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전투에 한국어 더빙, 게임에 진심인 이들이 만든 ‘무기미도’

요즘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면 자연스레 신작에 대한 기대치가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조한 콘텐츠 퀄리티, 보는 재미가 없는 밋밋한 스토리, 일러스트나 경쟁 구도만 잘 뽑으면 뽑기를 위시한 비즈니스 모델이 돈을 벌어줄 거라는 생각을 가진 게임이 한두 개가 아니었죠.

이번에 리뷰할 게임, ‘무기미도’도 사실 처음에는 기대치가 별로 높지 않았습니다. 신생 개발사의 신작 게임이다 보니 국내 인지도는 없다시피 했고, 서비스 시작 전 광고와 PV를 볼 수 있었는데 일러스트를 통해 분위기는 전달한 반면 어떤 게임인지는 알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출시 후 게임을 직접 해보니 게임 시스템, 스토리 등 다양한 부분의 완성도가 첫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주변 사람들과 같이 게임을 시작했는데 특히 스토리 부분은 간만에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는 의견이 많았죠.

전체적인 스토리를 요약해 놓고 보면 단순히 괜찮은 작품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몰입감은 최근 몇 년간 플레이 한 모바일 게임 중 충분히 상위권에 들어올 정도였죠.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어울리는 일러스트, 미스터리 스릴러 느낌을 주는 연출 방법 등 다양한 부분이 매력적이었는데, 몰입감을 가장 강하게 준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스토리 속 캐릭터가 주는 현실감이 가장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게임 플레이 경험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긴 한데, 뽑기 기반 모바일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깊이감이 모자란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일러스트나 기초적인 설정은 공을 들이는 반면, 캐릭터를 묘사하는 스토리 콘텐츠가 부실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상업적인 기준으로 보면 틀린 건 아니죠. 일러스트나 게임 속 성능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어차피 뽑기를 하게 될 테고, 하나의 캐릭터를 깊게 만들 시간에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 게 더 이득일 테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건 뽑기가 아니라 게임입니다. 양산된 캐릭터들로 만들어진 재미없는 스토리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원하고 있죠.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에 힘을 쓰지 않으면 대사 속에 남는 건 게임의 흐름을 위한 정보뿐이며, 이런 스토리는 읽는 사람에게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스토리는 완성될지 몰라도 읽는 재미가 없으니 직접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 거죠. 스킵 버튼에 자연스레 손이 가게 되는 건 어찌 보면 이런 스토리들이 만든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기미도의 스토리는 보는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습니다. 뭔가 잘 만든 드라마를 보는 듯 가상 속 인물임에도 현실감이 느껴졌죠. 아주 짧은 시간 등장하는 엑스트라 캐릭터를 제외하면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도 입체적이었습니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상대에게 거리를 유지한다거나, 들키고 싶지 않은 사실을 회피하기 위해 말과 행동을 교묘하게 돌리는 등, 현실의 인간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반영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 상황에서도 등장인물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행동을 취할지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이를 실천하는 게임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보니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이 남다르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심문은 이런 등장인물들에게 깊이를 더해주는 콘텐츠였습니다. 광고에서도 주력 콘텐츠로 많이 홍보를 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심문이라는 단어에서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연상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그런 콘텐츠는 아닙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앞에서 스토리 정보를 안내해 드리지 않았는데요, 본 작품의 주인공은 범죄자 수용 시설의 관리자인 ‘국장’이며 플레이어블 캐릭터이자 등장인물들은 과거 범죄 이력이 있거나 위험인물로 분류되어 시설에 들어온 수감자입니다. 심문은 그들의 과거 행적이나 심리 상태를 보다 깊게 파악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죠.

이 콘텐츠의 핵심은 캐릭터 정보에 기록된 내용과는 다른 숨겨진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마치 추리 게임처럼 기존에 조사한 정보와 사실 간의 일치 여부, 그리고 연계되는 추가적인 정보를 얻어낼 수도 있었죠. 그 과정에서 그들이 왜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됐는지, 어떤 성향의 캐릭터인지를 보여주었기에 캐릭터에 대한 깊이감이 한층 더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국 게임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면 또 빠질 수 없는 내용이 하나 있죠. 바로 번역인데요. 근래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게임들의 번역 수준은 솔직히 처참합니다. 지금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원신’마저도 일부 서브 퀘스트에서 번역기만 사용된 스크립트가 아직까지도 발견되고 있고, 많은 중국 게임을 국내에 가져온 모 퍼블리셔에서 매번 번역기보다 낮은 수준으로 번역을 반복하면서 인식이 바닥을 치게 됐죠.

무기미도도 솔직히 번역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직역이 많이 들어가면서 중국어 번역 특유의 문장 구조가 자주 보였거든요. 그나마 검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뜻 자체를 전달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어색하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었다고 봅니다. 하나는 대사의 번역이 초월 번역이라는 단어가 연상될 정도로 자연스러웠거든요. 한국인이 아니라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수준이었죠. 국내 게임까지 통틀어서 대사 하나는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퀄리티가 높았습니다.

번역의 퀄리티를 뛰어넘는 초월 더빙을 보여준 캐릭터 ‘엘라’

두 번째 원인은 스토리에 들어간 한국어 풀보이스 더빙입니다. 국내 게임에서도 비용 등 다양한 문제로 도입하지 않는 부분을 무기미도가 추가한 거죠. 성우의 라인업도 상당히 호화로운 편이며, 연기도 한 번의 녹음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고 생각될 정도의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엘라’의 목소리는 가히 초월 더빙이라고 할 정도로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습니다. 스토리를 살려낸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무기미도 스토리의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등장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묘사, 높은 퀄리티의 대사 번역과 더빙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탄생한 수작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중국 현지에서도 서비스한지 이제 2개월 된 신작 게임이 로컬라이징에 이 정도 투자를 결정한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겠죠. 무기미도 팀이 게임에 가진 열정 하나는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신기하게도 디펜스라는 장르는 메이저한 반면, 서브컬쳐 게임으로는 잘 나오질 않습니다. 그렇기에 무기미도의 장르가 타워 디펜스 RPG라는 점은 꽤나 반가운 소식이었죠.

전투 화면을 보면 모바일 디펜스 게임 ‘명일방주’와 유사한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격자 필드에 유닛을 배치하는 점이나 스킬을 사용하는 부분은 명일방주에 3D 그래픽을 추가한 게임이라는 첫인상을 가져왔죠.

그런데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보니 명일방주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 방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디펜스 장르에서도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개척한 모습이었죠.

무기미도는 게임 시작 전에 6명의 유닛을 배치하고 시작하며, 게임 시작 후에는 추가적인 유닛의 배치가 불가능합니다. 그 대신 지정된 횟수만큼 유닛의 위치를 변경할 수 있죠. 일반적인 디펜스 장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닛(타워)를 확충하는 것으로 방어선을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과는 상반된 구조였습니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6명이라는 적은 숫자가 주는 압박감이 상당합니다. 유닛마다 저지 가능한 적의 숫자가 정해져 있기에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적이 진입하는 경우 대응이 어렵거든요. 잠시 한눈을 팔고 유닛을 방치하면 쉽게 방어선이 뚫리는 모습을 보게 되죠.

전투의 핵심은 적들의 진입 루트를 빠르게 파악하고 캐릭터의 위치를 적재적소에 이동시키는 것에 달려있습니다. 다른 디펜스 게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과 손이 바쁘게 움직여야 했죠.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적들이 쉽게 대응하기 어렵도록 다양한 특성과 조합을 가지고 나오거든요.

2:1의 대치 상황임에도 후방의 힐러가 탱커에게 힐을 하니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강적은 Break 상태를 유도해서 격파해야 한다

플레이어의 특권으로 생각했던 탱커와 힐러의 조합이 적으로 등장하니 이게 얼마나 적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조합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죽으면 분열하는 적은 저지 능력이 낮은 캐릭터를 무시하고 돌파했기에 눈과 손을 매우 바쁘게 했죠.

일부 강적은 코어라는 스택을 가지고 있는데, 스택을 감소시키는 스킬을 통해 Break 상태 이상에 빠지도록 만들면 크게 약화되지만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강력한 공격이나 공격 반사 같은 까다로운 특수 능력으로 아군 캐릭터를 쉽게 무력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유닛의 이동이 익숙하지 않은 게임 초반의 난이도가 꽤 높게 느껴졌습니다. 앞에 이야기 한 부분 외에도 캐릭터의 체력 관리나 스킬 사용에 대한 타이밍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고, 그만큼 손을 바쁘게 움직여야 했죠. 디펜스 게임이라기보다 실시간 전략 게임에 더 가까운 것 같은 플레이 방식이었습니다.

일부 전투에서 등장하는 보스는 색다른 플레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보스의 공격 패턴에 맞춰서 안전한 장소로 위치를 이동시키거나 최소한의 피해만을 입기 위해 어그로를 관리하는 등 다양한 컨트롤을 필요로 했죠. 보스마다 다양한 기믹과 패턴을 가지고 등장했기에 게임을 플레이하면 할수록 점점 더 전략 게임스럽다는 인상이 강해졌었죠.

참신한 시스템과 많은 상호작용으로 게임 플레이는 꽤 즐거웠습니다. 난이도 같은 경우도 어렵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익숙해지면 적당한 수준이라고 느껴졌죠. 그런데 그래픽 부분은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게임 그래픽에 대해서 좋고 나쁨이란 없고, 어떤 게임이든 각자의 색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무기미도의 전투 그래픽은 분명 나쁘지는 않은데 완성됐다고 말하기는 뭔가 애매하다고 느껴졌거든요. 찰흙 같은 텍스쳐와 색감도 그렇고, 이펙트도 보는 맛이 없어 미완성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플레이하는 기기의 성능과 최적화를 너무 고려한 게 아닌가 싶었죠.

캐릭터의 이동을 위한 조작감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게임 화면이 3D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사선으로 내려다보는 시점을 선택했는데 그 탓에 앞의 캐릭터와 겹치는 부분이 발생하여 원하는 캐릭터가 선택되지 않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죠. 전투 진행 중엔 캐릭터의 공격 범위, 스킬 사용 범위 등 가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정보가 많이 모자라서 익숙하지 않은 초반에 조작 미스가 자주 발생했었습니다. 물론 이제 2개월 된 게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죠. 다양한 편의성 개선이 금방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무기미도의 콘텐츠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교과서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게임들의 장점을 연구하고 모아 놓은 것이 마치 게임이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이번에 소개 드리지 못한 세부적인 콘텐츠 구성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 다양한 부분에서도 유저 친화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게임이라는 문화콘텐츠를 사랑하는 유저로서, 무기미도에 담긴 열정 하나는 확실히 리스펙할만했습니다. 콘텐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모습도 보였고, 로컬라이징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한 걸 보니 간만에 국내에서 오래 서비스할 수 있을 게임이 등장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글/ 파란하늘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