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사건으로 세상 떠난 비극의 웃음꾼

개그맨 김태호는 1967년생으로 본명은 김광현이다. 1991년 KBS 8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으며, 재치 있는 말솜씨와 빠른 순발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코미디 세상만사’, ‘6시 내고향’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쾌걸춘향’, ‘서동요’ 등 드라마에서도 연기자로 활동했다.
이후에는 행사 전문 MC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기업 행사, 지역 축제, 강연 등 다양한 오프라인 무대에서 활약했으며, 중장년층 사이에서 특히 친숙한 얼굴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공로상, 2014년에는 MC 우수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방송계 안팎에서 꾸준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동료들을 위한 목소리, 무대 밖에서도 진심이던 개그맨

2012년 협회 사무국장 재직 당시에는 코미디언들의 출연료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1년에 한 번씩 조정되는 탤런트 출연료와 달리, 코미디언은 5, 6년이 지나도 1, 2등급 상승에 그친다며 열악한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동료들의 권익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내부에서는 ‘개그맨을 웃기는 개그맨’으로 불릴 만큼 유쾌하고 재능 있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개그계 선배 심형래 역시 “뜨지는 못했지만 정말 웃기는 후배”라며 그의 개그 감각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참변의 날, 너무도 허망했던 이별

2018년 6월 17일 오후 9시 50분경, 전북 군산시 장미동 소재 유흥주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김태호는 자선 골프대회 행사 참석차 군산을 방문했으며,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불은 50대 남성 A씨가 술값 문제로 업주와 시비를 벌인 뒤 시작됐다. A씨는 당시 외상값 10만 원이 과다 청구되었다고 주장하며 주점 입구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후 A씨는 출입구를 대걸레로 막고 현장을 빠져나갔으며, 이는 사전에 휘발유를 준비해 둔 계획적인 방화임이 속속 드러났다.
화재 발생 후 불길은 순식간에 퍼졌다. 자리를 뜬 지 불과 10분 만에 주점 내부 분위기는 혼란에 휩싸였고, 김태호는 그 와중에 현장에서 화상을 입고 구급차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김태호를 포함한 총 3명이 사망했고, 30여 명이 화상 또는 연기 흡입 등의 부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특히 중상자만 해도 17명에 달해 당시 현장은 극심한 충격 상황이었다.
김태호의 사망소식은 이튿날인 6월 19일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방송코미디언협회는 행사를 위해 군산을 찾은 도중 변을 당했다고 전하며, 빈소는 성남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살해에 가까운 방화로 세상을 떠난 김태호의 죽음은 코미디계와 대중 모두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올해는 그의 사망 7주기를 맞는 해다. 동료들과 대중은 여전히 그를 ‘웃기는 개그맨’이자 ‘진심으로 동료를 아끼던 MC’로 기억하며, 따뜻한 웃음을 영겁으로 전달받은 이로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