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적인 감정의 공유, 모스플라이 작가

<안현정의 아트픽> : 안현정 미술평론가(예술철학박사, 성균관대 박물관 학예실장)가 추천하는 작가입니다.

어릴 적 나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지원했으나 떨어지고, 선린인터넷고등학교 디자인과에 진학했다. 당시 나는 컴퓨터에도 빠져 있어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컴퓨터와 그림 사이 어딘가에 있는 단어로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가천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 편집 디자인 회사에서 4년 동안 일했다.

대학 시절 활자를 다루고 책을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 편집 디자인을 진로로 선택했지만, 과제로 했던 편집 디자인과 달리 나의 콘텐츠가 아닌 남의 콘텐츠를 다루는 일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이미지를 다루는 일에 더 집중하고자 퇴사 후 프리랜서 일러스트 작가로 전업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막연히 그림을 그려서 생활할 수 있음에 감사했지만, 클라이언트의 레퍼런스에 맞춰 작업하다 보니, 돈을 걷어내면 남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에 내가 없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노트를 한 권 사서 틈틈이 아무거나 그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잡은 펜은 어색했고, 그림은 엉망이었다. 10분만 펜을 쥐고 있어도 손바닥 안쪽이 아려왔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도 몰라서 방황하는 펜 끝이 서글펐다. 무엇을 그릴지 생각하는 것도 힘들어, 잡지를 펴고 무작정 손 가는 대로 그리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인물, 풍경, 텍스트를 그대로 그렸다.

노트가 한 권 두 권 채워지면서, 보고 그린 이미지 사이사이 약간은 생소하지만,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나타났다. 나의 기호와 당시의 관심사, 과거의 추억들이 여러 형태로 흩뿌려져 있었다. 다시 마주한 생소한 것들은 인지되는 순간부터 습관적으로 다시 노트에 나타났다. 자주 그리게 된 인물들에게 애정이 생겨 이름을 지어주고, 나의 성격을 투영해 그리게 되었다. 이런 행위들은 어떤 계획이나 목적 없이, 단순히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일에 대한 도피적인 유희에 가까웠다.

노트가 서너 권쯤 가득 채워졌을 때, 손에 익어 자주 등장하게 된 세 인물이 티타임을 즐기는 그림을 실크스크린 작업으로 제작했다.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아하는 영화의 줄거리들이 덕지덕지 섞인 이야기가 떠올라 이어지는 망상의 하이라이트 신들을 그리곤 했다. 회화 작가라는 단어는 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작가 활동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망상 속 이야기를 한 번 정리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각각의 작업 속에 담긴 이야기의 메시지보다 나의 삶에서 이 그림들의 모티프가 된 낙서들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고 도피적인 성격의 낙서에서 오는 유희적인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 늘 그림과 관련된 일을 찾으면서 살아왔지만 돌고 돌아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이제야 낙서 덕분에 찾았다는 생각이다.

나를 찾기 위해 시작한 낙서 때문인지 내 작업들은 모두 넓게 흩어놓은 자화상 같은 느낌이 든다. 이 허무맹랑해 보이는 그림을 통해 나는 계속 나를 찾아가고 있다. 나의 망상과 기호가 뒤섞인 조각들이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 과정과 그 이야기들이 속에 녹아 있는 삶에 대한 나의 태도를 즐겁게 전달하고 싶다.


Big Bird Oh Easy

Acrylic on canvas_30P_65.1×90.9cm_2024

I have Carrot allergy

Acrylic on canvas_20F_60.6×72.7cm_2024

Life finds a way

Acrylic on canvas_60P_89.4×130.3cm_2024

My old cat with me

Acrylic on canvas_50P_116.8×80.3cm_2024

Nice to meet you

Acrylic on canvas_20F_60.6×72.7cm_2024

Portrait of Park Johnber

Acrylic on canvas_30P_65.1×90.9cm_2024

The Operator

Acrylic on canvas_50F_91×116.8cm_2024

Tomorrow

Acrylic on canvas_50F_91×116.8cm_2024

모스플라이 작가


2010년 가천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주요 단체전 및 아트페어>
2023년 Do not read, 에코락 갤러리, 고양시
2023년 춘천아트페어 아르로드 R.OAD,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
2023년 Get Out Of My Room, 신사하우스, 서울
2023년 Collector’s Box, 을지로 하트원, 서울
2023년 아트락페스티벌 in 하트원, 을지로 하트원, 서울
2023년 에코락갤러리 연말결산전, 에코락 갤러리, 고양시
2024년 Look in to_, 빠르크 에디션, 서울
2024년 Loving Popping Arts, Orange Hare Gallery, 성남시
2024년 아트락페스티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2024년 Hide and sick, 에코락 갤러리, 고양시
2024년 아트조형서울 PLAS, 코엑스, 서울
2024년 <화100> 우리시대의 초상전, 영월 어울림센터, 영월
2024년 아트페스타 서울, 세텍, 서울
2024년 빛의시어터_인터루드쇼 모스플라이, 그랜드워커힐, 서울
2024년 어반브레이크 서울_오픈콜 아티스트, 코엑스, 서울
2024년 Loving Popping Arts, 관훈갤러리, 서울

<개인전>
2023년 Made in Garibong city, 스페이스 어반, 서울
2023년 Entropy House, Noisy Gallery, 서울
2024년 Lazy City Seoul, hom of moh, 서울

2024년 MBN 작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화100> 4위

청년타임스 정수연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