 실험실을 거치는데요. 고객이 제품을 사용할 때를 고려해 품질을 한계까지 테스트해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볼게요. 제품을 영하 25도의 냉동고에서 6시간 보관했다가 바로 오븐에 넣어 40도로 굽고, 습도 93%의 열대실에서 42일 동안 제품의 부식 여부를 테스트하는 식이에요. 그뿐 아니라 5,000번의 충돌 테스트, 박스 포장된 제품을 3시간 동안 차에 실어 배달하는 모의 운송 테스트, 20분씩 3회에 걸친 진동 테스트로 고객이 제품을 받기 전까지의 상황까지 고려하죠. 튼튼한 제품을 만드는 차원을 넘어 일상에서 고객이 안전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에요.
뱅앤올룹슨의 유려한 디자인 뒤에 이러한 혹독함이 숨어 있었어요. 그런데 뱅앤올룹슨의 디자인에는 또 다른 반전도 있어요. 바로 내부에 디자이너가 없다는 점이에요. 1958년부터 지금까지,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해서 제품을 개발해 왔죠. 그렇다면 이 독특한 기업 문화는, 뱅앤올룹슨이 오디오계의 아이콘이 된 사연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뱅앤올룹슨 미리보기
• 사용자의 생활을 이해하는 디자인
• 사운드 기술력의 타협 없음
• 소리 없이 뱅앤올룹슨의 소리를 퍼뜨리는 방법
• 불가능의 예술을 가능케하는 ‘관심’의 힘
애플보다 먼저 ‘Think Different’를 모토로 채택한 기업이 있어요. 정확히는 ‘We think differently’인데요. 9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덴마크의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이에요. 외계인의 거울처럼 생겼지만 모던의 끝을 달리는 고급스러운 디자인, 모양도 크기도 상상을 초월하는 홈오디오, 고막을 부드럽게 감싸며 청량감과 무게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사운드,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TV. ‘이게 뭐지?’ 싶다가도 한순간 훅 빠져들게 만드는 고급 음향 브랜드의 대명사예요.
또한 뱅앤올룹슨은 덴마크 왕실과 정부가 해외 국빈에게 선물하는 명품으로도 유명해요. 페라리, 아우디, BMW, 제네시스 등 고급 차량에 탑재된 역사도 있죠. 휠을 돌려 스크롤을 움직이는 아이팟의 ‘클릭 휠’은 맨 처음 뱅앤올룹슨의 무선 전화기에서 영감을 얻었고요. 이처럼 명성만큼이나 여러 영역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클래식으로 통해요.
그러나 시작은 여느 기업과 다르지 않았어요. 1925년, 덴마크 시골 스투르에르의 작은 다락방. 엔지니어인 페테르 뱅과 스벤 올룹슨이 기계와 투닥거린 끝에 배터리를 넣지 않고 플러그를 꽂아 쓰는 라디오 ‘일리미네이터’를 세계 최초로 발명했죠. 두 사람의 성을 딴 뱅앤올룹슨은 그렇게 탄생했어요.
이를 계기로 공장을 세웠지만, 길은 험난했어요.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와 협력하지 않은 대가로 공장이 불타버렸고,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오디오와 관련없는 전기 면도기를 생산해야 했죠. 1957년부터 라디오와 TV를 개발하며 재기에 성공한 뱅앤올룹슨은 90년대부터는 대량 생신 방식에서 주문 제작과 직영 판매 방식으로 바꾸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해요.
두 번째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였어요. 매출이 반토막 나고 52달러를 상회하던 주가는 8.5달러로 곤두박질쳤어요. 스마트폰이 부상하면서 뱅앤올룹슨이 주력으로 팔던 DVD 레코더, 거치형 오디오는 치명타를 입었죠. 뱅앤올룹슨은 휴대폰과 MP3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과감히 철수하고 프리미엄급 올인원 오디오 시장에 집중했어요. 동시에 젊은 세대를 위한 합리적 가격의 서브 브랜드 B&O 플레이를 런칭하며 다시 한 번 재기에 성공했죠.
전기 면도기, 라디오, TV, 홈오디오, 포터블 스피커, 이어폰 등까지. 다양한 상품을 거쳐 왔지만 뱅앤올룹슨에는 한결같이 세련되고 진중한 이미지가 있어요. 높은 가격대 때문에 선뜻 지갑을 열 순 없어도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선 꿈의 오디오로 불리죠. 바로, ‘다르지만 낯설지 않게(We think differently)’라는 모토를 98년째 지키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슬로건을 처음 회사에 도입한 사람은 함께 협업한 프리랜서 디자이너였어요. 뱅앤올룹슨에서만 200개가 넘는 제품을 개발하고, 회사 밖에서는 더 많은 제품을 디자인한 전설적인 디자이너, 야콥 옌센이죠. 그의 몸값이 비싸서 스카우트하지 못하고 외부에 두는 게 아니에요. 뱅앤올룹슨은 1958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내부에 디자이너를 두지 않고 외부 디자이너와만 협력한다는 철칙을 금쪽같이 지키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독특한 기업 문화는, 뱅앤올룹슨이 오디오계의 아이콘이 된 사연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사람의 습관과 생활을 이해하는 디자인
뱅앤올룹슨은 도대체 왜 디자이너를 내부에 두지 않는 걸까요? 디자이너의 독립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에요. 외부 디자이너가 제품 기획에서부터 개발까지 주도를 하는데요. 이렇게 디자이너의 독립적 자유를 보장하면 관성에 사로잡히지 않는, 독특한 디자인이 탄생하게 돼요. 하지만 그것만이 이 철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아니에요. 디자이너의 자존심과 고집이 더해지면, 뱅앤올룹슨의 디자인 철학을 더 뚝심있게 지킬 수 있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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