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롭 영혼 팔아 넘겼다" 레드불 합류에 독일 매체들이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는?..."축구에 낭만 없어져"
[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위르겐 클롭 감독이 축구계에 복귀했다. 다만 감독직이 아닌 관리직을 맡게 됐다.
에너지 음료 회사로 유명한 레드불은 9일(한국시간) "클롭이 돌아왔다! 리버풀에 독특한 헤비메탈 플레이 스타일을 입힌 감독이 레드불의 클럽 네트워크를 감독할 것이다. 클롭은 2025년 1월 1일부터 레드불의 글로벌 축구 책임자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새로운 역할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클롭은 레드불의 국제적인 축구 클럽 네트워크를 총괄하게 된다. 클럽의 일상적인 운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각 클럽의 스포츠 디렉터들을 지원하며 레드불 철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비전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전 세계 스카우팅 작업을 지원하고, 코치들의 훈련 및 발전에도 기여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클롭 감독은 "거의 25년 동안 감독으로서의 삶을 마친 후,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에 더없이 설레인다. 역할은 바뀌었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과 이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레드불의 글로벌 조직에 합류함으로써, 우리는 가진 엄청난 축구 재능을 발전시키고 지원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레드불이 가진 엘리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고, 다른 스포츠 및 산업으로부터 배우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것이다. 나의 역할은 주로 레드불 클럽의 코치와 경영진에게 멘토가 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독특하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조직의 일원이다. 이 점이 나를 매우 흥분시킨다"라고 말했다.
레드불의 기업 프로젝트 및 투자 CEO인 올리버 민츠라프는 "우리는 레드불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나고 강력한 영입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다. 클롭은 세계 축구에서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뛰어난 능력과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축구 총괄 책임자로서 우리의 국제 축구 참여와 지속적인 발전에 있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우리는 클럽을 집단적으로 그리고 개별적으로 더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분야에서 귀중하고 결정적인 자극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롭 감독은 2001년 마인츠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곧바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당시 34세였던 클롭 감독은 시즌 중반에 부임해 첫 7경기에서 6승을 달성하며 마인츠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클롭 감독이 팀을 지휘한 뒤, 급성장을 해냈고 결국 마인츠는 2003-04시즌 마인츠 창단 99년 만에 1부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이후 도르트문트의 러브콜을 받아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클롭 감독은 특유의 '게겐프레싱' 전술을 팀에 입히며 몰락의 길을 걷던 팀을 분데스리가 최강의 팀으로 만들어냈다. 클롭 감독의 지도 아래 도르트문트는 9년 만에 마이스터샬레(독일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 했다.
독일 무대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클롭 감독은 2015년 10월 안필드에 입성했다. 당시 중상위권에 위치했던 팀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놨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에서만 489경기를 지휘하면서 304승 100무 85패의 성적을 거뒀다. 해당 기간 리버풀은 1088골을 넣었고, 550골을 실점했다.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 부임 이후 프리미어리그 우승 1회, 잉글랜드 FA컵 우승 1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우승 2회, 잉글랜드 FA 커뮤니티 실드 1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1회 등 총 8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끝으로 안필드를 떠나게 됐다. 클롭 감독은 울버햄튼과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8라운드 맞대결을 끝으로 리버풀과 작별했다. 리버풀 팬들은 경기 전부터 다양한 플래카드로 클롭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한 경기 전 리버풀의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를 부르며 클롭 감독의 마지막 경기를 기념했다.
클롭 감독은 이제 완전히 리버풀을 떠났다. 떠나기 직전 클롭 감독은 리버풀에 위치한 M&S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클롭과의 저녁'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만 명에 육박한 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롭 감독은 "내가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직업의 90%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리버풀과 같은 클럽의 감독이라면 최고가 되어야만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승객으로서 여기에 있을 수 없었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리버풀을 떠난 뒤 클롭 감독은 휴식을 취했다. 개인 SNS를 통해 테니스를 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계속해서 여러 팀들과 연결됐다. 미국 국가대표팀, 잉글랜드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관심을 보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클롭 감독은 감독직은 모두 고사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레드불의 글로벌 축구 책임자 자리에 앉게 됐다. 해당 소식에 독일 '베를리너 차이퉁'은 "클롭의 레드불행은 수많은 팬들에게 좌절과 실망으로 다가왔다. 이 일은 수년간 축구계에 있었던 일중 독보적으로 가장 실망스러운 일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 현지 매체들이 클롭 감독의 레드불행을 비판하는 이유가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모두 이른바 시민들이 운영하는 시민 구단으로 거대 자본의 유입을 철저하게 막아오며 리그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레드불 산하의 RB 라이프치히가 등장하면서 해당 룰이 산산조각났다. 라이프치히는 레드불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고,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클럽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독일 내에선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구단 중 하나라는 인식이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도 클롭 감독이 레드불에 일원이 되자, 분노했다. '베를리너 차이퉁'은 "레드불로 이적하면서 클롭은 영혼을 팔아넘겼으며, 무엇보다 더 이상 축구계에는 낭만은 없으며, 이제 차갑고 돈에 굶주린 비지니스만 남아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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