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담요’ 튀르키예어로 ‘기저귀’... 공항에 구호품 쏟아졌다

신지인 기자 2023. 2. 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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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국제 발송될 튀르키예 구호물품을 살펴보고 있는 튀르키예인들. 국내 거주 중인 튀르키예인 18명은 이날 SNS 게시글과 대학교 공지를 통해 일손을 돕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신지인 기자

지난 9일 오전 10시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한 물류창고 안팎엔 종이 박스 200여 개가 수북했다.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튀르키예 이재민들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보내온 구호물품들이다.

지난 7일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이 소셜미디어에 점퍼, 양말, 목도리 등의 구호물품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물류센터 주소와 필요한 물품 목록을 올렸는데 이를 본 국민이 하나둘 마음을 보낸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물류센터에 500여 개의 택배가 접수됐다. 여기 모인 물품은 대사관 측이 튀르키예 항공을 통해 현지로 보낸다고 한다.

9일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에 모인 튀르키예를 위한 구호물품 상자들. 전국 곳곳의 시민들이 보낸 것이다./신지인 기자

택배 상자에는 튀르키예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하려는 시민들의 마음이 곳곳에 나타나 있었다. 한글로 ‘담요와 목도리’라고 쓴 사람도 있었고, 튀르키예 말로 ‘bebek bezi(기저귀)’라고 쓴 사람도 있었다. ‘좋은 일 동참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메시지도 보였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오늘 새벽에는 40대 부부가 카니발 차량 트렁크에 직접 구호물품이 든 박스 17개를 싣고 ‘잘 부탁한다’며 찾아오기도 했다”고 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이서윤(38)씨는 “유치원 다녀온 다섯 살 아들이 ‘내 옷 튀르키예 친구들한테 주고 싶어’라고 말하더라”며 “아들과 깨끗하고 따뜻한 옷, 성인·아동용 겨울옷, 담요를 골라서 택배 상자에 직접 넣었다”고 했다. 유니스트(울산과기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튀르키예인 파루크 첼리크(32)씨도 남성용 재킷과 속옷을 택배로 보냈다. 파루크씨는 “너무 많은 죽음과 위험한 상황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어 뉴스를 보기 힘들다”며 “도움을 주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오후 2시쯤에는 물류센터에 대학원생과 직장인 등 튀르키예인 18명이 택배 상자를 옮기는 자원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열 살 딸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카르탈(43)씨는 “쌓여 있는 택배를 보니 한국인들의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일반 시민부터 기업까지 온정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8일 대구 동구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최정인(41)씨는 하루 판매액 10%는 튀르키예 기부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최씨는 “기부 소식을 알리고 나니 5만원짜리 선물용 베이커리를 사면서 10만원을 주고 간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9일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에 모인 튀르키예를 위한 구호물품 상자들. 전국 곳곳의 시민들이 보낸 것이다./신지인 기자

튀르키예에 스테인리스 냉연 생산 법인 등을 둔 포스코그룹은 성금 100만달러를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튀르키예와 방산 분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풍산그룹도 튀르키예 대사관을 찾아 성금 50만달러를 전달했다. 신한금융그룹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성금 3억원을 냈다. 현대해상은 성금 10만달러를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기부했다. 아웃도어 전문 업체인 비와이엔블랙야크그룹도 강추위가 이어지는 현지 상황을 고려해 외투와 티셔츠, 바지 등 1억원 상당의 방한 의류를 대사관을 통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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