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서울의대 교수 토론…"의사 수 부족"vs"시스템 문제"
강희경 비대위원장 "배후 진료 의사 수 많아…필요한 곳에 가도록"
의대교육 5년 단축? "애초에 하지 않은 말"vs"흔들지 말라"
방청객에서 소란도…"휴학 정부가 승인하나? 네 말이 다 맞느냐?"
"지표상으로 보더라도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점이 나타나고 있다."
"시스템의 문제이지 의사 수의 문제인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서울대 의대 교수가 의대 증원을 포함해 의료개혁을 두고 토론을 벌였으나 끝내 평행선을 달렸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대통령비서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과 보건복지부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장, 하은진 비대위원이 참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공개 석상에서 의료계와 토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양측은 '의사 수가 부족한가'를 두고 큰 의견 차이를 보였다. 정부 측은 의사 수가 부족해 '지역 간 의료 격차' 등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수석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 필수와 비필수 과목 의료 쏠림이 고착화하고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 사례 등 국민들이 처한 현실이 이런 문제를 대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부족한 의사 수는 2035년에 1만명이 아니라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즉 2천명 증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최소 4천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닌 의료 시스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강 위원장은 "응급실 뺑뺑이의 주원인이 되는 배후 진료 중에 중요한 과인 신경외과 의사 수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많다"며 "이들이 (의료현장으로) 돌아오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비해서 적지만, 부족하지는 않다"며 "우리나라 국민 평균 수명은 OECD 평균에 비해 3살이나 더 오래 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필요한 곳에 의사가 갈 수 있도록 해주자'고 제안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 위원은 "(응급실 뺑뺑이 등 문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의사 수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다"며 "해당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응급 질환은 무엇인지, 해당 질환이 얼마나 응급실에 빨리 가야 하는 질환인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응급의료 시스템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반면 정 단장은 "'현재 비상진료 상황이 종료되고 원상 복귀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국민들도 '그건 아니다'라고 할 것"이라며 "우리 의료 체계는 의료 공급과 이용 측면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문제가 누적돼 왔다. 이제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장 수석은 "많이 양성된 (의사) 인력을 잘 배치하면 된다고 하는데, 전문의를 따고 일할 지역이나 기관, 전공을 선택한 의사가 수가를 올려준다고 지역이나 전공을 바꿔 재배치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비가 폭증한다는 우려에 대해 정 단장은 "최근 연구 경향을 보면 의사가 늘어난다고 해서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연관성은 없다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국가 재정을 쓸 때 쓰고 아낄 때 아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교육 5년 단축' 논란과 관련해서도 양측은 입장을 달리했다.
강 위원장은 "최근 의학 교육이 문제가 됐다"며 "6년 과정도 빡빡한데 (5년으로 단축이나)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규정) 개정 등 정부에서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장 수석은 "의대 교육 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겠다는 말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며 "고등교육법과 시행령을 보면 의대의 경우 6년 과정으로 돼 있고, 정해진 학점을 빨리 달성해서 조기 졸업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지 8개월이 된 마당에 향후 복귀해서 잃어버린 (교육) 프로그램을 단축하기보다는 방학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의대와 의견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대생들의 휴학을 놓고서도 장 수석은 "일부 학생들이 휴학은 권리라고 얘기하는데, 휴학은 권리가 아니다"며 "고등교육법령 상 휴학은 교육 과정에 들어가기로 등록하고, 교육을 받기로 한 학생이 불가피하게 개인적으로 예측하지 못한 사유가 생겼을 때 신청하고 이를 승인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순간 정부 정책에 반발해 일시에 모든 학생이 승인 불가능한 휴학계를 내는 건 개인적인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며 "학교는 교육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 위원장은 "의대 과정은 본과에 올라오면 '고등학교 4학년'이라고 얘기한다"며 "예컨대 고등학교 봄, 여름을 못 다녔는데 10월부터 시작해서 고학년 (수업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때 일부 청중이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장 수석이 의대생 집단 휴학과 관련해 발언을 하자 방청석에 있던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남성이 "휴학을 정부가 승인하는가. 네가 하는 말이 다 맞는 것이냐"라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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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roc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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