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렸다" 울상인 은행 뒤로…'씩' 웃는 저축은행, 희비 갈린 이유

배규민 기자, 황예림 기자 2024. 10.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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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피벗시작, 금융권 희비 (下)
[편집자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3년 2개월 만에 금리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융사별로 희비가 교차하는데 업권별로 영향을 짚었다.
금리 인하에 보험 부채 늘고·자본 하락…건전성 '빨간불'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추이/그래픽=김지영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향후 지급할 보험 부채(보험금) 증가로 쌓아야 할 돈이 많아지고 자본금이 줄어 건전성에 빨간불이 커졌다. 자본확충에 나서지만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 후 첫 금리 인하로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쉽지 않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금리 인하로 인해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도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킥스 비율은 가용 자본을 요구 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올 3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평균은 200%, 손해보험사의 평균은 212%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다.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 증가 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라 자본이 감소하고 건전성 지표인 킥스 비율도 하락한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생명보험사의 킥스 비율은 25%포인트, 손해보험사는 3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금리 인하 전에도 킥스 비율이 높지 않았던 중소보험사의 경우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는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부채로 인식하는데 새로운 회계기준에서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현재 가치)로 환산해 적용하고 있다. 가령 20년 뒤 보험금(부채) 1억원을 계약자에게 줘야 한다면 금리 3.5%에서의 현재 가치(보험 부채)는 5026만원이지만, 금리가 3.25%로 내려가면 보험 부채는 5275만원으로 늘어난다. 현재의 자본 비율을 유지하려면 보험사는 249만원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보험사의 자기자본은 15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조3000억원(9.2%)이 줄었다. 총자산보다 총부채가 더 많이 증가한 탓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자본 감소는 생명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생보사는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보험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부채 듀레이션(투자금 대비 원금 회수 기간)이 더 길다. 생보사의 상품은 100세 만기·종신보험 등 보험 부채는 길지만 보험사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고채는 최장이 30년물로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킥스 비율 유지를 위해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을 지속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60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올 3분기에만 1조1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동양생명은 지난 7일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흥국화재도 지난달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KB손보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최대 9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1년 이내에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금리 인하는 보험사의 주요 수익인 투자 영업손익에도 부정적이다. 시장 금리가 내려가면 단기적으로 보유채권 등의 평가이익은 확대되지만 신규 투자시 투자수익률이 하락해 장기적으로는 투자 손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업환경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손익 감소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고 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의 부담은 늘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예정이율이라고 하는데,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예정이율도 낮아진다. 예정이율은 보험료와도 연동되는데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가 싸지고,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비싸진다. 금리 인하로 저축보험상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도 하락할 전망이다.

"드디어 금리 내리막길"…카드·저축은행·새마을금고 '씨익'

2금융권 당기순이익 추이.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한국은행의 '베이비컷' 이후 신용카드사·캐피탈사·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의 표정은 은행권과 달리 밝다. 카드·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은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비용 감소효과가 나타나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새마을금고는 예대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지만 부동산PF 정상화가 더 시급한 과제인 만큼 금리인하를 반기는 분위기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사인 카드·캐피탈사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조달비용이 줄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캐피탈사는 수신(예금)기능이 따로 없다. 이로 인해 채권을 발행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카드·캐피탈사가 발행하는 여신전문채권(여전채)은 기준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금리인상기엔 조달비용이 뛰어 실적이 나빠지는 반면 금리인하기엔 실적이 개선된다. 여전채 금리가 5%대 후반까지 올랐던 지난해 국내 8개 카드사의 이자비용은 1년 전보다 41% 증가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채권금리는 기준금리와 연동되는 경향이 있어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카드사의 조달환경이 유리해진다"며 "시간이 지나면 대출금리도 뒤따라 내려가겠지만 대출금리가 인하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카드사의 이자마진이 일정기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도 기준금리 인하로 향후 예금금리가 내려가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은 은행과 달리 기준금리가 낮아져야 예대마진이 확대된다. 이는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에 민감도가 높은 저축은행의 특성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주요고객은 대출상환 능력이 낮은 중저신용자로, 이들에게는 높은 대출금리가 적용된다. 예금금리가 1~2%일 때도 평균 대출금리는 10%대 초반부터 법정 최고금리인 20%에서 형성된다.

예금금리가 낮든 높든 대출금리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므로 예금금리가 오르는 시기엔 저축은행의 실적이 악화한다. 실제 평균 예금금리가 6%까지 치솟은 지난해 저축은행은 9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저축은행은 이 기간 실적을 방어하기 위해 신규대출도 중단했다.

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금융은 예대마진 축소우려에도 금리인하를 내심 반기는 눈치다. 현재 상호금융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부동산PF 정상화여서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올해 PF대출 부실로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상반기에만 1조3986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아 1조20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협도 올 상반기 337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PF사업장의 금융비용이 낮아져 사업장의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PF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저축은행과 캐피탈 업권도 PF사업장 정상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예대마진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기준금리 인하가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예대마진보다 더 중요한 게 부동산PF 정상화"라며 "부실화됐던 부동산 시장이 금리인하로 인해 살아나면 충당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게 새마을금고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인하가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금융권의 업황회복 속도가 기대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올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는다.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속도가 빠르지 않은데다 저축은행은 은행을 뒤따라 예금금리를 인하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2금융권의 예금금리가 낮아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이라며 "당장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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