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의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증시 활황의 여파로 '핵심예금' 이탈의 조짐까지 겹친 것으로 나타났다. 리딩뱅크 KB국민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를 방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핵심예금 등 수익성을 지키고자 '임베디드 금융'을 내세우는 한편 모임·사업자 통장 등 특화 수신 상품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경영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저원가성 핵심예금 확보'를 지목했다. 은행채(무보증, AAA) 10년물 금리가 4%대를 돌파하고 5년물 역시 저점 대비 90bp(1bp=0.01%p)가량 증가하면서 시장성 조달인 채권 발행 비용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채(무보증 AAA) 10년물 금리도 1월29일 4.004%를 기록하며 4%대로 진입한 데 이어 이달 2일에는 4.047%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기대감 속에 증시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고, 증권사들이 고수익을 앞세운 종합투자계좌(IMA) 등 혁신 금융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자 은행 예금 시장 내 침투가 확산 중이다. 금융 소비자의 자금이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의 가속인 셈이다. 결국 핵심예금 유치는 은행권 생존과 직결하는 과제로 떠올랐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월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51조5379억원으로, 지난해 말(674조84억원) 대비 22조4705억원 감소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강화하고 생산적 금융을 드라이브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낮은 기업대출 확대에 따른 건전성 관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유동성과 조달비용 상승 압박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올해 원화대출금 증가율을 4~5%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어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시중금리가 오르고 증시로 예금이 이탈하고 있는 점은 분명한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핵심예금 유치를 위해 임베디드 금융 전략을 전면에 배치했다. 삼성금융과 협업한 'KB모니모 매일이자 통장', GS리테일과 제휴한 'KB GS Pay 통장'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결제 플랫폼 등 고객의 일상적 접점을 금융 채널로 활용해 자금을 자연스럽게 묶어두는 방식이다.
특히 GS Pay 간편결제 실적에 따라 리워드를 제공하고 최고 연 1.9%의 금리를 적용하는 파킹통장 구조는 고객의 자발적인 거래 자금 축적을 유도한다. 이는 1425만명에 달하는 KB스타뱅킹 월간 활성 사용자(MAU)와 시너지를 내며 높은 집객 효과를 내고 있다.
틈새시장 공략 전략도 한층 정교해졌다. 국민은행은 최근 급증하는 N잡러와 영세 개인 셀러를 겨냥해 'KB사장님 파킹통장'을 대폭 개편했다. 12일부터는 사업자 계좌가 없는 개인 판매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다. 배달 플랫폼이나 온라인 마켓 정산금을 개인 계좌로 받는 영세 자영업자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요구하는 ‘상생금융’ 취지를 살리면서도, 조달 경쟁이 치열한 법인·사업자 자금을 선점하려는 실리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젊은 층을 겨냥한 ‘KB모임통장’ 마케팅 강화도 같은 맥락이다. 그룹 에스파를 모델로 기용해 화제를 모은 이 상품은 하루만 맡겨도 최대 1000만 원까지 연 2.0%의 금리를 제공한다. 전용 앱 설치 없이 웹에서도 모임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 접근성을 높인 점도 강점이다. 모임 회비와 같은 유동성 자금은 은행 입장에서 대표적인 저원가성 자금원으로 꼽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기업대출 금리 인하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수익성을 방어하려면 안정적인 예금 조달이 필수"라며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임베디드 금융을 확대하고,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 사업자를 위한 상품을 개선해 핵심예금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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