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바빠진 K-증시, 종목 ‘옥석 가리기’ 후반전 돌입

조선·남북경협 ‘맑음’ 철강 ‘흐림’…불확실성 리스크 소멸 호재에도 종목별 양극화 심화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국내 증시에선 각 종목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협상과 관련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은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반대의 경우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어떤 종목을 중심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후 종목 별 온도차 뚜렷…조선업·남북경협 ‘훈풍’ 철강 ‘찬바람’

30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원화 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덮었던 관세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다. 다만 협상 조건으로 내건 세부내용들이 공개되면서 각 종목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혜 업종과 피해 업종이 명확하게 나뉘는 모습이다.

▲ 경남 거제시 아주동에 위치한 한화오션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번 관세 협상 타결에서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분야는 조선업이다. 조선업은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 관세 인하로 인해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 역시 조선업 투자 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을 강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 조선사의 미국 투자와 대출을 포함한 ‘마스가’(MASGA)라는 이름의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1000억달러(약 138조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자금 지원에 참여할 예정이다.

조선업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곧장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31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국내 조선업 대장주로 불리는 한화오션은 전일 대비 14.14% 오른 1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장중 한때 5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HD현대미포(+3.41%) ▲HJ중공업(+3.09%) ▲HD한국조선해양(+2.40%) ▲삼성중공업(+2.32%) 등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은 건국 이래 최고 호황기에 진입하고 있다”며 “실적·수주·모멘텀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만큼 조선업종은 매수하기에 매력적인 구간이다”고 분석했다.

당초 한·미 간 무역협상이 마무리된 후 북·미 대화 또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남북경제협상 관련주(이하 남북경협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강산 관광과 연계한 크루즈사업을 영위하는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전일 대비 20% 넘게 올랐고 과거 금강산에 골프장과 리조트 사업을 진행했던 아난티 역시 10% 가까이 상승했다. ▲제이에스티나(+29.25%) ▲좋은사람들(+25.52%) ▲인디에프(+14.23%) 등 현재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의 주가 역시 급등했다.

▲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있는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

반면 철강·구리 등 소재 산업은 품목별 관세율 유지 결정으로 기대감이 꺾이면서 주가 또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시간 철강 관련주로 꼽히는 하이스틸은 전일 대비 13.42% 하락한 4935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렘(-12.00%) ▲동양철관(-10.92%) ▲넥스틸(-9.55%) ▲대동스틸(-9.53%) ▲유에스트(-7.87%) ▲세아제강(-7.40%) ▲세아제강지주(6.22%) 등도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아울러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도 이번 협상에서 빠지면서 관련 종목들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협상 타결이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이긴 하지만 업종 별 온도차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것만으로도 투자 환경이 한층 안정됐다”며 “다만 이번 관세조치로 일부 업종에선 무역수지가 악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세 불확실성 해소 자제는 증시에 긍정적이지만 모든 업종에 골고루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며 “업종별로 미국 수출 비중이나 관세 민감도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관세 인하로 인한 수혜 정도 역시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선업처럼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관세 인하에 따른 실질적인 수출 경쟁력 개선이 기대되지만 품목별로 개별 관세율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제외된 업종들은 단기적으로 큰 수혜를 보기 어렵다”며 “개별 종목의 주가 등락폭 보다는 구조적 수혜 산업에 대한 집중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글=김성원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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