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정직한 운동"… 2030은 왜 달리기에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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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서울 광화문광장과 한강변 등 주요 러닝 거점은 형형색색 러닝복을 입은 2030세대로 북적인다.
홀로 달리는 '혼런'부터 함께 발맞추는 '크루 러닝'까지.
직장인 진현준(28)씨는 "헬스장을 찾을 시간 여유조차 없는 일상에서 운동화만 신고 나가면 바로 뛸 수 있는 러닝은 효율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알맞은 운동"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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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크루, 사회적 연결망 역할도
비싼 러닝화, 마라톤 참가비 '부담'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서울 광화문광장과 한강변 등 주요 러닝 거점은 형형색색 러닝복을 입은 2030세대로 북적인다. 홀로 달리는 '혼런'부터 함께 발맞추는 '크루 러닝'까지. 청년들이 이토록 달리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러너들은 달리기가 다른 운동에 비해 시간, 공간, 기구 등 환경의 제약을 덜 받는다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직장인 진현준(28)씨는 "헬스장을 찾을 시간 여유조차 없는 일상에서 운동화만 신고 나가면 바로 뛸 수 있는 러닝은 효율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알맞은 운동"이라고 평했다. 김호정(27)씨도 "주말엔 축구도 병행하지만, 러닝은 오직 내 호흡과 페이스에만 집중하면 되는, 나만의 운동이라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러닝은 심리적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대학생 양재경(21)씨는 "과제나 시험으로 힘들 때마다 '하프 코스(약 21km)도 완주했는데 이 정도쯤이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며 "달리기가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 도구인 셈"이라고 했다. 월평균 80㎞를 달린다는 양씨는 러닝을 시작한 뒤 새로운 모임에도 스스럼없이 참여할 만큼 자신감이 커졌다. 3월에는 평소 두려워하던 '배낭 여행'에도 도전하기로 했다.

러너들이 함께 달리는 모임 '러닝 크루'는 사회적 연결망 역할까지 하고 있다. 러너들은 달리기라는 공통 관심사로 뭉친 커뮤니티가 파편화된 개인에게 '소속감'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김민하(21)씨는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며 뛰는 과정에서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며 생긋 웃었다.
수강료를 내야 하는 헬스나 필라테스 등과 달리 '공짜 스포츠'라는 점도 초기 흥행에 한몫했다. 다만 최근 들어 고가 의류와 운동화가 필수품처럼 인식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지기는 했다. 일부 마라톤 대회는 10㎞ 코스 참가비가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박선영(23)씨는 "기록 단축을 위한 카본화는 너무 비싸고 마라톤 참가비도 줄줄이 올라 결국 대회 참가를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러닝 열풍의 사회적 맥락에 주목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취업난 등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불안이 만연한 사회에서 자기 노력으로 정직한 결과를 내는 러닝은 확실한 심리적 보상이 된다"고 진단했다. 물론 단순한 유행이나 과시욕으로 변질된 측면도 없지는 않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물질적 부를 과시하는 것이 주류 트렌드였다면 이제는 '갓생(부지런한 삶)' 사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새로운 '인증' 수단이 됐다"고 짚었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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