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후테호도

‘후테호도’처럼 일본에서는 4개 음으로 줄임말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성희롱을 뜻하는 sexual harassment를 ‘세쿠하라’라고 한다. 이와 유사한 ‘○○하라’라는 신조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갑질(power harassment)은 ‘파와하라’, 도덕적 괴롭힘(moral harassment)은 ‘모라하라’,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maternity harassment를 ‘마타하라’라고 한다. 요즘엔 이런 말이 너무 많아져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지!’에서는 ‘○○하라’를 너무 의식한 바람에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오히려 “정말 그렇게 부적절한가요?”가 될 수도 있겠다. 일본 만큼은 아니지만 한국도 비슷한 면이 있다. 나는 요즘 정우성 배우를 둘러싼 논란을 봐도 그렇게 느낀다. 내 주변 일본 친구들은 대부분 이 뉴스를 보면서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각자 가치관은 다르겠지만, 연예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노출시키는 보도야말로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지!’가 큰 화제가 된 것은 맞지만, 대상으로 뽑힌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자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자민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도 이른바 ‘우라가네(裏金)’ 때문이었다. 비자금을 뜻하는 ‘우라가네’는 ‘올해의 신어·유행어’ 톱 10에도 올랐다.
물가도 오르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은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라면서 우라가네 문제에 연루된 의원들을 대거 낙선시켰다. 이것이 2024년 일본의 최대 뉴스였던 것 같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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