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하라”면서 “움직이면 쏜다”…가자 북부에 갇힌 40만명

김서영 기자 2024. 10. 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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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팔레스타인 청년이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가족들의 시신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공세를 강화하며 오도 가도 못하는 주민들의 고립이 깊어지고 있다. 최소 40만명이 갇혔다고 추정되며 식량 지원과 소아마비 예방접종이 중단되리란 우려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가디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새로 내렸다. 대피령이 내려진 곳은 가자시티 일부 구역과 자발리야 난민촌 인근이다.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에게 이 지역을 피해 가자지구 남부 해안 지역인 알마와시로 가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약 84%에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에서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마와시는 이미 피란민 수십만명이 몰려든 곳이며, 인도주의 구역도 폭격을 받고 있다. 가자시티 출신 한 주민(25)은 “매일 더 힘들어지고 있다. 두려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가 없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지시에 따라 대피에 나선 이들도 이스라엘군 저격수의 총격을 받고 있다고 전해졌다. 국경없는의사회(MSF) 담당자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아무도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다. 출입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총에 맞는다”며 직원 5명도 자발리야에 갇혔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와파통신은 의료 관계자를 인용해 사망자 중 최소 15명이 피란처로 사용되는 학교를 표적으로 한 공습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아동들이 12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서 생필품을 챙겨 대피에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지난 일주일 동안 가자지구 북부에서 공세를 늘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 일대에서 하마스가 재건되고 있다고 본다. 이스라엘군은 베이트 하눈, 자발리야, 베이트 라히야 등으로 진격했다. 대규모 공습마다 수십~수백명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사상자는 여성과 아동이며 언론인도 있다.

그 결과 가자지구 북부에 오도 가도 못하고 고립된 이들은 약 40만명으로 추정된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최소 40만명이 이 일대에 갇혔다. 이스라엘의 대피령 때문에 주민들이 계속해서 피란을 가야 한다. 많은 이들은 가자지구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거부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국제기구가 진행하던 식량 보급과 소아마비 예방 접종도 차질을 빚으리란 우려가 나온다. 가자지구 북부에선 병원의 연료와 주민들이 쓸 식량이 바닥나고 있는 실정이다. UNRWA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자지구 북부에 접근하는 것을 이스라엘군이 방해했다”며 “다음 주 시작될 예정인 소아마비 예방 접종 2단계가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WFP)도 “지난 1일 이후로 가자지구 북부에 식량 지원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휴전 논의는 현재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레바논 무정정파 헤즈볼라를 향한 공격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중동 일대 긴장이 더 커졌다. 이날 레바논 보건 당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60명이 숨지고 16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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