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니 신고 마라” 연인 보복 살해범의 태연한 ‘거짓말’

이혜영 기자 2023. 5. 27. 18: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찰 조사 직후 연인을 보복 살해한 피의자가 태연한 거짓말로 범행을 은폐한 뒤 경찰 추적까지 따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앙심을 품은 피의자는 미리 준비해 둔 흉기로 연인을 잔혹 살해한 뒤 목격자들에게 "임신부고 다쳐서 병원에 가는 것이니 112에 신고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27일 서울 금천경찰서는 연인을 흉기로 잔혹 살해한 김아무개(33)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 신고에 앙심 품고 연인 살해…시민에 “다쳐서 병원간다” 추적 따돌려
구속영장 신청…피해자 보호 소홀 지적에 “스마트워치 등 제안 거절 당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연인 폭행으로 신고 당한 뒤 경찰 조사를 마친 직후 애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아무개(33)씨가 5월26일 오후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서울 금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 조사 직후 연인을 보복 살해한 피의자가 태연한 거짓말로 범행을 은폐한 뒤 경찰 추적까지 따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앙심을 품은 피의자는 미리 준비해 둔 흉기로 연인을 잔혹 살해한 뒤 목격자들에게 "임신부고 다쳐서 병원에 가는 것이니 112에 신고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27일 서울 금천경찰서는 연인을 흉기로 잔혹 살해한 김아무개(33)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전날 오전 7시17분께 금천구 시흥동의 한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연인이었던 A(47)씨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후 3시25분께 경기 파주시 한 공터에서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전 5시37분 "김씨가 TV를 부수고 서너 차례 팔을 잡아당겼다"며 신고했다. 당일 오전 4시께 인근 PC방에 만난 김씨와 A씨는 오전 5시 넘어 A씨 집으로 가는 길에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김씨를 임의동행해 오전 6시11분까지 조사했다. A씨는 김씨보다 늦게 조사를 마치고 오전 7시10분께 경찰서를 나섰다.

경찰은 먼저 조사를 마친 김씨에게 본 주소지인 파주로 가는 택시를 잡아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김씨는 "알아서 가겠다"고 했다. 김씨는 오전 6시26분 경찰의 확인 전화를 받았을 때도 "파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씨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평소 A씨와 자주 가던 PC방 건물 지하주차장이었다. 김씨는 A씨의 차량을 찾은 뒤 그 곳에서부터 300∼400m 떨어진 A씨 집에서 흉기를 챙겨 돌아왔다. 

김씨는 차량 뒤에 숨어있다가 A씨가 나타나자 곧바로 흉기로 무참히 찔렀다. 시민 2명이 김씨와 A씨를 목격했지만,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은 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목격자에게 "여자친구가 다쳐 병원에 데려가려 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목격자가 '여자친구가 임산부냐'고 묻자 "임신한 게 맞다. 112 신고하지 마라. 차로 가는 게 더 빠르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연인 폭행으로 신고 당한 뒤 경찰 조사를 마친 직후 애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아무개(33)씨가 5월26일 오후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서울 금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김씨는 A씨를 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기려 했지만 이동 중 A씨가 숨을 쉬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시흥사거리 인근 병원으로 가려다 경기 고양시 대형병원 쪽으로 차를 돌렸고, 오전 9시께 A씨 호흡이 멈춘 사실을 확인한 뒤 길을 잘 아는 파주로 향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 21일 A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뒤 인근 PC방에서 나흘간 숙식했고, 잠이 부족해 경황이 없는 상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A씨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시각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조치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와 임시숙소를 권유했지만 거절 당해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은 데다 폭행도 경미해 임의동행한 김씨의 귀가를 막을 수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